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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평점 :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음대 이사장 쓰게 아키라의 대학에는 명품 악기들을 보관하는 곳이 있다.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정기 연주회의 오케스트라 멤버로 뽑힌 학생들은 이 악기를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난 피아니스트 쓰게 아키라가 참여하는 연주회이기 때문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기 연주회를 위해 오케스트라 멤버 학생들은 악기를 빌리고 반납하는 과정을 겪는다. 그러던 중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보관실은 경비가 있고 출입 카드를 찍어야만 하며, 보관실 안에는 창문이 없어서 완전한 밀실이다. 그런데 시가 2억 엔 상당의 첼로가 없어진 것이었다. 전날 마지막으로 보관실을 들어가서 첼로를 반납하고 분실 사실을 안 당일 처음 출입한 사람은 쓰게 아키라의 손녀이자 이 대학의 첼로 전공생 쓰게 하쓰네였는데, 그녀가 첼로를 반납할 때 경비원이 곁에 있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바이올린 전공생 기도 아키라는 집에서 지원을 받지 못해 수업료를 밀린 상태다. 청구서를 받은 아키라는 이튿날 학교 학생과를 찾아갔으나 미납금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연습할 시간도 부족한데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리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 열릴 정기 연주회는 성적 우수자가 아닌 오디션으로 뽑는다는 얘기를 듣는다. 정기 연주회의 콘서트마스터로 뽑히면 수업료가 면제되기 때문에 아키라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안녕, 드뷔시>에서 처음 얼굴을 드러낸 미사키 요스케가 이번엔 음대의 임시 강사를 맡았다. 그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명장의 악기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시리즈의 이전 소설을 통해 미사키 요스케가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지 이미 알고 있기에 어떻게 멋지게 추리를 해낼지 시작부터 궁금해졌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지만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바이올린 전공 4학년 기도 아키라였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젊었을 적 바이올리니스트였기에 꿈을 대신 이뤄주고 싶어서 전공을 택했다. 물론 아키라 스스로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예술을 전공으로 한다는 건 학생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비용의 문제가 있었고, 졸업 후의 진로 또한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었다. 넉넉한 집안에서 할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하쓰네와 비교되는 현실이었고, 실력 또한 평범한 수준이라 여기고 있었기에 갑갑하기만 했다.
이런 상황에 정기 연주회에 뽑힌 멤버는 전공을 살려 오케스트라에 입단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 당연히 놓쳐서는 안 될 일이었다. 같은 학년에 바이올린 천재가 있긴 했지만 여러 이유로 아키라가 콘서트마스터가 되어 오케스트라를 이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고가의 첼로가 사라지면서 정기 연주회 개최가 불확실해졌다. 나중에는 쓰게 아키라 학장의 위해를 예고하는 글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인생의 또 다른 기로에 선 절박한 4학년들과 학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학교 측의 입장 차이로 인해 정기 연주회가 열리지 않을 뻔했지만, 다행히 합리적인 설득으로 인해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소설은 정기 연주회 직전에 수면 위로 떠오른 용의자의 정체로 인해 한차례 위기를 겪었으나 다행히 연주회에는 타격이 가질 않았다. 그리고 연주회가 끝난 뒤 미사키 요스케의 추리가 이어지면서 진짜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다. 범인은 나쁜 의도로 첼로를 훔친 게 아닌 누군가를 위하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 일을 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 아키라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아름다운 선율이 글자로 흘렀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이 이번에도 역시나 재미있게 펼쳐졌다. 그러면서 예술가와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기로에 선 음대 학생들의 현실도 보여줬다. 예술적인 재미와 현실적인 부분을 의미 있게 담아낸 부분이 좋았다.
"미사키 선생님,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싶은 마음만 갖고 살면 안 되는 거예요? 저를 비롯해 다른 멤버들이 바라는 게 그렇게 분에 넘치는 꿈인가요?" - P210
"단 한 명이라도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자신에게 연주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나는 당연히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해. 음악을 연주하는 재능은 신이 보낸 선물이지. 그걸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데 사용하고 싶지 않나?"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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