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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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얀 스테판스는 4대째 음악가를 지낸 가문에서 기대를 듬뿍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지만,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쇼팽 콩쿠르에 나가 2차 예선에서 탈락했기에 얀에게 거는 기대는 부담일 뿐이다. 특히나 음악원 교수인 아버지 비톨트는 얀에게 쇼팽 콩쿠르 우승 외에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으며, 피아노에만 매달리라는 잔소리를 해댔기에 얀은 지긋지긋한 마음이 든다.

폴란드의 대통령 전용기가 폭발하고 몇 개월 후, 바르샤바에서 권위 있는 대회인 쇼팽 콩쿠르가 열린다. 국가 원수가 의문의 사고로 사망했기에 대회가 취소될 뻔했으나 쇼팽의 음악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며 대회를 속행했다. 대회에는 폴란드의 기대주 얀이 참가했고,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의 참가자들이 있었다. 그 대회에 최연장자로 미사키 요스케 또한 참가했다.
이렇게 대회가 열리는 동안 바르샤바에서는 각종 테러가 일어났고, 심지어 콩쿠르 공연장의 대기실에서까지 사건이 생긴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는 폴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소설 초반을 읽으면서 제대로 읽고 있는 게 맞나 싶어 검색을 해보기까지 했다. 일본 배경이 아니라 머나먼 폴란드가 주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 얀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18살 소년이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쇼팽 콩쿠르 우승이라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피아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교육을 받게 되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재능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정하기보다 아버지가 정해준 길을 가야 하는 현실로 인해 얀은 그저 의무감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얀을 다독여주는 존재는 그의 피아노 선생이었던 아담 카민스키였다. 얀에게 카민스키는 실제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고, 카민스키 역시 얀을 아들처럼 대했다. 카민스키가 이번 쇼팽 콩쿠르의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얀과는 조금은 거리를 두긴 했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얀은 마음의 위안을 얻는 듯했다.

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느 정도 보여주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쇼팽 콩쿠르가 시작됐다. 그러면서 시리즈의 주인공 미사키 요스케 또한 등장했다. 얀은 미사키와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하게 되면서 그와 안면을 텄다. 얀은 콩쿠르가 시작되기 전에 카민스키에게서 미사키가 이번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참가자 중 한 명이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런 말을 듣긴 했어도 일본인 피아니스트는 로봇과도 같은 연주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기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공원에서 직접 만난 미사키와 대화를 한 이후에도 그에 대한 감정은 그다지 변한 게 없었다.
이런 상황에 폴란드를 향한 테러리스트의 위협 역시 시작되었다. 콩쿠르 관계자만 드나들 수 있는 대기실에서 대통령 사망 사건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피아니스트'의 습격을 받아 경찰이 사망했다. 그리고 다른 공연장에서는 그야말로 직접적인 테러가 일어났고, 얀이 자주 가는 공원에서도 큰 테러가 일어나 얀의 꼬마친구에게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쇼팽 콩쿠르와 테러,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 등이 조화를 이루며 추리물의 묘미 또한 더했다. 테러리스트 피아니스트가 누구일지 예측했었는데 추리력이 꽝인 나는 당연히 맞히지 못했다. 그래서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결말이 밝혀지기 이전에 돌발성 난청을 앓고 있는 미사키가 콩쿠르 리스트에 없는 곡을 연주할 때는 가슴이 뭉클해졌는데, 이후에 일어난 상황은 오래전에 읽은 책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 얀은 이전 시리즈의 아키라가 그랬듯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을 옭아맨 굴레에서 벗어난 대견한 성장이었다.

일본을 벗어나 폴란드를 배경으로 전쟁과 테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번 시리즈는 색다른 느낌을 줬다. 그러면서도 언제나처럼 미사키의 활약이 돋보였고 주인공의 성장도 볼 수 있었다. 다만 지금 이 현실에도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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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는 연주를 통해서 성장하고 나 자신과 세계를 더 깊이 알게 되지. 쇼팽 콩쿠르가 어떻게 마무리되든 거기서 얻은 건 앞으로 평생 네 자산이 될 거다." - P37

"넌 기대주다. 스테판스 집안, 그리고 폴란드에서도. 올해도 폴란드는 많은 신예들을 콩쿠르에 보냈어. 그런데 여론이 주목하는 사람은 오직 너 한 명뿐이지.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폴란드에 영광을 갖다 줄 사람은 얀, 너밖에 없다는 소리다."
"나도 알아."
"알면 마땅히 할 일들을 해라. 네 손가락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스테판스 가문과 폴란드의 것이지." - P26.27

음악에는 힘이 있다.
그것은 총알로 막을 수 없을뿐더러 다른 사람을 해치는 힘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테러리스트가 휘두르는 폭력과는 대치점에 있는 동등한 힘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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