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ㅣ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평점 :
어느 대저택에서 80대 노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피아가 출동한다. 크고 황량한 저택 부엌에 죽어 있는 노인은 꽤 오랫동안 방치된 듯 보였다. 주기적으로 저택을 방문하는 신문배달부가 휴가를 다녀온 후 이상함을 느끼고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노인이 과연 언제 발견됐을까 싶을 정도였다. 피아는 사망한 노인의 얼굴에서 핏자국을 발견하는데, 누구에게 공격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쓰러질 때 부딪힌 것인지 알 수 없다. 서랍장과 욕실을 누군가가 뒤진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감식반을 기다리며 둘러보던 중, 이웃에 사는 아이가 놀러와 집주인의 개를 찾았다. 개는 처음부터 보지 못해서 다른 경찰과 둘러보다가 견사에 가둬진 비쩍 마른 개를 발견해 구출한다. 견사에는 웬 동물의 뼈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인골이었고, 한 구도 아닌 최소 세 구의 시신이라는 사실을 확보하여 수사를 시작한다.
얼마 전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피오나는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아주 오래전에 떠난 아버지를 만난 그녀는 어머니의 부고를 알리고 어색하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던 중, 그가 아무렇지 않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혀서 화들짝 놀란다. 피오나의 반응에 아버지는 어머니가 해준 말이 전혀 없다는 걸 알고선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누군가가 기록을 남기지 않고 부모라고 알고 있었던 그들에게 피오나를 줘버렸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사망한 노인 테오 라이펜라트의 집에서 발견된 유골로 시작된 수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걷잡을 수 없이 큰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저택 안에 막아놓은 우물 안에서 또 다른 유해를 발견하는데, 유해의 신원이 테오의 아내 리타로 밝혀진다. 그뿐만 아니라 유골 세 구를 확인한 결과 모두 어머니의 날 즈음에 실종됐고 사라졌을 당시 차에서 발견된 흔적이 똑같다는 걸 알게 된다. 범인이 피해자들을 노리고 접근했고 흔적도 일부러 조작해둔 것인데, 그들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남은 단서로 찾아본 결과 1988년부터 2014년까지 총 8건의 실종 사건이 같은 범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도 더 있다는 걸 예감한다. 오랫동안 지속돼 온 범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사건이 시작되기 전, 소설 맨 처음에 어머니가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아 배신감을 느끼는 소년이 등장해 같은 보육원에 사는 한 소녀를 죽이는 모습을 보여줘서 범인이라는 자가 무슨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지 알 수 있었지만, 경찰들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견된 피해자들에게 남은 단서를 통해 유추해야만 했다. 워낙 오래전부터 시작된 사건이고 피해자의 개인적인 사연과 연관되어 있기에 깊이 파고들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서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된다.
테오의 집에서 유골이 발견된 게 사건의 시작이었기에 그 집과 관련된 사람 중에 범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는데, 테오의 집은 예전에 문제아들을 입양해 키우던 보육원이라 의심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많을 땐 서른 명까지 양자, 양녀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친손자인 프리트요프와 그의 친한 친구인 요아힘, 전처를 스토킹하는 클라스, 라모나와 사샤 부부 등의 양자, 양녀가 테오를 찾았었고, 수의사인 라이크 게르만도 집을 드나들었었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집에 드나들었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걸 보며 그들이 아직 용의자는 아니었지만 모두 다 의심스러운 것 투성이었다.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게 대놓고 눈에 보였고, 누군가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서 당연히 협조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마저도 왠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날 살인사건과는 별개로 피오나의 친모 찾기 사연이 종종 등장했다.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지만 작가가 괜히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아닐 것 같아서 후반에는 어떻게든 접점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1권 후반부에 피오나의 친모에 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2권에서도 계속 등장해 친부가 어머니의 날 살인자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드러나면서 이전보다 더 놀라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피오나와 이 살인사건을 그렇게 엮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조금 당황스러운 감정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깜짝 반전이 성공했다.
이 와중에 다행인 것은 피오나는 물론이고 그녀의 친모, 친모의 자매 등이 서로에게 적개심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피오나의 입장에서는 태어나기도 전에 생판 남에게 버려지도록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친모를 증오할 수 있었지만, 사연을 듣고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너그럽게 이해했다. 친모 역시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일에 관해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친모의 자매도 아이와 관련된 사연이 있어서 조금은 화가 났어도 이내 그들의 안전을 바라고 또 바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 이어질 타우누스 시리즈에서도 서먹한 관계에서의 변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성을 향한 비뚤어진 시각을 가지고 사람들을 죽인 범인이 천벌받을 나쁜 놈이긴 했지만 아이를 버린 엄마에게도 잘못은 있었다. 자신이 배 아파서 낳은 갓난아기 혹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 아이를 두고 떠나고선 가끔씩 만나러 오면서 곧 함께 살자는 거짓말로 괜한 희망에 부풀게 만들었다. 어떻게 자기 자식한테 그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길을 가다가 생판 모르는 아기를 봐도 예뻐서 좋은 마음만 드는데 제 자식을 떼어놓을 생각을 하다니 너무 모질다. 물론 그들에겐 나름의 사정이라는 게 있겠지만, 피오나 친모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기 인생이 먼저였으면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한다.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번에 가장 크게 놀랐었다. 아무래도 깜짝 반전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다른 추리 스릴러 시리즈와 비슷하게 넬레 노이하우스도 메인 주인공들과 살인사건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번엔 좀 많이 위험했기 때문에 큰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는데 다행히 무사했고 범인도 잡는 결말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었다.
"제 생각에 범인은 우리가 아는 가장 위험한 유형의 연쇄살인범입니다. 즉, 자신에게 어떤 사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이 자는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공략합니다. 그의 판단에 따르면 처벌되어야 하고 죽어 없어져야 할 사람들이죠. 우리에게 범인을 잡을 열쇠는 단 하나, 범인에게 희생당한 피해자들뿐입니다." 1권 - P310
"네 엄마는 그냥 너를 키우기 싫어서 버린 거야. 아무리 시간이 가도 데리러 오지 않는다고! 언제 꿈에서 깰래, 이 멍청아?" 1권 - P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