[세트] 영원한 우정으로 1~2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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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연구소장이 본업인 헤닝 키르히호프는 얼마 전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시리즈를 펴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새로운 시리즈를 내서 이제 곧 바빠질 예정인 그가 전 부인이자 강력반 형사인 피아에게 연락을 한 것은 자신의 에이전트인 마리아 하우실트의 친한 친구인 출판사 편집자 하이케 베르시가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피아는 성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경찰에 알릴 필요는 없다고 여겼지만, 마침 헤닝에게 부탁할 게 있기도 해서 들어주기로 한다.
하이케 베르시의 집으로 찾아간 피아는 집 앞에서 마리아를 만났는데, 그녀는 자신의 친구가 이렇게까지 연락이 안 되는 게 이상하다고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어찌어찌해서 집으로 들어간 피아는 집 위층에서 발목에 사슬이 묶인 노인을 발견한다. 하이케 베르시의 아버지인 그는 치매 환자였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수사를 시작했고, 곧바로 부엌에서 누군가가 피를 잔뜩 흘린 흔적을 발견했다.

하이케 베르시는 30년간 몸을 담았던 빈터샤이트 출판사에서 갑자기 해고되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출판사를 세우기 위해 직원과 작가들을 빼내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녀는 방송에도 종종 출연해 새로운 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일삼던 사람이라 적이 너무나 많았다. 대학시절부터 친했던 그녀의 오랜 친구들은 하이케의 그런 성격을 알고도 30년 가까이 이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게 특이점이었다.



친구가 사라졌다고 경찰에 연락을 하는 건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 입장에서는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며칠 동안 연락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이케를 찾는 마리아는 친한 친구가 연락도 없이 사라져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지만, 정작 하이케의 집 안으로 들어가 치매 아버지를 발견했을 때는 놀라고 말았다. 집에 아버지를 모셔뒀다는 얘기를 하이케에게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친하다고는 하는데 그런 사실조차 몰랐다니 뭔가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사라진 하이케에 대해 밝혀지면서 그녀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녀에 의해 책이 난도질당한 작가들은 물론이고, 얼마 전에 해고된 출판사 직원, 그리고 이웃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누가 하이케를 해쳤을지 찾아내는 게 관건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범인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종 상태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신이 발견된 하이케 사건을 시작으로 출판사 직원이자 하이케의 오랜 친구들 중 한 명인 알렉산더 로트가 길에서 자전거를 타다 쓰러져 혼수상태가 된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사망하게 되는데, 알코올중독자였다가 겨우 술을 끊은 그가 최근에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거기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 사실을 알고 알렉산더가 마시는 술병에 메탄올을 넣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 본격적으로 살인사건 수사가 시작됐다.

이렇게 수사를 하는 와중에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개인적인 이야기 또한 함께 진행됐다.
보덴슈타인은 재혼한 카롤리네의 딸 그레타와 관계가 너무 안 좋았다. 참고 넘기려고 애를 썼지만 자신의 딸 소피아에게까지 악의를 드러내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카롤리네가 그레타를 감싸고 돌기만 해서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와중에 전 부인인 코지마가 간암에 걸렸는데, 마침 보덴슈타인의 간이 그녀에게 이식하기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와서 수술 날짜를 잡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피아는 전 남편 헤닝이 쓴 소설 때문에 남편 크리스토프가 화가 나서 곤란해졌다. 헤닝이 쓴 소설은 하필이면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가 해결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 주인공과 다른 이름으로 바꾸긴 했어도 크리스토프라는 걸 뻔히 알 수 있는 상황을 묘사했기 때문이었다. 그 상황이 크리스토프에겐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는 게 화를 돋우게 했다.

시리즈의 두 주인공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이번 사건의 수사가 언제나처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진행됐다. 그리고 추리력이 없다시피한 나는 늘 그렇듯 이번에도 범인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소설이 흐르는 대로 이 사람인가, 아니면 저 사람인가 하고 따라가기만 했다. 그러다 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이들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충격을 줬다. 그들을 뭉치게 한 건 우정이 아니라 이기적인 욕심과 누군가가 아니면 절대 손에 넣을 수 없는 보장된 미래였다. 가지지 못한 자의 추함이 적나라해서 혐오감이 들었다.

늘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이지만 언젠가부터 주요 인물들을 표기해 줘서 이 사람이 누군지 페이지를 넘겨 찾으면서 읽지 않아도 돼서 좋다. 벌써 10번째 시리즈라 피아와 보덴슈타인에게 정이 많이 들어 친밀감까지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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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는 비난을, 특히 친구의 입에서 나오는 비난을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의심스러웠다. 우정은 솔직하지 않음에 기반을 두고 있을 때가 많았다. 진실을 말한다면 대부분의 우정은 금방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1권 - P312

"제 남편에게 출판사와 영원한 친구들은 언제나 우리보다, 가족보다 더 중요했어요. 두 분도 저 위에서 보셨잖아요. 거긴 폐쇄된 회원제 클럽이에요." 1권 - P303

그들은 학창 시절부터 아는 사이였고 연락이 끊어지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관계가 지속됐다. 무엇이 그들을 묶어뒀을까? 함께한 젊은 날의 추억은 평생 지속되는 우정의 기초로 충분할까, 아니면 그들은 자신의 과거를 예찬해 주는 오래된 지인에 더 가까울까? 그런데…… 왜 묶여 있을까? 1권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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