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죽어 마땅한 자
마이클 코리타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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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모건은 자신을 죽이러 온 두 명의 킬러와 함께 있다. 차 안에 앉아있는 그녀는 킬러들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니나를 죽이러 왔지만 의뢰를 한 코슨 라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녀를 죽인 것처럼 위장하려고 한다. 니나가 스스로 손목을 그어 충분하다고 믿을 만큼 피를 흘리도록 해 웅덩이를 고이게 했고, 헤드레스트에 총을 쏴 구멍을 만들었다. 그리고 더 신뢰가 가도록 니나의 두피를 약간 뜯어내 흔적을 만들었다. 니나는 그들의 처분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자신이 죽었다고 라워리가 믿어야만 남편인 더그와 딸 헤일리, 아들 닉이 무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뒤처리가 끝난 후 니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후, 니나는 리아 트렌턴이라는 이름으로 메인주 북부에서 가이드로 살고 있다. 세상과 단절하고 싶은 사람들만 찾아오는, 핸드폰은 터지지 않고 당연히 와이파이도 없는 깊은 산속이었다. 리아는 불안한 과거는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둔 채 개 한 마리, 다정한 연인 에드와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더그만이 알고 있던 위성 통신기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두려운 마음으로 연락을 한 리아는 자신을 이모라 부르는 헤일리와 통화를 하게 된다. 헤일리는 아빠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며, 아빠가 생전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번호로 꼭 연락하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연습까지 시켰다는 말을 했다. 리아는 남편의 사망 소식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이제 고아가 된 자신의 아이들을 먼저 챙겨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 단 한 번도 찾아온 적 없는 이모라 여기는 자신을 적대하는 두 아이를 말이다.

이후 코슨 라워리는 니나 모건이 살아있다는 걸 알고 그녀를 찾기 위해 교도소에서 두 사람을 탈출시킨다.



자신의 생명을 위협당하는 건 너무나 두려운 상황이다. 죽는 것보다 죽임을 당한다는 것 자체가 공포감을 유발하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보다 더 끔찍한 건 사랑하는 가족까지 그 위협을 당한다는 것이다. 내 목숨만을 위협받는다면 그래도 어떻게든 지구 끝까지라도 도망치겠지만, 가족에게 그 화살이 겨눠진다면 내 목숨 따위는 기꺼이 버릴 수 있다. 니나 모건이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녀는 코슨 라워리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기업의 개인 조종사로 일하며 여러 사람들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실어 날랐다. 그러다 끔찍한 범행 장면을 목격한 뒤 라워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려다가 들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됐다. 하지만 라워리가 고용한 킬러들이 고용주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덕분에 니나는 죽음을 위장하고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를 10년 동안이나 만나지도, 연락도 하지 못하게 됐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연한 교통사고로 남편이 사망한 후, 실제로는 고아가 아니지만 법적으로는 고아가 되어버린 헤일리와 닉을 키우게 된다. 죽었다고 믿는 엄마가 아닌 이모로 말이다.
안타까운 건 라워리가 너무나 끈질긴 인간이라 그녀가 다시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라워리는 다른 교도소로 이송될 예정이던 폴라드와 블리크를 탈출시켜 현재 리아로 살고 있는 니나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그녀를 처리하겠다는 듯 살아있는 채로 데리고 오라고 지시했다.
불안에 대한 예감이 극도로 발달한 리아는 오래전 자신이 떠날 수 있게 도와준 램킨 박사에게 연락을 했다. 램킨 박사는 라워리 그룹에 적대적인 블랙웰 가의 댁스에게 연락을 해 자세한 사정을 들려주었다. 라워리에게 받을 보수가 있던 댁스는 리아의 사건에 흥미를 느낀다.

소설은 니나의 죽음을 위장하는 장면으로 시작되어 더그의 사망, 아이들과의 안타까운 재회까지 긴박하게 진행됐다. 등장인물이 어느 정도 추려진 뒤에는 리아와 댁스, 헤일리를 비롯해 리아를 찾으려고 움직이는 두 킬러들의 시점까지 오갔다. 리아나 헤일리 외에 다른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읽는 동안 의문스러움이 머리 위를 동동 떠다녔다. 댁스는 당최 속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리아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 수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폴라드와 블리크는 리아를 찾기 위해 흔적을 되짚어가며 여러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데, 두 사람 중 블리크가 기이할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라 조금 의문스러웠다.
라워리에게서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한 리아는 적대감을 보이는 헤일리를 상대하는 게 버거워 보였다. 아직 어린 닉은 즐거운 무언가를 제시하면 금세 마음이 빼앗겼지만, 사춘기 소녀에 리아와 똑 닮은 딸은 도무지 의심을 지우질 않았다.

리아의 숨통을 조이며 라워리의 킬러들이 턱 밑까지 따라왔을 때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간신히 도망을 쳤지만, 돌발 인물로 인해 위치를 들키게 됐고, 헤일리와 닉 또한 돌발 행동을 하고 말았다. 그래서 후반엔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덕분에 긴장감을 느끼며 스릴을 만끽하며 소설을 읽었다.
등장했을 때부터 예측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들이 결말에 의외의 행동을 보인 게 가장 놀라웠다. 마음속에서 믿었다가 의심했다가를 반복했던 캐릭터들 덕분에 마무리가 잘 된 것 같다. 물론 리아가 아이들을 위해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점이 극적 결말의 가장 큰 구심점이긴 했지만 말이다.

마이클 코리타의 책은 처음 읽은 건데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소설이라 그런지 당연히 영화화도 확정되었다고 한다. 리아와 댁스, 블리크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어떤 배우들이 연기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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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누군가의 총구를 마주할 확률이 높아 보일 때 살아갈 방법은 딱 두 가지였다. 대담하게 살거나, 겁에 질려 살거나. 재미를 보는 쪽은 둘 중 하나뿐이었다. - P212

폴라드와 블리크가 메인주 북부까지 쫓아온다면?
그러면 오히려 폴라드와 블리크가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이 니나 모건을 쫓고 있다고 믿고 있으니, 리아 트렌턴을 마주할 준비는 안 되어있을 테니까.
리아 트렌턴은 니나 모건과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 - P250

니나 모건이 아이들을 위해 죽었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이들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믿었었다.
실수였다.
아이들을 위해 죽는 걸로 충분하지 않다. 그때 알아야 했던 것을 이제야 알겠다. 자식을 위해 죽는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
좋은 엄마란 자식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엄마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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