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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
매튜 맥커너히 지음, 윤철희 옮김 / 아웃사이트(OUTSIGHT) / 2022년 12월
평점 :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끄적거리곤 했다는 매튜 맥커너히가 50살이 되었을 때 인생을 되돌아볼 겸 이 회고록을 펴냈다. 회고록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무거운,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일 거라고 예상되는데, 매튜 맥커너히가 펴낸 이 책은 반쯤은 맞긴 했지만 절반은 예상을 벗어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주 어릴 때 부모에게 어떤 가르침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삶의 다채로운 경험을 위해 호주로 교환학생을 가기도 하고 오지에도 여행을 갔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법대에 진학을 했다가 그가 쓴 글을 예술대학에 다니는 친구가 보고 해준 조언 덕분에 그의 관심이 영화로 바뀌어 우리가 알고 있는 연기파 배우 매튜 맥커너히가 되기까지의 과정 또한 그리고 있었다.
매튜 맥커너히의 부모님은 세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을 한 사람들이었다. 싸울 때는 피 터지게 싸웠지만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두 번의 이혼으로 깨달은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어찌 됐든 두 분은 부부였기에 매튜 맥커너히에게 가족이란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 듯했다. 여기에 큰형과 입양된 둘째 형과의 관계 또한 더없이 좋았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부모의 가르침이었다. 욕설을 하면 입에 비누칠을 당했다고 하는데, 욕보다 더 나쁜 말이 무엇인지 일찌감치 깨우쳤다. 나에게 해가 되는 말이나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 그 가르침이 매튜 맥커너히의 가치관이 되었다. 정말 좋은 부모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매튜 맥커너히가 건강한 정신으로 삶을 살아온 것일 터였다.
특히 호주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그를 받아준 가족이 예사롭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진짜 이상했는데, 매튜 맥커너히는 그들에게 상처가 될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황이 아무리 부당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정말 바람직한, 모범적인 미국 청년의 모습이 절로 상상이 되었다.
이후 법대에 진학했다가 배우가 되기 위해 길을 바꾼 이야기는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게 했다. 조연으로라도 출연하려던 그의 의지가 빛을 발했고, 그러는 와중에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던 이야기도 했다. 그러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덕분에 이름을 알려 어디를 가든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시절을 추억했다.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매튜 맥커너히의 모습이긴 했다. 그가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를 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로맨틱한 남자의 이미지가 굳혀진 그는 진짜 하고 싶은 연기를 하기 위해 몇 백만, 몇 천만 달러의 출연료를 거절하고 영화 배역이 들어오길 기다렸다고 한다. 그것도 2년 가까이 말이다. 그때에는 당시엔 동거인이었던 아내 카밀라와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을 때라 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엔 생계를 걱정해야 될 수도 있었는데, 카밀라는 그의 생각을 지지해 줬다고 한다. 그 부분을 읽으며 이혼과 불륜이 판을 치는 할리우드에서 매튜 맥커너히는 평생의 반려를 만난 것이란 생각을 했다.
가족의 지지로 매튜 맥커너히는 드디어 원하는 배역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 캐릭터들은 내게 너무나 친숙한 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열심히 활동을 한 덕분에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영광이자 한때의 목표를 이루게 됐다.
에세이를 읽으며 피식피식 웃음이 나던 부분이 종종 있었다. 글 자체가 유쾌하고 삶을 바라보는 매튜 매커너히의 태도가 긍정적인 즐거움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삶에 대한 자세 또한 배울 점이 많아서 인상적인 글귀가 많았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배우 매튜 맥커너히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의 삶과 영화 인생을 앞으로도 응원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그린라이트는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옳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신호다. 승인이고 후원이고 칭찬이고 선물이고 우리가 피우는 불길에 붓는 기름이고 우리를 격려하고 우리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말이다. 현금이고 탄생이고 봄날이고 건강이고 성공이고 즐거움이고 지속가능성이고 천진함이고 새로운 출발이다. 우리는 그린라이트를 사랑한다. - P22
당신은 당신 인생이라는 책의 저자다. 페이지를 넘겨라.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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