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아담 미친 아담 3부작 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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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공 감옥에서 나온 죄수들에게 인질로 붙잡힌 아만다, 아만다를 구하기 위해 렌과 함께 나선 토비, 그리고 크레이커들과 지내며 자신을 유일하게 생존한 인간이라 여겼던 눈사람 지미가 한자리에 만나게 됐다. 눈사람 지미가 총을 쏘기 직전에 토비와 렌은 다행히 그를 막을 수 있었고, 아만다는 고통공 죄수들에게서 빠져나온다. 죄수들을 붙잡아 묶어뒀는데 갑자기 나타난 크레이커들이 풀어주는 바람에 도망가 버리고 만다. 한쪽에 놔둔 총도 가지고 가버렸다. 토비는 나쁜 놈들을 죽이지도 살려두지도 못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도망친 죄수들을 보자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든다.

 

눈사람 지미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고 거기다 다친 발까지 심하게 곪아버려서 다시 만난 "신의 정원사"의 거처로 그를 데리고 온다. 지미만 데리고 오려고 했으나 모든 크레이커들도 그들을 따라온다. 그리고 정찰을 나갔던 젭 일행도 돌아와 살아남은 한 무리의 이전 시대 인간과 신인류 크레이커의 생활이 시작된다.

 

 

 

미친 아담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미친 아담>의 화자는 2부 <홍수의 해>에 등장한 토비였다. 그녀가 화자였지만 이전 소설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모두 했기 때문에 이번 소설에서는 그녀의 시선으로 도망친 죄수들을 쫓는 현재가 주를 이뤘고, 젭에게 들은 아담과의 과거 이야기를 각색해 크레이커들에게 들려주는 부분이 종종 등장했다.

 

이전 소설에서 렌의 한시적 계부였던 젭이 신의 정원사치고는 너무 자유분방했고 아담1 역시 그에게 관대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둘이 형제 사이였다는 게 밝혀졌다. 거기다 젭이 아직 크레이크가 되기 전의 어린 소년 글렌을 만나 무엇을 가르쳤는지, 토비에게 모든 것을 가르친 스승 필라가 건강현인 조합의 높은 자리에 있었고 그녀가 꾸민 것들이 뭔지도 알게 됐다.

그리고 이전에 밝혀진 미친 아담들 역시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크레이크와 함께 일을 했어도 그의 꿍꿍이는 전혀 알지 못했다. 유일하게 눈사람 지미만이 크레이크의 모든 계획을 알고 있었으나, 그는 아파서 꽤 오랫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다. 지미가 그 상태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크레이커들은 다른 누군가에게서 대신 들어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너그러운 토비가 그 일을 맡게 됐다. 지미가 오랫동안 크레이커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서 그런지 이전보다는 단어 뜻을 묻는 질문이 줄어들었다.

 

구시대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인간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크레이커는 서로 다른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 신체적 특징은 물론 옷을 입고 입지 않는 것부터 달랐고, 번식을 위한 행위까지 문화와 생활 방식의 사소하고도 큰 모든 차이 때문에 처음엔 그들의 동거가 영 불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두 문명은 서로 잘 지냈다. 물론 처음엔 번식 행위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문화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각자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사람들이었기에 평화로울 수 있었다.

이와는 다르게 고통공 죄수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살아남은 신의 정원사 무리들과 같은 구시대의 인간이었지만 그들은 포악하고 무자비한 인간 말종들이었다. 그래서 아만다를 납치해 강간했던 것이었고, 이후에는 돼지구리들과도 대립했다.

그들의 폭력적인 행동에 화가 난 돼지구리들이 토비 일행과 크레이커들을 찾아온 게 조금 의외였다. 돼지구리 역시 토비나 지미와 서로 대립하고 공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된 적인 죄수들로 인해 지능이 높은 돼지구리와 인간, 크레이커가 문화는 물론 종을 뛰어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여 제법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어쩌면 크레이크의 계획이 성공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파괴되었는데 인간은 여전히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파괴 행위를 지속하고 있었다. 그래서 환희이상 알약을 통해 모든 인류를 말살하고 대신에 자연 친화적인 크레이커만 살게 하는 파라디스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들은 당연히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자연을 지키려고 노력하던 신의 정원사들은 물론 사악한 고통공 죄수들, 돼지구리들을 위시한 유전자 변형 동물들 모두 말이다. 이 과정에서의 대립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선한 존재들이 이기는 게 당연했다. 미친 천재 과학자 크레이크의 지구 보호 프로젝트가 아담의 신의 정원사들을 만나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총을 가진 구시대 인간, 크레이커, 돼지구리들의 반대편에 선 두 명뿐인 죄수가 엄청난 열세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후 의외의 피해가 있었고 시간이 흘러 여러 사람의 죽음 또한 일어났지만, 그건 지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 같았던 이종 간의 결합이 이루어져 다행이라고 할만한 결과를 얻었고, 내내 토비를 따라다니며 궁금증 투성이라 질문을 해대던 어린 크레이커 블랙비어드가 글자를 배운 덕분에 이후에도 문명은 이어지게 됐다.

옛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결말이었다. 아무래도 선한 존재들이 많이 살아남은 덕분이 아닐까 싶다. 고통공 감옥 죄수들처럼 악한 인간들이 많이 살아남았더라면 환희이상 알약이 퍼지기 이전보다 더 끔찍한 디스토피아 세상이 되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기나긴 이야기를 존재하게 만든 크레이크가 1부에 사망하긴 했지만 진짜 죽었을까 의심했었는데, 크레이커들의 신과 같은 존재인 크레이크는 물론 신의 전달자 눈사람 지미 역시 너무나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걸 마지막에서야 깨달았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3부작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을 드디어 다 읽었다. 1부는 600페이지가 넘고 2, 3부는 700페이지가 넘어가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었다. 타노스 이론(인간만 없으면 환경은 만사 OK)에서 이어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인간인 듯 아닌 듯 묘한 크레이커라는 신인류와 기존 인간의 융화로 새로운 문명이 다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딜 가나 선한 존재는 살아남는다는 법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중심 내용이던 환경 문제 또한 경각심을 갖게 했다.

"크레이크가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했는지 정말로 궁금해. 어째서 ‘환희이상‘이라는 알약에다 치명적인 인간 말살 바이러스를 집어넣었을까? 무엇 때문에 인류가 멸종되기를 원했던 거지?" - P286

할 수 있는 일이 딱 하나 남아 있었어요. 나무들과 꽃들과 새들과 물고기 등과 함께 지구가 아직은 존재하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을 이 지구상에서 깨끗이 없애 버리든가 아니면 그 모든 것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모두 함께 죽어 버리든가 선택해야 했어요. 왜냐하면 그런 것들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면 결국 아무것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사람조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 P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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