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곧 쉬게 될거야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고요한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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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편 다니엘이 마주 오는 차와 정면으로 부딪쳐 사망한 뒤, 레나는 딸 엠마를 출산했다. 다니엘을 잃은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육아에 매달리게 된 레나는 너무 힘이 들었지만, 가족이 없는 그녀를 도와주는 시어머니 에스더가 있었기 때문에 가끔씩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육아에 조금 익숙해졌을 때, 에스더는 골프클럽 회원들과 오래전에 약속해놓은 여행이 있었다며 레나가 혼자 힘들 것 같으니 지금이라도 취소하겠다는 말을 했다. 괜히 미안해진 레나는 그동안 고생한 에스더가 기분 전환 삼아 다녀오면 좋을 거라면서 자신은 괜찮다고 말한다. 대신 에스더는 레나의 손을 덜어주기 위해 반려견을 데리고 떠난다.

 

혼자 남은 레나는 엠마를 재워두고 자신도 눈을 붙였다가 일어난 후, 엠마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된다. 엠마의 침대에는 아이가 자고 있는 걸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과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라며, 안 그럼 엠마는 죽는다는 쪽지가 놓여있었다.

 

 

 

갑자기 죽은 남편과 사라진 갓난쟁이 딸, 그리고 남은 엄마 레나가 딸을 찾기 위한 추적 과정이 담긴 소설이었다.

그런데 처음 읽을 때부터 왠지 헬렌 피츠제럴드의 소설 <더 크라이>가 떠올랐다. 레나와 다니엘의 관계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결혼생활 중에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아내 레베카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줄곧 이혼을 생각 중이었다고 다니엘은 고백했지만, 그건 레나와의 관계가 시작된 이후였다. 어찌 됐든 불륜으로 시작한 셈이었다. 그리고 다니엘과 레베카 사이에 딸이 있고, 엄마와 살고 있다는 것도 <더 크라이>와 비슷했다. 이후엔 완전히 다르긴 했지만, 소설 초반에 밝혀진 정보로는 왠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불행했던 첫 번째 결혼생활이 끝나고 사랑하는 아내와 곧 세상에 태어날 딸을 두고 다니엘이 사망한 건 레나에게 큰 충격이었고, 거기에 죄책감까지 더해졌다. 사고가 나기 10여 분 전, 레나와 싸우던 다니엘이 화가 나서 레나에게 택시를 타고 가라며 차에서 내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레나는 자신이 그 차에 타고 있었더라면 다니엘이 과속하지 않았을 테니 사고도 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상대방 운전자인 토마스의 차와 정면으로 부딪쳤다는 점이었다. 그 사건으로 레나는 다니엘의 장례식에 애도를 하기 위해 찾아온 토마스의 동생 니클라스를 만나 이후에 도움을 받게 된다.

 

엠마를 누가 데려갔을지 의심스러운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전처 레베카의 딸 조시는 장례식장에서 만삭인 레나에게 달려들었을 정도로 그녀를 증오하고 있었다. 아빠가 엄마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레나를 만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아직까지 살아있을 거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조산사로 일하는 레나가 돌보던 아이가 돌연사해서 부모인 바베테, 제바스티안 부부는 그녀를 증오하고 있었고, 같은 건물에 사는 노부인은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새벽에 집에 찾아오기도 했다.

레나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같은 건물에 사는 노부인은 딱히 의심스럽진 않았어도 조시나 아기 부모들은 레나가 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짜 의심스러운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 결말을 보니 예상이 반만 들어맞았다.

 

엠마를 찾으려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던 납치범의 행동이나 요구는 점점 도를 넘고 있었다. 다니엘의 전처 레베카가 집 수영장에 빠져 죽었는데, 레나는 살해당했다고 확신했다. 그 이후엔 레베카의 새 남편 마르틴이 죽었고, 시어머니 에스더까지 납치되어 포박된 사진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자정까지 레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요구를 했다.

엠마가 살 수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버릴 수 있던 레나였지만, 흔적도 찾지 못한 범인이 과연 그 요구를 들어줄지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통해 살아서 엠마를 찾아야만 했다.

 

소설 초반과 중반 이후 의심스러운 사람이 각각 달랐는데, 그 두 사람이 엠마의 납치 사건에 깊은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레나와 다니엘의 비밀도 드러났다. 결국 부부 사이에 솔직하지 못한 탓에 이 모든 일이 벌어지게 됐다. 다니엘은 물론이고 레나 역시 잘한 게 하나도 없었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부부인데 왜 그렇게 중요한 걸 말하지 않은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모든 게 끝나고 에필로그에서는 다른 누군가의 음흉한 속셈이 밝혀져 역시 믿을 부부가 하나도 없었다.

 

다 읽고 나니 여러 소설들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비슷한 소재의 스릴러를 많이 읽어서 그런 탓인 것 같다.

그래도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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