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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박애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3월
평점 :
박애진 × 깊고 푸른 마을 사람들의 몸을 고쳐주며 근근이 살아가던 기술자 심 씨는 정부 고위에게 눈을 빼앗겨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심 씨의 딸 청이가 공장에 나가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장의 십장이 트집을 잡아 수당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을 했다. 더럽고 치사해도 먹고는 살아야 했기에 무엇이든 하겠다는 청이에게 정부 고위의 단발머리 기술자가 찾아온다. 얼마 전부터 특고위가 인당수 광산에 내려보낼 기술자를 찾고 있었다고 하며 청이에게 일을 맡겼다.
임태운 ×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 코닐리오의 간 용궁주는 20살가량의 젊은 외모를 유지하며 200년이 넘도록 동해 바다를 지배했다. 다만 그녀는 술을 너무나 좋아하는 탓에 때가 오면 간과 다른 장기들을 바꿔야 했다. 육지에 심어놓은 그녀의 클론들의 것으로 말이다. 이번엔 간을 바꿔야 할 때가 왔기에 용궁주는 살인 병기 안드로이드 타르타루가를 보내 클론을 데려오도록 한다. 그런데 이번 클론 코닐리오는 타르타루가가 이전에 데리고 왔었던 클론들과 달랐다. 코닐리오는 자신이 용궁주의 클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하며, 죽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완료해야 하니 타르타루가에게 협조를 하라고 도리어 협박을 한다.
김이환 × 밤의 도시 중학생 소년 럭키는 대학 입학에 필요한 에세이를 쓰기 위해 우주철을 타고 '밤의 도시' 행성에 온다. 이전의 문명을 엿볼 수 있는 폐허에 가고 싶었던 럭키는 도시에서 노래를 부르는 루비에게 안내를 부탁한다.
정명섭 × 부활 행성 - 홍련의 모험 다른 행성의 탐험을 마치고 돌아온 홍련은 새어머니에게서 언니 장화가 접근이 금지된 '부활 행성'에 갔다가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오지 말라는 장화의 메시지를 들었음에도 홍련은 언니를 찾기 위해 다시 우주로 떠난다.
김성희 ×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흥부의 과학'이라는 저서로 박흥부는 유명 인사가 되어 명예와 부를 얻었다. 그리고 당연히 흥부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담은 '흥부전'이 영화와 소설 등으로 만들어졌다. 그로 인해 국민 빌런이 된 박놀부를 어느 매체가 단독 인터뷰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어렸을 때 접해서 너무나 익숙한 전래동화에 SF를 가미해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었다. 제목을 통해 단번에 알 수 있었던 이야기가 있기도 했지만, 다 읽고서야 어떤 동화인지 알아챈 이야기도 있었다.
다섯 개의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표제작인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였다. 용궁의 주인은 술을 너무나 좋아하는 젊은 여인이었는데, 장기를 바꾸기 위해 육지에 클론들이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동해 바다를 제패한 그녀는 수많은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를 거느리고 있었고, 그중에서 단연 타르타루가가 으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가 간을 가져오기 위해 육지로 나가 클론과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마주한 클론 코닐리오는 자신이 클론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버킷리스트를 완료해야만 용궁에 가겠다는 협박을 했기에 타르타루가는 그녀의 뜻을 들어줘야만 했다.
술을 좋아한다는 젊은 용궁주라는 부분부터 신선했고, 토끼의 간이 아니라 클론의 간을 가져온다는 것 역시 기발했다. 안드로이드 타르타루가가 코닐리오와 동행하며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게 되면서 오랜 세월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이라는 걸 갖게 되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 과정이 제법 유쾌하고도 인간적으로 그려졌다.
그리고선 용궁에 가서 이식을 위한 절차만이 남은 결말에 이르렀을 때 상황이 뒤집히며 유쾌한 충격을 줬다. 코닐리오의 버킷리스트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고, 타르타루가는 감정이 생긴 안드로이드가 해야 할 행동을 했다. 그래서 결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깊고 푸른>은 아버지를 향한 애틋함에서만 비롯된 행동이 아니었기에 좋았다. SF가 만난 장화홍련전인 <부활 행성>은 인과응보와 애틋함이 만났다. <밤의 도시>는 중반쯤에 어떤 사건으로 인해 무슨 동화인지 알아챘는데, 아무래도 눈치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는 안됐다는 마음이 짙게 남았다.
전래동화를 이렇게 새롭게 해석하다니 재미있었다. SF가 만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 느낌이다.
"저는 당신의 간을 지킨 겁니다. 당신이 가진 간의 건강과 신선도를 위해 필연적으로 그 간을 포함하고 있는 유기체의 총합을 지켰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어쨌든 너의 전부를 걸고, 나의 전부를 지킨다는 말이잖아? 인간들은 그런 것을 낭만적이라고 해." 임태운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 코닐리오의 간>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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