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베토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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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이 전 세계에 뉴스로 보도된다. 일본에서 그 뉴스를 보고 있던 다카무라 요는 파키스탄 대통령이 쇼팽 콩쿠르에 참가한 일본인 미사키 요스케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그가 오래전 시골의 고등학교에 다닐 때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미사키와 함께 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미사키는 다카무라는 물론이고 같은 음악과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시골에 새로 생긴 고등학교에는 차별화를 두기 위해 음악과가 신설됐다. 나름 음악을 좋아하고 잘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아이들이 모인 음악과에 미사키 요스케가 전학을 온다. 다카무라의 옆자리가 마침 비었기에 미사키와 짝이 되어 학교를 안내해 주는 역할을 맡게 됐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미사키가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피아노 실력이 알려지게 되면서 그는 경외의 대상이 된다.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축제 준비를 위해 학교에 나온 음악과 학생들은 며칠째 퍼붓는 폭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로 통하는 유일한 다리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고, 전기가 나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학교는 산을 깎아서 세워졌기 때문에 산사태의 위험에 직면해 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미사키는 마을에 내려가서 구조 요청을 하겠다고 했다. 다카무라가 따라갔다가 아이들에게 안내를 해주라는 미사키의 지시를 받고 돌아온 이후, 다행히 모두 구조가 되었다. 그런데 미사키가 같은 음악과 학생인 이와쿠라 도모키를 살해한 용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이번에는 미사키 요스케의 과거가 등장했다. 지난 시리즈인 <언제까지나 쇼팽>에서 일어난 사건이 뉴스로 보도되며 오래전 그와 함께 학교생활을 했던 다카무라 요의 회상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미사키는 고등학생 때에도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눈길을 끄는 깔끔한 외모에 음악과 관련된 것 아니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심지어 너무 둔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전학 온 미사키에게 반한 여학생들이 말을 걸어도 수줍어하면서도 두려워해서 다카무라가 보디가드처럼 막아줘야 했을 정도였다. 거기다 미사키는 공부도 잘했으니 선망의 대상이 될 만했다. 그러다 그의 피아노 실력이 드러난 이후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평범하지는 않지만 조용한 전학생을 향한 아이들의 지대한 관심이 있었으나 미사키보다는 그의 가까이에 있던 다카무라가 그 변화를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미사키가 워낙 주변의 변화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다카무라는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사키에게 마음이 더욱 기울이게 됐다.

그러다 폭우가 연일 쏟아지던 날 이와쿠라가 뒤통수에 무언가에 맞아 죽은 것을 구조하러 마을에 내려갔던 미사키가 발견하게 되면서 한순간에 용의자가 됐다. 평소에 이와쿠라가 미사키를 괴롭히다 못해 폭력까지 저질렀다는 걸 반 아이들이 증언했기 때문이다.
이후 경외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미사키가 경계의 대상이 된 건 당연했다. 반 아이들이 미사키를 대하는 변화의 시작은 경계였지만 나중엔 앞에서 험담을 하고 빈정거리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나락으로 떨어져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영 추하게만 보였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서 너그럽게 이해해 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죽어도 가질 수 없는 재능을 향한 비틀린 시기가 자리 잡았기 때문에 좋게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고선 음악가가 되기 위해 노력도 하지 않으니 당연히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다카무라의 마음이 이해가 되게끔 펼쳐졌다. 반 아이들의 감정에 공감하면서도 그는 동조하지 않았다. 미사키가 결백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재능을 향한 경외를 여전히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이 후반으로 향해 가면서는 이전 시리즈처럼 미사키의 범인 찾기가 이어졌다. 이번엔 미사키의 결백을 증명해 보이는 게 중요했는데, 다행히 납득을 할 수 있을 만한 환경이 주어진 덕분에 사건의 정황을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그걸 보며 진범이 자백을 하기도 해서 미사키에겐 정말 다행이었다.
안타까운 건 미사키의 돌발성 난청이 이때에 생겼다는 사실이다. 어른스러우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어린 학생인데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랬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음악 천재이자 추리에도 재능을 가지고 있는 미사키 요스케는 어릴 때에도 발군의 모습을 보였다.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게 과거 회상에 관한 내용이라 미사키 요스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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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미사키 요스케는 오래전부터 그랬다. 음악으로 다른 사람을 홀리는 마성의 매력과, 복잡하게 뒤얽힌 사안을 단숨에 해명하는 신비로운 재능을 전부 갖추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전적으로 그를 믿으면서도 한편으로 왠지 모를 두려움도 느꼈다. - P9

음악과에 있으면서도 음악이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음악이 안도감과 쾌감을 부른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허공에 흩뿌려지는 불안감과 도망치고 싶어질 정도의 절실함을 몸소 체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 P49

"왜 세상에는 이렇게 부조리한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왜 죄도 없는 사람이 아깝게 목숨을 잃어야 하는 걸까……. 난 항상 그런 생각을 해. 내가 베토벤을 연주할 때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내가 모차르트의 선율에 마음을 빼앗겨 있을 때도 누군가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정말 참담해져." - P23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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