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 점 6평짜리 원룸에서 벗어나 임대 아파트로 이사 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부부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정확히는 아내의 눈에만 얼굴에 검은 점이 가득한 남자 귀신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 남자가 보이기 시작한 뒤로 그 방에 곰팡이 같은 점이 점점 피어나 방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아내는 작업실로 쓰던 그 방을 벗어나 거실로 옮기지만, 어느 날부터인지 화장실에까지 그 남자가 침범하고 말았다.
아소 × 구조구석방원 남자인 '나'와 동기 여자애는 내기를 했다. 집 문을 잠그지 않고 창문도 활짝 열어놓은 채 일주일을 버티면 나에게 100만 원을 주기로 말이다. 동기는 집 문을 잠그지 못하게, 그리고 창문도 닫지 못하게 장비를 설치하곤 집 안에 네 개의 CCTV를 달았다. 비밀번호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인터넷 방송에 올려 자신만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내기는 어떤 남자가 창밖에서 나의 집을 올려다보는 것을 시작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배명은 × 홍수 시골 마을에 홍수가 닥쳐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옆 마을 분교로 피했다. 은화는 노트북과 원서를 챙기려다 때를 놓치곤 불어난 물에 놀라 옥상으로 피했다가 쓰러졌다. 그렇게 정신을 잃은 은화를 어떤 남자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나 대화를 시작하게 됐는데, 가면 갈수록 이 남자가 이상하게 소름이 끼친다.
유아인 × 상어 할머니 집에서 지내는 '나'는 마을에 사는 장군이 할머니와 키가 2미터쯤 되어 보이는 까만 사람이 등장하는 꿈을 꾼다. 이튿날 깨어나니 할머니가 장군이 할머니의 부고를 알려줬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 나뿐이라 며칠간 치른 장례식을 정신없이 끝내고 난 후, 또 장군이 할머니 꿈을 꿨다. 장군이 할머니가 우리 집 대문 바깥에서 폴짝폴짝 뛰어 안을 바라보는데, 대문 너머로 얼굴이 드러날 때마다 소름 끼치게 웃는 것이었다.
배상현 × 심해어 평소처럼 달리던 지하철이 갑자기 멈춰 섰다. 처음엔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화를 하며 곧 나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자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은 채 조용한 암흑 속에 잠겨버렸다.
전사라 × 공포의 ASMR 어느 직장 여성이 자기 전에 들은 이상한 ASMR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냐고 하면서 내용을 커뮤니티에 올린다. 학교에서 소외되던 여학생이 잘나가는 다른 여학생을 따라 한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주목받았지만, 실체가 폭로되어 인기가 떨어졌다. 그때부터 그 여학생은 자신을 폭로한 이를 찾아 복수하려고 한다.
이규락 × 아기 황제 '설영'이라는 곳에 데릴사위로 오게 된 최계영은 기묘한 인상의 장현죽을 아내로 맞는다. 처음엔 묘했던 아내의 인상은 점점 최계영의 마음속에 들어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계영은 이상하리만치 목이 긴 어떤 여인이 섬뜩하게 흐느끼다 웃는 꿈을 자주 꾸기 시작한다.
최정원 × 할머니 이야기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서 가족 모두 시골로 이사를 갔다. 증조부가 살던 집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적응을 한 뒤에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나'는 친구들과 아지트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다가 마을에 떠도는 소문을 듣는다. 백발의 꼬부랑 할머니가 남자 앞에만 나타나 업어달라고 한다는 것인데, 할머니를 업은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는 소문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길에서 백발의 할머니를 마주한다.
효빈 × 처형학자 네세케네아 제국의 코르네스 장군은 '처형학자'라는 섬뜩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전쟁에서 딱 99명의 포로를 잡아 자신의 시종까지 100명을 채워 가장 끔찍한 죽음에 대해 생각하라고 한 뒤에 순위를 매겨 본인이 낸 아이디어로 죽게 한다. 1등은 살아남아 코르네스의 시종이 되는데, 살리제르는 벌써 7번째 연속 우승을 하고 있다. 10번의 우승을 채우면 자유가 주어진다는 조건이 있기에 병사들까지 모두 기대를 하고 있다.
