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 고려의 흥망성쇠를 결정한 34인의 왕 이야기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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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보다 성인이 된 후에 읽은 역사책이 훨씬 많다. 아무래도 공부를 해서 외운 다음 시험을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학생 때는 시험에 꼭 나오는 것만 주로 공부하다 보니 전체적인 흐름을 읽기보다는 단편적인 사건에만 집중했기에 이해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역사책을 읽기 시작하니 흐름이 어느 정도 보여 재미를 느꼈다. 워낙 조선사에 관한 책들만 읽은 탓에 그 이전의 한반도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고려왕조실록에 각 왕들의 심리를 곁들인 책이라 흥미로워 보였다.

책은 고려가 건국되기 이전에 궁예와 왕건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나라를 건국한 왕이기 때문에 왕건에게도 당연히 건국 신화가 있었다. 무려 5대조인 호경부터 있었는데, 호랑이, 용왕, 용, 그리고 식량 등 당연히 신비롭고 영묘한 것들이 신화로 존재했다. 왕건을 어떤 인물로 비추고 싶었는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는 스스로를 미륵불이라 칭했으나 미륵불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왕건에게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궁예는 신라 경문왕의 궁녀 소생이라고 하는데, 왕비의 측근 세력으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죽이라는 명을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유모가 궁예의 목숨을 구한 덕분에 삶을 이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훗날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 버림받은 아이라는 상처가 내면에 생겨 스스로 자족하지 못하는 '유기 불안'이 생겼다고 말했다. 양육자와 교감하는 시기의 부재로 인한 내면의 트라우마가 여러 정신적 질환을 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고려 건국 이전 역사에 획을 그은 두 인물을 심리학적으로 바라보니 왕이 될 인재는 뭔가 남다른 배경이 있구나 싶었다. 물론 왕건이 고려를 세웠기에 그에게 신화적인 서사를 부여한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태조 왕건이 고려를 건국한 이후 후대의 역사를 차례로 짚어나가면서 알 수 있었던 건 초기 조선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호족들로 인해 여러 여인들과 혼인을 한 왕건은 당연히 수많은 자식들을 두었는데, 그가 세운 태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들들끼리 싸움이 일어나 왕좌를 쟁탈하려는 모습은 조선 초기 '왕자의 난'과 닮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어린 조카 헌종의 왕위를 탐내다 결국 자리를 빼앗은 숙종은 세조의 '계유정난'을 떠올리게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이야기가 엇비슷하게 들어맞는 것 같았다.

외우려고 읽은 게 아니라 고려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싶어서 읽은 책이었다. 고려 건국 초중기의 왕위 쟁탈전 이후 정세가 안정되고 평안한 치세가 이어졌으나 어느 국가나 그렇듯 권력을 쥔 이들로 인해 쇠망의 길에 접어들었다. 원나라에 고개를 숙인 왕들은 묘호에 충(忠)이 들어갔고, 최 씨 집안의 무인정권으로 인해 왕은 허수아비일 뿐이기도 했다. 심리학과 결합한 역사지만 고려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고려 왕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덕분에 고려사에 관한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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