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교사 야마우라 미쓰코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다. 처음엔 자살이라 여겼지만, 조사 결과 유리창이 유리칼로 잘려있었고 두 조각이 비어있던 초콜릿에서 수면제가 검출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녀의 위에서도 수면제가 나왔다. 유리창을 보면 강도 소행인 것 같지만 집에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다만 그녀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골동품 시계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기에 경찰은 면식범의 우발적 범행일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수사를 시작한다.

이 사건은 당연히 그녀의 학교에 가장 먼저 알려졌고, 수업 시간이 되어도 선생님이 오지 않아 이상하게 여긴 반 학생들이 그다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후 야마우라 미쓰코의 사건을 그녀가 담당하는 5학년 반 학생 신지와 친구들, 동료 교사 사쿠라이, 그녀가 대학 때 만나던 남자 이즈쓰, 그리고 그녀가 가르치는 학생의 학부모이자 만나던 남자가 차례로 추리를 해본다.



젊고 예쁘고 다정한 선생님이 죽었다. 알고 보니 살해를 당한 것 같다. 의문스러운 마음이 든 신지가 앞자리 친구 시바노와 똑똑한 반장 야마나, 그리고 야마나와 친하게 지내는 무라세와 함께 추리를 하는 모습으로 본격적인 사건에 접어들었다.
사실 5학년 아이들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너무 어린아이들이라 뭔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본 것을 흉내 내며 탐정 놀이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네 명의 아이들 사이에 단연 똑똑하고 냉철한 야마나가 있었기 때문인지 의외로 날카로운 면이 종종 드러나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본 시선에 충격을 준 셈이었다.

아이들은 야마우라에게 초콜릿을 선물로 준 난조 선생과 몰래 사귀었다는 사쿠라이 선생이 복수를 한 것이라 결론냈었다. 그리고선 아이들의 시점은 끝이 났고 바통을 사쿠라이가 이어받았다. 이전에 읽은 추리 소설과는 전혀 다른 진행 방식이 새로웠다.
사쿠라이의 시점을 읽으면서 이 소설은 범인을 찾는 게 아니라 살해당한, 혹은 사고사일지 모르는 야마우라가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나 다른 얼굴을 보여줬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본 야마우라 선생님은 친절하고 예쁜 사람이었다. 그녀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았을 만큼 돋보이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동료 교사 사쿠라이의 입장에서 본 야마우라 역시 아이들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가 너무 착하고 예뻐서 상대적으로 자괴감이 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사쿠라이는 순간적으로 야마우라가 죽어서 이제는 안 봐도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못난 생각을 바로 반성하고 사죄하기 위해 범인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긴 하지만 말이다.
야마우라 미쓰코가 학교에서 보인 모습이 천사와 같았다면, 사귀는 남자에겐 완전히 팜므파탈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게 반전이었다. 대학 때 만난 이즈쓰는 그녀와 헤어진 지 좀 되었고, 현재 만나는 여자친구도 있었지만 미쓰코에게서 벗어나질 못했다. 미련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사쿠라이는 그가 야마우라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시점의 주인공은 존재만으로도 충격을 안겼다. 학교 교사가 가르치는 반 학생의 아빠와 내연관계라니 너무 놀라웠다. 처음에 아이들의 시점으로 진행될 때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라 반전이라고까지 느껴졌다.

여느 소설과는 달리 범인이나 반전에 포인트를 두지 않고, 한 사람의 여러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프리즘이라는 소설의 제목을 아주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미쓰코를 완벽하게 파악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미쓰코는 때로는 다정했고 때로는 오만했으며, 때로는 풍부한 지성을 자랑했고 때로는 제멋대로였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쓰코는 만날 때마다 다른 사람 같았다. - P245

도대체 누가 미쓰코를 죽였을까. 죽기 전에 미쓰코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다만 어렴풋이 미쓰코를 죽인 사람은 남자일 것이라는 감이 들었다. 한 번이라도 미쓰코의 매력에 사로잡힌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반드시 미쓰코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감정을 품기 마련이니까.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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