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터 - 언더월드
정이안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꿉친구이자 함께 입양되어 가족이 된 고등학생 강단이와 이연아, 하지태는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자신들만의 소란스러운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주목받는 단거리 육상 선수인 단이가 코치 스티브가 괜찮은 거라며 준 약을 먹고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도핑 테스트에 걸려 모든 게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가는 곳마다 지지를 받았던 단이는 그 후로 사람들의 싸늘한 눈초리만 받았다. 그로 인해 단이는 이제 달리기는 그만둘 거라고 하며, 인터넷 방송을 하는 연아의 채널에서 마지막으로 뛰어본 것이었다.
목표한 것을 이루고 기뻐하는 아이들을 태운 지하철은 여지없이 운행을 지속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열차가 멈춰 섰고 전기가 끊겨 암흑에 휩싸였다. 이내 불이 다시 들어왔지만 이후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마치 영화에나 존재할 법한 괴물이 어두운 지하철 터널 안에서 나타나 사람들을 물어뜯고 공격해 죽이는 것이었다. 단이는 지태, 연아를 데리고 도망치는 데에 집중한다. 그러다 버스만 타고 출퇴근을 하던 엄마가 무슨 일 때문인지 노량진역에 갇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국정원 실장 기현국은 3년 전 세상을 떠난 장호준 박사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의문의 상대는 현국에게 장 박사를 처음 만난 곳으로 오라는 말만 남긴다.
일단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었던 현국은 청와대 비밀 지하 벙커로 향한다. 그곳에서 국정원장을 비롯해 개헌으로 9년째 집권 중인 대통령과 여러 부처 장관들을 마주한다. 현재 지하철 2호선 내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 세 친구가 맞닥뜨린 괴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엄마를 구하러 가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단이와 연아, 지태가 10살이었을 때, 그들의 부모가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고아가 되어버렸는데, 이혼한 지태의 친엄마가 세 아이들을 모두 데려다 키운 것이었다. 진짜 자기 자식처럼 사랑해 준 엄마였기에 세 아이들은 당연히 엄마를 구하러 가야만 했다.
하지만 지하철역은 살고 싶은 사람들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어 잘못하면 깔려 죽을 판이었고, 그곳을 무사히 벗어났을 땐 군인들이 나타나 강압적으로 역 밖으로 사람들을 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갑작스럽게 괴물들이 나타나 무자비하게 공격을 해대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고 두려운 지경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있었으니 지하철역에서 아무도 모르는 구역에 사는 노숙자 꼬마 화니였다. 아기 때 버려진 화니를 노숙자들이 데려다 키우며 그녀 역시 지하철역의 노숙자 마을에서 살게 된 것이었다. 그곳에 살면서 하루 종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화니 덕분에 단이와 친구들은 2호선에서 노량진역으로 갈 수 있었다.

이렇게 긴박한 와중에 기현국의 시점을 통해 괴물이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인지 알 수 있게 했다. 괴물들을 부르는 명칭은 '유니언'이고 유니언들의 우두머리는 '신야'라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노아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50년 이상 한국에서 비밀리에 진행된 노아 프로젝트는 이번 대통령으로 완성되었는데, 이 사람은 이걸 기회로 삼아 인간이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을 거라는 야욕을 드러냈다.
현국은 대통령의 더러운 욕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그의 노력이 대통령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밝혀져 충격을 줬다. 처음에 현국이 등장하고 괴물의 정체와 관련된 것들이 밝혀진 뒤에는 그를 응원했었다. 하지만 신야와 유니언들을 막기 위해 현국이 선택한 방법을 보며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다수의 희생을 막기 위해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소설이 중반을 넘어 후반을 향해 가면서 다행히 아이들은 엄마를 구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 현국이 지시한 거짓말로 인해 단이는 최악의 경우로 점점 가까워졌다. 독가스로 인해 죽을 뻔한 위기에서 겨우 벗어났을 때, 대통령이 그토록 생포하라고 했던 신야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 놀랍게도 신야는 괴물의 모습이 아닌 곱게 잘 빚은 것 같은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신야와 대화를 한 후에 나가는 길을 알게 된 단이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됐다. 덕분에 위험에 빠진 연아를 구할 수 있었고, 나중엔 인간다운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죽을 위기에 처했던 또 다른 한 사람 현국은 괴한들에게 납치되었는데, 그를 납치한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며 다시금 큰 충격을 줬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고등학생 스프린터와 지하철 깊은 곳에 존재하는 괴물에 관한 이 책은 한국 소설에서 거의 본 적이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거대한 권력과 인간의 악한 면까지 말하고 있었다.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아 소설 후반을 읽으며 내내 감탄했다.

소설은 3부작으로 계획됐다고 하는데 이 책 이후로는 속편이 나오질 않고 있다. 벌써 6년이나 지났는데 출판이 되지 않는 걸 보면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서 아쉽다. 책을 이대로 끝내기엔 설정을 잘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

"무슨 일이 생겨도, 우리, 사람다운 선택을 하자. 우리가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자." - P339

분명 이 모든 것을 계획한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괴물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괴물들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겠는데, 괴물들을 이용한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니. - P177

─ 우린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 있지만 우리가 무엇이 될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그 믿음을 잊지 마. - P4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