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평점 :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영국의 런던.
근처의 건물들 여럿이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을 때, 유일하게 멀쩡한 건물이 하나 있었다. 그 건물의 꼭대기인 5층에는 '바른 만남 결혼 상담소'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결혼 상담소에서는 여러 남녀 회원을 모집해 이상형을 비롯해 성격, 취미 따위를 자세하게 고려하여 서로 맺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미스 아이리스 스파크스와 미시즈 그웬덜린 베인브리지가 그 일을 함께 하고 있었다.
아이리스는 모험심이 강하고 독립적이며 비밀스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었고, 그웬은 영락없이 상류층 부인처럼 보였으나 사람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대단했다. 두 사람은 서로 성격부터 자라온 환경까지 완전히 달랐지만 일하는 데에 있어서는 환상의 파트너였기에 벌써 일곱 쌍의 부부를 맺어줬다.
어느 날 틸리 라살이라는 여성이 그곳을 찾았다. 아이리스와 그웬은 그녀의 이상형을 포함한 여러 관련 사항을 상세하게 조사를 한 뒤에 잘 맞을 것 같은 남성 고객을 찾아내 편지를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녀가 다녀간 뒤 일주일이 지났을 때, 경찰이 결혼 상담소를 찾아왔다. 틸리가 지난밤에 살해당했는데, 결혼 상담소에서 소개해 준 남성이 혹시 용의자일 수도 있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경찰이 방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틸리에게 소개해 준 디키 트로워가 살해 혐의로 체포된다. 디키가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여긴 두 사람은 그를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그의 무죄를 밝혀내고자 한다.
전쟁이 끝난 후, 언제 죽을지 모를 상황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이제 평범하고도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자 괜찮은 배우자를 찾아 결혼을 하려고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괜찮은 이성을 만날 수 있는지 막막했던 이들이 결혼 상담소를 찾았다. 그웬과 아이리스는 서로에게 잘 맞을 것 같은 두 남녀를 맺어주는 일에 제법 능력이 있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타인을 보는 시선이 조금은 다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런 그녀들의 사업이 완전히 망해버릴 수도 있는 사건이 일어나고야 마는데, 여성 회원이 살해된 것도 모자라 용의자가 남성 회원이었기 때문이다. 그웬과 아이리스는 이 사업에 많은 걸 걸었기 때문에 진짜 범인을 찾아야만 했다.
범인을 찾기 위한 과정의 첫 시작은 피해자인 틸리의 뒤를 먼저 캐는 것이었다. 사실 틸리가 상담소를 처음 방문해 남편감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눴을 때, 아이리스는 그녀가 평범하고 정직하게 살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그녀가 변을 당한 뒤 장례식장에 찾아가 친구들과 가까워져 대화를 나누고, 또 다른 자리에까지 조사가 이어지다 보니 비밀이 조금씩 드러났다. 그로 인해 평범한 청년 디키가 틸리를 살해하지 않았을 거라 확신했지만, 경찰은 그 정도 가지고 움직일 리가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틸리의 삶을 더 깊이 파고들어갔고, 한편으로는 디키에게 면회를 가고 그가 하숙하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틸리와 디키의 삶에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의외의 면이 드러나 그웬과 아이리스의 의욕을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그런데 평범한 두 여성이 어떻게 진범을 잡는다는 건지 조금은 막막하게 느껴졌다. 아이리스는 소설 초반에 살짝 드러난 과거에서 전쟁 중에 굉장한 일을 했었다는 뉘앙스가 종종 등장했고, 중반을 넘어섰을 땐 진짜 엄청난 인물이라는 게 밝혀져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반면에 그웬은 상류층 여성이었고, 전쟁 중에 남편을 잃은 뒤 정서적인 충격으로 인해 요양원이라 불리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었다. 퇴원 후에는 하나뿐인 아들의 양육권을 가져간 시부모님으로 인해 그들의 대저택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억압된 면이 보이는 여성이었기에 과연 어떤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조금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의외로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았던 건 역시나 성격 덕분이었던 것 같다. 서로 다르기에 의외로 잘 맞을 수 있었던 그녀들이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어디까지 향해 가는지 함께 따라가면서 예상외로 굉장한 능력을 보여줘서 놀라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결혼 상담소가 아니라 탐정 사무실을 차려도 될 정도였다.
그렇게 진범을 찾기 위한 과정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비밀에 흥미진진했고, 진짜 범인이 밝혀졌을 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라 깜짝 놀랐다. 워낙에 추리력이 형편없어서 범인을 잘 못 찾기도 하지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며 읽다 보니 범인 후보에서 아예 제외한 캐릭터였기에 더욱 놀랐던 것이기도 했다. 소소하게 뒤통수를 친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다.
두 여성이 활약하는 시대물 추리 소설이라는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이리스와 그웬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나면 너무나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도 두 사람의 활약을 담은 시리즈가 3편까지 출판되었고, 작가가 4편을 집필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빨리 후속작들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만약 디키 트로워가 교수대에 매달린다면, 우리가 야심 차게 차린 이 아담한 상담소는 재정적으로 끝장나고 말 거야. 우린 지금 궁지에 몰렸고, 난 궁지에 몰리면 싸우는 쪽이야. 그것도 아주 지저분하게, 손에 잡히는 무기는 뭐든 다 이용해서." - P1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