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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아홉 살 자이는 엄마, 아빠, 누나 루누와 함께 빈민가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 가난한 게 불편하긴 하지만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걸 신경 쓰기엔 자이가 아직 어린 걸지도 몰랐다. 자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건 TV 수사물이었다. 가난해서 딱히 뭘 할 게 없었던 자이가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였다.
그러던 어느 날, 빈민가에 살던 바하두르가 사라진다. 동네 어른들은 걱정을 했지만, 자이와 같은 반이었던 바하두르의 아버지가 유명한 술주정뱅이였기 때문에 가출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바하두르의 친구 옴비르도 사라지고, 이후로도 빈민가에 사는 여러 아이들이 없어졌다.
자이는 수사물을 즐겨본 자신의 감을 믿고 친구 파리, 파이즈와 함께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로 한다.
외적으로는 계급이 사라진 세상이 온 지 오래되었지만, 알게 모르게 계급은 존재한다. 예전엔 그 계급이 신분이었다면, 요즘엔 재산이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눈다. 재산으로 계급을 나누는 것과는 별개로 인도에서는 카스트 제도로 인해 그 빈부격차가 더욱 도드라질 것이다.
이런 사회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자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아니면 철이 없어서 그런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친한 친구인 파리가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라도 되려고 하는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달리기를 잘하는 루누 누나가 육상 대회에 나가 우승해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여자의 삶을 거부하던 것과도 달랐다. 자이는 세상 돌아가는 것보다는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런 성격을 가진 자이가 빈민가 아이들의 실종 사건으로 꼬마 탐정이 되어 수사를 시작했다. 학교를 가야 하는 학생이었고, 가난하기 때문에 수사에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지만, 자이는 나름의 주관을 가지고 사라진 아이들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처음엔 아이들이 사라진 사건을 단순 가출로 여겼으나 나중엔 그게 아님을 알고 사건이 점점 심각해졌다. 빈민가의 힌두교도 아이들이 사라졌다가 나중엔 이슬람교 아이들까지 사라졌고, 너무 어려서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까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빈민가를 좋게 보지 않는 경찰들로 인해 신고를 했다가 빈민가를 밀어버릴까 봐 마을 사람들은 전전긍긍해 했고, 자이의 엄마는 언제든지 집을 떠날 수 있도록 짐을 싸서 문 옆에 놔둘 정도였다.
인도에서 벌어지는 사회적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종교 갈등과 빈부격차, 도시를 가득 메운 스모그로 인한 환경 문제, 그리고 너무 어린아이들이 일을 하고 착취당하는 등의 온갖 세태가 당연하다는 듯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걸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가 안일하게 느껴졌다. 그랬기에 아이들이 계속해서 실종이 되는데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다 설마 사라질까 싶었던 캐릭터마저 실종이 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전까지 실종된 아이들은 자이와 직접적인 친분이 있다고는 할 수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그 캐릭터는 너무 가까운 존재라 제발 무사히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간절함을 배반이라도 하듯 상황은 현실적으로 이어졌다.
인도에서는 이런 일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가진 게 없는 가난한 아이들은 사라져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는가 보다. 태어날 때부터 소외되고 불안함을 안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가혹하게 느껴졌다.
아홉 살 자이가 주인공이었지만 내용은 한없이 무거워서 도무지 즐겁게 읽을 수가 없었다. 제발 아이들은 걱정 없이 평범하게, 안심하고 살아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어릴 때 죽는다면, 그 사람은 완전한 인생을 살다 간 걸까, 아니면 절반만 살다 간 걸까, 그것도 아니면 살았다고도 할 수 없는 걸까? - P399
"우리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우리 잘못인 거지. 우리 집에서 티브이가 사라지면 우리 중 누가 훔친 거고, 우리 중 누가 살해되면 우리끼리 싸우다 죽인 거고." - P198
"오늘이든 내일이든, 인간은 누구나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될 거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넝마주이 대장이 말한다.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늙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고. 하지만 그들조차도 어느 순간에는 깨닫게 될 거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언젠가는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는 걸. 우린 이 세상에서 한 점의 먼지에 불과해. 햇빛을 받으면 한순간 반짝이다가 곧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먼지.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라."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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