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 대중문화 속 과학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대중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3
박재용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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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제목만 보고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제목에 언급된 <엑스맨> 시리즈를 비롯하여 여러 영화들 속 과학 이야기를 쉽게 풀어냈고, 영화에 등장한 장면이나 상황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영화 설정상의 오류를 바로잡아주기도 했다.





 

가장 먼저 소개한 과학적 사실은 영화 <쥬라기 공원>이었다. <쥬라기 공원>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공룡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던 티라노사우루스는 사실 백악기 후기(6,700만 년 전~6,500만 년 전)에 살았다고 한다. 쥬라기(바른 표기: 쥐라기)는 1억 8천만 년 전에서 1억 3500만 년 전 시대라고 하니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큰 셈이다. 사실과는 다른 오류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해 그렇게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백악기 공원보다는 쥬라기 공원이 입에 더 착 붙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 덕분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은 공룡에게 깃털이 있었다는 것이다.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서 보온을 위해 깃털이 있었던 거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수컷 공작의 꼬리가 화려한 것처럼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수컷 공룡들에게 깃털이 있었을 거라 추정하기도 한다.

영화 <엑스맨>에서는 여러 돌연변이 히어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돌연변이라 하는 것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크건 작건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성인의 세포는 약 30조 개 정도 되는데 그중 극히 일부는 매일 DNA가 파괴되거나 왜곡되는 돌연변이를 겪게 된다. 매일 먹는 음식물이나 태양의 감마선, 공기나 면역 반응 과정에서 나타나고, 돌연변이 세포는 주변의 면역세포에 의해 사라지고 대체된단다. 세포가 사라지지 않고 대체되지 않으면 암세포가 되거나 종양이 되기도 한다. 1조만 되어도 얼마나 많은 건지 가늠할 수 없는데 30조 개나 되는 세포가 있다고 하니 매일같이 분열하고 왜곡되는 게 이해가 됐다.

지구 종말 영화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했다. 여러 원인으로 지구, 인류가 멸망하게 되는 가상 시나리오가 있지만, 작가는 영화 <투모로우>의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본단다. 외계인의 침공 같은 건 아무래도 현실성이 없다고 느껴지긴 한다.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확실히 밝혀진 게 아니라서 말이다.
멸종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며 환경 변화로 인해 지구에 사는 생물들이 거의 멸종했었던 다섯 번의 위기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었다. 빙하기로 인한 오르도비스기 대멸종과 데본기 대멸종, 화산 분화로 인한 페름기 대멸종 등이 있었다. 우리가 하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은 페름기 대멸종에 천 분의 일, 만 분의 일도 안 되는 규모라고 하니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대멸종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환경 문제가 심각하고 그로 인해 지구가 병들어 가서 빙하기나 화산 폭발, 지진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경각심이 생긴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세계적으로 기후 문제가 심각해서 더욱 그렇다.



 

사이보그, 인공지능에 관한 주제 역시 흥미로웠다. 영화에서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설정인데 현실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도 있단다. 그중 하나는 사람의 뇌만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마인드 업로딩"이다. 뇌는 약 1천억 개의 뇌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많은 신경들과 복잡하게 얽힌 구조이기 때문에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로 신체가 절단된 사람들에게 로봇팔을 이식해서 적응하게 하는 데에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겼다고 할 수 있는 뇌를 그렇게 단순하게 컴퓨터로 옮긴다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한 25세기쯤 되면 실현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그때까지 멸종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재미있게 본 마블 시리즈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냉동 기술에 대해 말하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는 냉동됐던 캡틴 아메리카를 해동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사람을 냉동시키려면 일단 사망 선고가 내려져야 한단다. 그런 후에 호흡과 혈액 순환만 되게 만든 다음 피를 모조리 뽑고, 갈비뼈를 분리하고, 몸 안의 모든 체액을 빼낸 다음 특수 용액을 주입해야 한다. 이쯤 되니 냉동 "인간"이 아니라 신체를 냉동 보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놀랍게도 1972년부터 냉동인간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에서 실행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알코어 재단에서는 뇌가 한 인간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여겨 뇌 보존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단다. 인간을 이렇게까지 만들어도 다시 깨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냥 죽는 게 마음 편할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엔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했었던 감정을 주제로 동물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주입된 명령 외에 스스로 행동하고 움직이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고 여기는 건 당연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다고 봤단다. 그러다 1970년 대에 고든 갤럽이라는 미국의 심리학자의 실험을 통해 침팬지 같은 동물에게도 인격이 있다며 "비인간 인격체"라 부르게 됐다. 그리고 로봇, 안드로이드에 대해 인간의 입장에서 본 윤리적인 문제와 일상의 편리를 위해 지켜야 할 선에 대해 말하던 부분이 있었다.



영화와 과학을 주제로 이야기해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지식을 얻었고, 잘못 알고 있던 것도 바로잡아주는 책이라 교육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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