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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미챠의 재판을 앞두고 알료샤는 스네기료프의 아들 일류샤를 찾았다. 마침 일류샤를 놀리고 외면하던 콜랴와 그의 친구들도 찾아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낸다. 일류샤가 병에 걸려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반은 미챠를 찾아갔다가 스메르쟈코프에게도 찾아간다. 미챠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이반은 스메르쟈코프의 말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진다. 자신이 스메르쟈코프에게 사주해 아버지를 죽인 것인지, 아니면 믿고 있던 것처럼 미챠가 죽였는지 말이다. 반면에 알료샤는 큰형이 아버지를 죽인 게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후 미챠의 재판이 열리게 되는데, 귀족은 물론이고 그 지역 사람들 모두 사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
존속 살해라는 크나큰 죄를 지은 미챠의 재판에서부터 3권이 시작될 거라 예상했지만, 엉뚱하게도 알료샤가 잠깐 마주쳤었던 일류샤와 그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3권이 시작됐다. 아직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 콜랴와의 대화를 통해 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알고 싶지 않았던 사람의 속내를 엿본 기분이라 조금 불쾌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알료샤와 콜랴의 대화가 3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엔 이반과 알료샤가 각각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미챠의 죄에 대해,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그의 탈출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이어졌다. 큰형의 죄를 두고 둘째는 유죄, 막내는 무죄라고 여긴 것은 평소에 미챠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었다. 신을 믿으며 선함을 온몸으로 보여줬던 알료샤와 모든 사건에서 약간은 떨어진 채 관망하던 다소 냉소적인 이반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다 스메르쟈코프를 통해 이반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버지의 죽음을 사주했느냐 아니냐에서 시작된 논쟁은 미챠의 유무죄로 이어졌고, 급기야 이반은 섬망 증세까지 나타나 자신 안의 악마와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이반은 자기도 몰랐던 속내를 스메르쟈코프에게 들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미챠와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했겠지만 본심은 흡사할지도 몰랐다. 어찌 됐든 참아주기 힘든 표도르 카라마조프를 같은 아버지로 둔 아들이었으니 말이다.
본격적으로 미챠의 재판이 시작되면서 소설을 읽기가 버거워졌다. 변호사와 검사 각각 주장을 펼치는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좀처럼 집중이 안 됐다. 몇 십 페이지 가량 의식의 흐름대로 자기주장을 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그러면서 2권까지는 미챠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여겼는데, 3권에 이르러서는 대체 누가 죽인 건지에 관한 의문만 잔뜩 생기게 해놓고 정작 제대로 된 답은 해주지 않아 답답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미챠나 스메르쟈코프나 정확한 답은 하지 않고 긴가 민가 하게 만들어서 갈수록 의문만 생겼다. 결국 미챠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실은 그가 죽인 게 아니라 스메르쟈코프라고 한다. 이것도 해설을 읽고 알았다. 본문에 확실히 나왔을 수도 있지만 읽다 보니 머릿속에 잡생각만 많아져서 인식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는 악이 당연하다는 듯 존재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알료샤와 대화를 하던 어린 소년 콜랴가 그랬고,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으며 실제로도 위해를 가한 미챠, 아버지와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으론 경멸했던 이반이 있었다. 스메르쟈코프는 물론이고 미챠의 약혼녀 카체리나,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받은 그루셴카까지 선하면서도 악한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미챠의 재판을 보러온 사람들은 그가 존속 살해를 저질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 재판이 더없는 활기를 띤 것이었다.
소설 속에서 알료샤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그런 면이 정도에 따라 드러났던 걸 보면 보편적인 인간은 선하고도 악한 마음이 존재하기 마련인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알료샤가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갈수록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렀던 소설이라 재미있진 않았다. 2년 전에 <전쟁과 평화>를 읽을 때도 갈수록 흥미를 잃었었는데, 러시아 소설과는 잘 안 맞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내 이해력이 모자란 탓도 있을 듯하다. 그냥 읽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겠다.
언젠가는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재미있는 책을 좀 읽어야겠다.
"아무도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도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 이 뒤죽박죽 카라마조프 집안의 특성인데, 대체 누가 그들 중에서 잘못한 자를 가려낼 수 있으며, 그들 중 누가 누구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 어떻게 계산해낼 수 있겠습니까?" - P311.312
"나는 말이에요, 알료샤, 이따금 끔찍하게 많은 악한 짓과 온갖 더러운 짓을 닥치는 대로 저지르는 생각을 하곤 해요, 오랫동안 몰래 그런 짓을 하는 거죠, 그러다가 갑자기 다들 알게 되는 거예요. 다들 나를 에워싸고 손가락질을 해대면, 나는 태연히 그들 모두를 바라봐주는 거죠. 정말 기분좋아요." - P143
"지금 제가 ‘그 밖의 무슨 다른 것‘이라고 한 건, 도련님 자신도 그때 어쩌면 부친의 죽음을 간절히 바랐을 거라는 뜻입니다. (……중략) 직접 죽이는 건─도련님이 제 손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었을 테고, 더구나 원하지도 않았지만, 다른 누가 죽여주길, 그렇게 해주길 원했을 테죠, 도련님은 그걸 원했던 겁니다요." - P208.209
"우리의 본성은 온갖 가능한 모순을 함께 품을 수 있고, 두 개의 심연을, 즉 우리 위에 있는 심연, 드높은 이상의 심연과 우리 아래에 있는 심연, 가장 저열하고 악취를 풍기는 타락의 심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중략) ‘이 방종하고 걷잡을 수 없는 본성을 지닌 그들에겐 드높은 고결함의 느낌만큼이나 저열한 타락의 느낌이 꼭 필요하다‘는 말씀─이것은 참으로 옳습니다. 정말로 그들에겐 이 부자연스러운 혼합이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필요합니다. 두 개의 심연, 여러분, 동시에 두 개의 심연─이 느낌이 없다면 우리는 불행하고 만족을 얻지 못하며, 우리의 존재는 충족되지 못합니다." - P37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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