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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평점 :
플린트 시티라는 어느 소도시 공원에서 열한 살 소년 프랭크 피터슨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아이의 신체 일부분이 무언가에 물어뜯긴 것처럼 사라져 있었고, 성폭행의 흔적인 듯 능욕당한 흔적이 분명히 있었다. 사건을 맡은 랠프 앤더슨 형사는 공원에서 아이를 처음 발견한 목격자를 시작으로 그날 프랭크 피터슨을 본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듣는다. 오후부터 사건이 일어났을 저녁 시간까지의 행적을 되짚어본 결과, 영어 교사이자 지역 리틀 야구단의 코치를 맡고 있는 테리 메이틀랜드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확신한다. 오후에 프랭크를 흰색 밴에 태우고, 저녁엔 피범벅이 된 옷을 입고 나타났으며, 수상한 느낌을 풍겼다는 여러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도출한 결과였다.
그래서 랠프는 야구 시합이 벌어지고 있는 경기장에 찾아가 마을 사람 1000여 명 이상이 모인 자리에서 테리를 공개적으로 체포한다. 작은 마을에는 테리가 프랭크를 죽였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방송국 기자들이 테리의 집 앞에 찾아와 진을 치는 바람에 그의 아내 마시와 두 딸들은 고통스러워했다. 체포된 테리는 결백을 주장하며 변호사 하위 골드를 불렀다. 랠프는 테리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사체에 남은 DNA와 지문 등이 영락없이 테리의 것이었기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프랭크가 살해당하던 날 테리가 동료 교사들과 함께 먼 거리에 떨어져 있던 도시에서 학회에 참석했고, 숙박한 호텔 CCTV며 학회 영상 속에서도 그의 모습이 찍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혼란에 빠진다.
프랭크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날 마을의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테리는 범인이 분명해 보였다. 아이를 밴에 태우고 피에 흠뻑 젖은 옷을 입고선 코피가 났다고 둘러대는 모습이 영 수상했다. 작은 마을이라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물어보고, 이전에도 종종 마주쳤던 사람의 호칭을 난생처음 보는 사람인 양 부르는 것에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과학 수사의 결과물이 테리가 범인이라고 분명히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서 랠프는 테리를 체포하고 범행을 자백하라고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아니라는 것이었다. 범인이 늘 그런 대답을 한다는 걸 랠프는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역시나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테리가 그 시각에 먼 도시에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한 사람이 두 공간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게 이 지구의 명백한 진실이었지만, 프랭크 사건에서 테리는 이 마을에 있기도 했고 다른 도시에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기도 했다. 정말이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수사를 진행시키고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법원에 도착한 날, 또 다른 비극이 벌어졌다. 프랭크의 가족들이 막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장례를 치른 후, 프랭크의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프랭크의 형은 법원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테리를 총으로 쐈고, 총소리를 듣고 그를 보호하려던 랠프가 프랭크의 형을 쐈다. 졸지에 가족 모두를 잃은 프랭크의 아버지는 새벽에 뒷마당 나무에 목을 매달았다가 이웃에게 발견됐지만 뇌 기능이 마비되었다. 비극이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
테리가 범인이 맞는 것 같다가도 결백한 것 같았는데, 사건이 여러 사람의 죽음을 만들어낸 이후에는 대체 무엇이 이들을 죽게 만든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두 공간에 존재하는 한 사람이라는 명확한 사실 때문에 그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는 건 확실해 보였다. 과학수사를 철석같이 믿었던 형사 랠프도 이쯤 되니 그 존재에 대해 의심스러워졌고, 랠프의 아내 지넷이 당연하다는 듯 초자연적인 존재라고 했다. 잘 알고 지냈던 선량한 테리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이 남아있던 랠프는 테리의 변호사 하위, 하위의 수사관 알렉, 유능한 경찰 유넬 등과 사건을 다시 조사해보기로 한다.
알렉이 도움을 받기 위해 전에 알던 유능한 탐정 빌 호지스에게 연락하자, "파인더스 키퍼스" 사무실을 지키던 홀리 기브니가 전화를 받아 그의 죽음을 알리고 테리 사건에 공조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캐릭터의 등장이었다. "빌 호지스 시리즈"에 등장한 홀리는 우울증, 대인기피증이 있는 캐릭터지만 빌 호지스를 만난 후 그녀의 비상한 두뇌 덕분에 사건을 해결했었다. 그 시리즈에서 과학적으로 믿기 어려운 경험을 했던 홀리였기에 이번 사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예감했다.
홀리가 1권 말미에 등장한 후, 2권에서는 테리와 거의 흡사한 사건이 다른 지역에서 일어났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범인과 테리가 만났을지도 모를 접점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본격적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읽는 내내 재미있어했고 홀리가 등장했을 때부터는 반가우면서도 신이 났다. 그녀가 보여줄 활약이 기대가 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그 존재 "이방인(outsider)"의 입장에서도 상황을 보여주기 시작했을 땐 무시무시한 느낌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이방인이 어떻게 다른 사람 앞에 나타나는지, 숙주를 어떻게 조종하는지 보여줬다.
평범한 사람들과 초자연적인 이방인이 본격적으로 대립하던 소설 후반에는 과연 선한 쪽이 이기는 결말일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의 나쁜 감정을 먹고 사는 그 존재는 믿음과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절대 이길 수 없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긴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모든 게 잘 끝났고 세상을 떠난 테리 역시 억울한 누명을 벗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역시나 재미있다. 이번엔 반가운 캐릭터도 등장해 마지막까지 활약을 보여줘서 더 즐거웠다.
"비유를 벗겨내면 뭐가 남겠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남지. 그러니까 내가 묻고 싶은 건 단순해. ‘두 명의 테리‘라는 수수께끼의 유일한 해답이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면?" 1권 - P292
"그게 나에게는 비유하자면 테리 메이틀랜드예요, 빌. 멜론은 겉보기에 멀쩡했어요. 물컹하지도 않았고. 껍데기도 흠집 하나 없었어요. 벌레들이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는데 들어간 거예요. (……중략) 우리가 망쳤어요. 아주 제대로. 겉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캔털루프 멜론을 샀는데 온 마을 사람들 앞에서 갈라 보니 안에서 구더기들이 득시글거렸죠.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는데 들어가 있었어요." 1권 - P285
"그를 놓치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프랭크 피터슨을 죽일지 생각해 봐요. 애들은 자기가 아는 사람인 줄 알고 따라갈 거예요. 아니면 하워드 자매가 그랬던 것처럼 친절하게 보인다고 생각해서. 저 안에 있는 괴물, 그러니까 저 사람이 지금 보호하려는 괴물인 줄 모르고요." 2권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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