차삼동 × 검은 책 6학년 소희는 새로 전학 온 유리에게 질투를 하고 있다. 유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언제나 자신이 주목을 받았는데, 이제는 유리로 인해 아이들의 관심에서 2순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앞 문구점에서 검은 책을 보고 홀려 구입하게 된다. 그 안에는 미운 사람에게 괴로움을 안기는 4단계 저주 의식이 쓰여 있었다. 고민을 하던 소희는 1단계부터 시작해 유리를 저주하기 시작한다.
가장 공포 소설답게 무섭게 읽은 이야기는 <상어>와 <할머니 이야기>였다.
<상어>는 장군이 할머니가 대문 밖에서 폴짝폴짝 뛰어 안을 바라보는 얼굴이 나타날 때마다 무섭게 웃고 있었다는 게 상상이 되어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열 개의 단편 중에서 그 장면이 가장 섬뜩했다. 나는 상상력이 정말 형편없는데 꼭 공포에 관해서는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하고 만다. 꿈속에서 본 할머니라 그런지 왠지 내 꿈에도 그런 장면이 나타날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리고 <할머니 이야기>는 남자들에게만 업어달라고 하는 할머니를 만난 뒤 죽음을 맞이한다는 설정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어린 주인공이 백발 할머니를 마주한 그 장면이 분위기 자체가 오싹해서 나도 주인공처럼 겁을 먹었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슬픈 반전이 있어서 앞서 느꼈던 공포가 안타까움으로 변주되어 씁쓸함을 남겼다.
<구조구석방원> 또한 공포스러운 장면으로 치면 기억에 아주 오래 남을 듯하다. 닫을 수 없게 고정된 창문 너머로 주인공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이 섬뜩했던 건 아무래도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현실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이 건장한 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섭다고 했을 정도이니 그 눈빛에서 무엇을 읽었을지는 상상도 하기 싫다.
반전이 있던 단편도 있었는데, 별생각 없이 읽었던 <홍수>와 <공포의 ASMR>이었다. <홍수>는 정말 짧은 단편이었지만 후폭풍을 일으키는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공포의 ASMR>은 읽으면서 몰입하는 바람에 전개를 예상하지 못해 뒤통수를 맞은 경우였다.
재작년에 이 책의 첫 번째 시리즈를 아주 무섭게 잘 읽었다. 여름에 읽었어야 했는데 2월에 읽었더랬다. 그런데 이번에도 두 번째인 이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고 말았다. 그래서 더 오싹하게, 많이 추워하면서 읽었다.
편차가 조금씩 있긴 했으나 그래도 공포라는 장르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 집 대문 너머에서, 무언가 펄쩍 뛰어올랐다가 사라졌다. 조금 더 기다리자 한 번 더 펄쩍. 한 번 더 펄쩍. 장군이 할머니가 펄쩍펄쩍 뛰면서 우리 집을 훔쳐보고 있었다. 나는 몸을 숨겨 밖을 빼꼼 바라보았다. 장군이 할머니는 저번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유아인 <상어> - P98
솔직히 옛날에도 이런 글은 종종 봤습니다. 다 장난인 줄 알았어요. 인터넷이니까 별것도 없는 것들이 허세에만 절어서는. 칼은 무슨 과일도 안 썰어봤을 것 같은 놈들이 인터넷에서는 다 연쇄살인마인 척이야. 이랬습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정말 만약에 저게 딱 하나라도 진짜면 어떡합니까? 아소 <구조구석방원> - P53
검은 형체의 사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큰 키로 구부정하게 서서, 나를 향해 있는, 보랏빛 핏줄이 만연한 두 눈. 그가 씩 웃자 시뻘건 입속이 훤히 벌어졌다. 유아인 <상어> - P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