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
로미 하우스만 지음, 송경은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한나.
엄마가 오두막을 뛰쳐나간 뒤 교통사고가 나자, 한나는 구급차에 함께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가 심하게 다쳐 수술을 받는 동안 한나는 간호사의 보호를 받으며 엄마를 기다렸다. 간호사는 한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지루하지 않게 스케치북을 가져다주며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한나의 대답이나 그림이 조금 이상하자 간호사는 정신과 전문의 함슈테트 박사를 불렀다. 한나는 어른들이 멍청하다는 생각을 하며 오두막에 혼자 남아 바닥에 남은 자국을 지우고 있을 남동생 요나단을 떠올린다.

마티아스.
14년 전, 대학생이던 딸 레나가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사라져버렸다. 마티아스와 아내 카린, 그리고 마티아스의 친한 친구이자 경찰인 게르트가 레나를 찾기 위해 애를 쓰며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렸지만 딸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티아스는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체코 국경 근처에서 레나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여자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왔다는 연락을 받는다. 함께 가자는 게르트를 기다리지 못하고 급하게 병원으로 향한 마티아스는 마침 수술을 끝낸 그 여자를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레나와 상당히 비슷한 외모를 가지긴 했으나 자신의 딸이 아니었다. 실망스러움을 차마 감추지 못하던 마티아스와 카린은 어렸을 때의 레나와 꼭 닮은 아이가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레나라 불린 야스민.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두막에 갇혀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역할을 하며 살았던 야스민은 내내 레나로 불렸었다. 남자에게 저항을 해보기도 했지만 통하지 않았기에 기회만 노리던 그녀는 마침내 오두막을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수술을 받아야 했고 어느 정도 회복한 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온 이후에도 밖을 나가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하게 남은 야스민은 집에 찾아오는 이웃, 누군가가 놓고 간 편지 등으로 인해 두려움이 점점 커져간다.



14년 전 실종된 레나 사건을 중심으로 세 사람의 시점이 오가는 소설이었다. 딸을 잃은 슬픔에 14년 동안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아빠 마티아스, 레나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아내, 엄마 행세를 해야 했던 야스민이 있었다. 그리고 오두막에서 태어나 세상 밖으로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한 채 그곳을 전부라고 알고 살았던 13살 소녀 한나의 시점도 등장했다. 마티아스나 야스민은 피해자의 입장이었기에 어떤 행동이나 반응을 보일지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나는 오두막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변수가 될 것 같았다. 아이가 간혹 아이답지 않게 섬뜩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야스민이 오두막을 탈출하고 한나가 따라오면서, 그리고 마티아스가 연락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이 진행됐다.
초반엔 한나의 시점이 주로 등장해 오두막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야스민을 납치한 남자는 누가 봐도 권위적인 인간이었지만 아이들은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가 잘못했기 때문에 혼나는 거라고 당연하게 여겼다. 한나는 은연중에 사람들을 얕잡아 보기도 했는데, 그건 아무래도 아빠라는 인간에게서 보고 배운 것인 듯했다. 아이의 정신 상태가 상당히 우려됐고, 때로는 섬뜩하게 보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한나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마티아스는 오랫동안 딸의 행방을 모르고 지냈지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레나와 닮은 여자가 병원에 실려왔다는 전화에 단번에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한나가 당연히 레나의 딸이라는 DNA 검사 결과를 받은 뒤에는 아이에게 이제라도 할아버지 노릇을 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야스민은 납치, 감금되어 레나라고 불리며 강간을 당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병원에 있어야 했지만 그녀는 퇴원을 했고,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집 밖으로 나가질 못했다. 야스민에게 평범한 부모나 이웃, 친구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안타까워 보였다.

소설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오두막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드러난 이후에는 범인이 누구인지에 관한 것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읽는 동안 의심스러웠던 인물이 딱 한 명 있었는데, 그가 보이는 모습이 집착, 광기처럼 느껴져서 이건 절대로 평범한 감정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습이 점점 더 비정상적으로 느껴져서 범인일 거라 확신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촉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 당연히 틀렸다.
범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캐릭터라 놀라웠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 사람이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한 사람은 배신을 당하는 와중에도 어쩔 수 없이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퇴원 후에 야스민에게 일어난 일 역시 범인으로 인해 일어났던 일이었다.
여러모로 놀라운 범인이었는데 레나에 관한 진실 역시 밝혀져 다시금 충격을 줬다. 그런 와중에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그 사실로 알 수 있었다. 당연한 것이기도 했지만 안쓰럽기도 했다.

범인은 그가 저지른 범죄에 합당한 벌을 받았다는 점에서 시원한 결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결말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결말만은 아니길 바랐기 때문에 씁쓸했다.
모든 게 다 끝난 이후 생각해 보니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 스릴러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딸을 포기하지 않는 마티아스는 물론이고 처참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를 지켰던 레나, 그리고 끔찍한 지옥 속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들이 아닌데도 보살펴줬던 야스민까지 아이를 향한 부모, 어른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이 리뷰는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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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돌아갈 집이 없어. 이제부터 여기가 바로 당신 집이야." - P117

레나, 당신과 나는 같은 배를 탄 거야. 나를 마음 깊이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당신밖에 없어.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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