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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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긴 하지만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비극의 내용을 담은 역사책은 잘 안 읽게 된다.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으며 사셨는지, 나라 잃은 슬픔과 일제의 치욕을 버티며 사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극의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다. 그리고 그 비극을 이겨내기 위해 독립운동으로 저항하고 때로는 격렬한 투쟁을 벌이신 존경스러운 분들이 계셨다는 걸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이 책은 독립운동가분들의 업적을 담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분들도 계셨고, 존함만 알고 있었을 뿐 업적은 잘 몰랐던 분들도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렇게 헌신하신 분들도 계셨구나 하고 처음 알게 된 분들도 있다. 이분들을 소개하게 된 주요 요인은 국내에 세워진 동상의 모델이라는 점이다. 동네에서 오며 가며 볼 수 있는 동상이라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들의 업적과 생애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저항을 강력하게 보여준 분들을 먼저 소개하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는 데 성공하셨다. 사형 선고를 받으시고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셨지만 안타깝게도 끝까지 치졸한 일제의 만행으로 유해가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가 없다. 정말이지 분기탱천할 노릇이다.
대한국민노인동맹단 소속이었던 강우규는 새로 부임한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를 사살하기 위해 환영 자리에 나가 몰래 차고 온 폭탄을 투척했다. 호위하던 일본군 서른일곱 명을 죽거나 다치게 했지만 아쉽게도 사이토 총독은 무사했다고 한다. 그 의거를 실행했을 때 강우규의 나이가 65세였다고 한다. 자리를 피한 강우규는 재거사를 하려다 체포가 되었지만 일제에 비굴하게 굴복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셨다.
일본 외무성의 고용원으로 친일 행각을 펼치던 미국인 스티븐스라는 인간이 있었다.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며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가 되도록 이끈 그를 노리는 재미한국인이 있었다. 바로 전명운과 장인환이었다. 전명운이 스티븐스를 사살하는 데 실패하자, 뒤이어 나타난 장인환이 총을 쏴 목적을 이루었다. 두 분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다는 설이 있는데 진실은 알 수 없는 듯하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서게 된 두 분을 위해 통역을 붙여주고자 하버드에서 공부 중이던 이승만에게 통역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기독교인으로서 살인자를 변호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역시 이 인간은 싹수부터 알아봐야 했다.
영화 <밀정> 오프닝에 잠깐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의 실제 모델인 김상옥과 일왕에게 폭탄을 투척한 이봉창, 그리고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일제의 고위 인물들을 죽거나 다치게 한 윤봉길 의사 등도 소개하고 있었다.

조선 말 권력을 누리던 명성황후의 민씨 일가가 유명하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조카 민영환은 나라의 국운을 걱정하다 을사늑약에 반대하며 자결한 인물이었다. 모든 민씨 일가가 제 욕심만 채우려고 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민영환의 존함만은 꼭 기억해야겠다.
동아일보 3대 사장에 취임한 송진우는 제10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삭제한 사진을 신문에 게시했다.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통쾌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랐다. 이 사건 이후 동아일보는 무기 정간되고 송진우는 사장 자리에서 강제로 끌려내려왔지만 저항은 멈추지 않았다.
독립운동의 큰 어른으로 불리던 이상재는 친일파 이완용과 송병준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망신을 준 일화가 있었다. 나라가 망하게 하는 데 천재들이니 도쿄로 이사 가서 일본을 망하게 하라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어찌나 멋지게 비꼬시는지 속이 후련했다.
이 외에도 손병희, 서재필, 김구, 안창호, 유관순 등 유명하신 분들뿐만 아니라 영국인이지만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를 쓰며 진실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한 베델 등도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잘 알고 있는 을사오적(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 외에 친일파 네 명도 소개했다. 동아일보 사장에서 부통령까지 지낸 김성수, 친일을 한 변절자면서 자신은 독립운동을 했다고 말한 소설가 김동인, 친일은 물론 친나치 행위를 하며 평화롭게 음악가로 살았던 안익태(애국가는 나라에서 인정한 정식 국가가 아니라고 한다!!!), 민씨 일가로 일제강점기의 최대 갑부로 살았던 민영휘였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더러운 이름들이다.



존함은 알았지만 업적은 잘 몰랐던 분들이 많았다. 이 책 덕분에 나라를 위해 애쓰신 분들의 업적과 일생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잘 알려진 분들의 일생에 대해 읽으며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 좋은 점도 있었다.

읽는 동안 괜스레 마음이 울컥해질 때가 많았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렇게 목숨 바쳐 나라를 위해 싸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돌아가신 분들의 삶이 더욱 숭고하게 다가왔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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