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러블리 와이프
서맨사 다우닝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잘생기고 체격 좋은, 매력적인 보조개까지 있는 남자가 바에서 어떤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다. 남자는 핸드폰에 할 말을 적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자신은 토비아스이고 청각장애인이라고 쓰여있었다. 페트라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지만, 토비아스는 괜찮다는 듯 핸드폰을 이용해 대화를 이어갔다. 말이 잘 통했는지 페트라는 토비아스를 집에 데려가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다.

 

토비아스는 페트라의 집에서 나와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남자의 이름은 토비아스가 아니고 당연히 청각장애인도 아니다. 페트라에게 말한 내용 중 진실은 하나도 없다. 남자의 집에는 결혼한 지 15년이 된 아름다운 아내 밀리센트가 기다리고 있다. 남자는 아내에게 오늘 만난 상대가 적당하지 않다는 말을 한다. 두 사람은 타깃을 물색하고 정해서 여자들을 살해하는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있다.

 

 

 

마지막까지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남편과 아내 밀리센트는 쿵짝이 잘 맞는 커플이었다. 10년이 넘도록 결혼생활을 하고 10대 초반의 아이가 둘이나 있었어도 신혼처럼 서로를 사랑하는 관계였다. 거기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미쳤다고 생각할만한 살인을 함께 저지르고 있었다. 여자들을 찾아내는 건 남편의 일이었고, 남편이 찾아낸 여자들을 죽이는 건 밀리센트의 몫이었다. 살인을 하면 할수록 부부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걸지도 몰랐다.

그들의 첫 살인은 밀리센트의 언니 홀리였다. 어렸을 때부터 밀리센트를 괴롭히고 상처를 냈지만 부모는 어린 딸이 부주의한 탓이라 여겼는데, 10대 중반에 몰래 차를 끌고 나가 조수석에 앉은 동생을 죽이려 했다는 증거가 밝혀져 정신병원에 갇혀있던 사람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사회에 나올 수 있게 된 홀리가 밀리센트를 찾아 집에까지 오자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그녀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첫 살인 이후 두 사람은 맛이 들렸는지 그렇게 살인을 이어나갔다.

 

태까지는 들키지 않았지만 1년 전 실종된 여자가 최근에 발견되면서 긴장하게 만들었고, 그 여자가 최근까지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남편은 밀리센트가 이제껏 알던 사람과는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을 거라 의심한다. 작은 의심이 돈독하게 쌓아올렸던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가게 만든 것이었다. 한 번 시작된 의심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고,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커져만 갔다.

이 와중에 자신들의 살인을 과거에 사라졌던 연쇄살인범에게 뒤집어 씌운 부부의 계획은 딸 제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아들 로리는 이따금 밤중에 나가는 아빠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라 의심하기도 했다. 오로지 흥분, 아드레날린의 분출이라는 흥미로 시작된 살인이 가족을 붕괴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 남편이 토비아스, 청각장애인, 회계사라고 하며 여자들을 물색하는 모습에서 언젠가는 들킬 거라고 생각했다. 이름이나 직업으로 사람을 찾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굳이 청각장애라는 잊기 어려운 특징을 이용하여 여자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었다. 토비아스가 접촉한 여자들이 청각장애인이라고 하면 경계심이 허물어졌기 때문에 그랬던 걸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들켰을 때를 예상했다면 그래선 안 됐었다.

아니나 다를까 후반에는 당연히 그 특이점이 남편의 발목을 잡았는데, 그걸 이용한 사람의 정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헉 소리가 절로 났다. 한편으로는 홀리가 등장했을 때 예감하던 부분도 있었다. 스릴러 소설을 제법 읽어서 그런가 머리가 좋은 나쁜 인간은 결말 직전까지는 내내 들키지 않으며 진짜 속내를 모두에게 숨긴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의심이 현실이 되어 위기가 있었으나 어쨌든 결말은 잘 끝났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을 읽고선 이 인간도 제정신이라고 볼 수는 없구나 싶었다. 역시나 쿵짝이 잘 맞았던 관계였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책을 읽기 전 니콜 키드먼이 이끄는 제작사에서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한 걸 알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니콜 키드먼을 상상했다. 소설 속 밀리센트와 나이대는 다르긴 하지만 아름다운 살인자라는 설정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가 밀리센트 역할을 할지, 이름도 모르는 남편은 누가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만들면 흥미롭고 섹시한 스릴러가 될 것 같다.

 

 

 

"이제 와서 양심이 생겼어?"
"난 항상 양심이……."
"아니.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또 그녀의 말이 옳다.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려 했을 때, 나는 양심이 없었다. - P52

이상했다. 로빈의 살해 장면을 머릿속으로 되돌려 볼 때의 느낌도 그랬다. 그럴 때마다 그날이 너무나 환상적이었다는, 우리가 하나가 되어 우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을 멋지게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근사했다. - P142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 너무나 많다. 내게도 비밀이 있다. 밀리센트라고 비밀이 없으라는 법이 있나?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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