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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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대놓고 연애소설이라는 걸 밝히는 이 책은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짧은 이야기들이 여러 편 실려 있었다. 나이도 초등학생부터 사회 초년생, 사회에 익숙해진 직장인, 40~50대는 물론이고 70대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도 있었다. 모두들 각자의 이름이 있었고 사연 또한 가지각색 정말 다양했다. 풋풋한 사랑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고, 기다림에 지쳐 이별을 고할 때도 있었다. 때로는 시작도 하기 전에 파투가 난 사람들이 있었고, 진짜로 헤어지나 싶었는데 그럴 일은 없다는 걸 보여준 커플도 있었다.

 

어쩌면 우리 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상황이나 감정적인 면에서 공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중 한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친구에게서 들었다거나 혹은 전 연인과의 일화가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길을 지나가다가 무심코 마주친 사람들에게서 이 소설에 담긴 짧은 이야기들 중 비슷한 것을 언뜻 들었을 수도 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오래된 옷을 말도 없이 버렸다는 것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사건으로 당장 집을 나가 대학가 근처에 싼 원룸을 얻은 아버지를 찾아간 자식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는데, 짧은 페이지가 흐르는 동안 어머니, 아버지가 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애정이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는 두 분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70대의 사랑이란 이런 거라고 보여줬다.

 

초등학교 첫사랑과 재회한 50대의 이야기는 웃으면 안 되는데 웃긴 상황이었다. 극장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경찰서에 끌려갔을 줄은 몰랐을 거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주인공만 억울한 상황이 됐다.

 

웃기고 재미있는, 그리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두 사람 사이에 공통적으로 흐르지만 그 깊이가 늘 같은 건 아니다. 오랜 연인 사이도 그랬고 부부 관계도 그랬다. 무심함을 바탕으로 깊이가 달라지는 감정의 골은 한쪽만 느끼는 것이라는 게 왠지 씁쓸했다. 말을 해줘도 모르는 타입의 사람들이라 답답하기도 했다.

 

 

 

짧은 이야기만 여러 편 담겨있어서 틈날 때마다 한두 편씩 읽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킥킥 웃으며 읽다 보니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가볍게 읽을거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딱 좋은 책이었고 여러 번 웃게 만들었지만, 때로 무게감 있는 내용도 있었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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