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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옆집 -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조윤민.김경민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평점 :

구글의 스타트업 지원팀에서 일하는 주인장 1, 조윤민 씨와 500스타트업코리아에서 일하는 주인장 2, 김경민 씨가 일적으로 만났다가 사적으로 친해져 급기야는 맥주 슈퍼 "세탁소옆집"을 오픈하게 된 과정을 담고 있는 에세이다. 물론 회사는 그대로 다니면서 퇴근 후에 보틀숍에서 일하는, 투잡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의 사이드 허슬러(Side Hustler) 생활이 담겨있었다.
일하다가 만난 사람과 사적으로 친해지기는 어렵고, 더군다나 함께 창업을 하는 일은 아무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두 사람이 정말 잘 맞았나 보다. 일하는 스타일이 맞고 성격도 잘 맞는데, 좋아하는 것까지 비슷하면 안 친해질 수 없을 것 같긴 하다. 난생처음 들어본 사워 맥주를 공통으로 좋아한다는 부분에서 운명적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산미가 있는 와인, 커피를 질색하는 사람이라 신맛이 나는 맥주가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웠고, 대체 무슨 맛일지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왠지 안 땡기는데 한 번은 마셔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오래전에 호가든 한 모금 마시고 치워버린 게 생각나네..)



마음에 드는 위치의 가게가 마침 세탁소 옆이라 가게 이름도 "세탁소옆집"으로 지었다는 게 특이했다. 가게 이름만 들으면 보틀숍인 줄 전혀 모를 것 같은데, 인상적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 싶다.
주인장 1과 2가 워낙 맥주를 좋아해서 국내에서 찾기 드문 맥주를 찾아다니고, 외국의 맥주 페스티벌에도 다녀오고, 심지어는 세탁소옆집의 1호 브루어리 맥주를 만들기도 했단다. 웬만한 사람은 하나만 하는 것도 버거울 것 같은데, 본업을 하면서 따로 하는 보틀숍을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발품도 팔고 해가면서 운영하다니 정말이지 굉장했다. 심지어는 금호동 1호점에 이어 한남동에 2호점도 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게에서 디제잉도 하고, 다른 가게와 컬래버도 하고, 손님들과 두텁게 친분을 쌓아 이런저런 많은 이벤트도 했다.
아무래도 요즘엔 가게를 하려면 적극적인 성격이어야 하나 보다.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나는 읽는 동안 모르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금세 친해지는 주인장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거기다 두 사람 모두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해서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적극적인 성격과 좋아하는 걸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가게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거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뚝이 같은 모습까지 있었다. 실패도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또라이"라는 콘셉트를 잡아뒀기 때문에 독특한 아이디어도 거침없이 내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보틀숍을 배경으로 계속 맥주 이야기를 하는 책은 어려 종류의 맥주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라거나 에일 종류는 많이 마셔보고 드물게 스타우트도 마셔봤는데, 다른 종류는 거의 못 마셔봐서 나중에 하나씩 찾아보려고 사진도 찍어두었다. 이래놓고 또 늘 마시는 것만 찾는 거 아닌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창업기를 읽으니 내가 꿈꾸던 창업에 대한 마음이 쏙 들어갔다. 요즘엔 특히 특색 있는 개인 숍들이 많이 생겨서 아이디어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두 주인장이 대단하기만 하다. 읽는 내내 계속 대단하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텐데,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하고 회사일도 병행하면서 맥주 단기 유학까지 다녀오다니 놀랍다. 그만큼 열정과 애정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열정이 있으면 못해낼 일이 없다!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돈도 벌고 좋은데? 그래. 이왕 마시는 술, 생산적으로 마셔보면 어떨까?‘ - P20
삽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함부로 열지 마시라. 계속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또다시 삽질을 계속할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기니까.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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