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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1994년 7월 30일.
뉴욕 주의 작은 휴양지 오르피아에서 제1회 연극제 개막식이 있던 날이었다. 지역 사람들과 관광객들은 연극제를 보기 위해 대극장이 있는 시내 중심가로 향했기 때문에 공원이나 주거지에는 사람이 거의 드물어 조용했다.
연극제에 가지 않고 평소처럼 조깅을 나간 아내 메간이 돌아올 시간이 됐는데도 집에 오지 않자, 남편 사무엘은 차를 끌고 아내의 조깅 코스를 천천히 살피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도로에서 머리에 구멍이 난 채 피를 흘리며 쓰러진 메간을 발견하게 됐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상하다는 느낌에 시신과 가장 가까운 고든 시장의 집에 들어갔다가 시장과 그의 아내, 어린 아들이 모두 총에 맞아 살해당한 걸 보게 된다.
2014년 6월 23일.
뉴욕 주 경찰본부 강력반장 제스는 자신의 송별행사 자리에서 "오르피아크로니클"의 스테파니 메일러 기자를 만난다. 그녀는 20년 전의 오르피아 4인 살인사건에 관한 기사를 보여주면서 그가 범인을 잘못 짚었다고, 과실을 인정하고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준다면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제스에게 다 말해주겠다고 하며 대신 경찰본부 자료 보관실에 들어가 사건 관련 수사 자료를 보게 해달라고 했다.
퇴직을 일주일 앞둔 제스는 스테파니의 말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며칠 뒤에 그녀가 자신을 찾아왔던 바로 그날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을 알고 오르피아로 향한다.
20년 전의 4인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테드는 제스와 그의 파트너 데렉이 쫓다가 강으로 떨어져 사망하는 바람에 사건은 그대로 종결됐었다. 사건을 해결했기에 표창까지 받았지만, 제스는 텅 빈 삶을 살고 있었고 데렉은 행정 사무직으로 발령을 내달라고 해 현장직을 떠났다. 그 사건이 두 경찰에게 개인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자세한 내용은 후반에 등장했다.
스테파니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제스를 찾아가 이야기를 꺼낸 이후 실종되면서 제스는 자신이 범인을 잘못 잡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 사건을 캐던 스테파니가 진짜 범인의 실마리를 잡았기 때문에 실종된 것이고, 얼마 후에는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제스는 현장에서 물러났지만 당시에 함께 수사를 했던 데렉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능력이 뛰어난데도 텃세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오르피아 경찰서의 애나와 함께 사건을 재수사한다.
사건의 핵심으로 파고드는 경찰들 외에 낯선 다른 인물들도 등장했다. 스테파니가 뉴욕에서 일했던 "뉴욕문학리뷰"의 편집장 스티븐과 내연녀 앨리스, "뉴욕문학리뷰"의 비평가 메타, 20년 전 오르피아 경찰서장이었지만 현재는 연극 대본을 쓰고 있는 커크, 그리고 방송국 최고경영자 제리와 딸 다코타였다. 초반엔 이 인물들이 오르피아와 전혀 관련이 없어서 왜 등장하는지 의아했는데, 조금 지나고 나서 현재의 연극제와 깊은 관련이 생기게 됐다.
3인조 형사들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20년 전의 피해자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회상 장면으로 이어졌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 한마디씩 거들었기 때문에 범인의 윤곽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20년 전부터 현재까지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코디가 살해당하고, 20년 전 진범을 알 수 있다던 커크의 연극을 때문에 무대에 선 누군가가 총에 맞기도 했다.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어떤 등장인물은 이때다 싶어서 발목을 잡던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사건에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범인이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모두가 의심스러운 상황만 펼쳐졌다. 그랬기에 마지막에 밝혀진 진짜 범인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는데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던 인물이라서 놀라웠다. 당시에 진짜 나쁜 누군가를 죽여야만 벗어날 수 있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을 저지르게 된 부분은 안타깝지만,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현재의 살인은 벌받아 마땅했다.
그리고 소설에 등장해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이나 어떤 피해자들이 결백하고 착하지만은 않은 게 특이했다. 뒤에서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갈 만큼 큰 죄를 짓고 있음에도 보란 듯이 살아가고 있었기에 누군가는 죽어도 싸다 싶었다.
책은 7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으로 사건을 파헤치며 마지막까지 빙글빙글 돌지만, 궁금하게 만들어 책에 푹 빠지게 했다.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책인데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책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사람을 한 번 죽이고 나면 두 번도 죽일 수 있어요. 두 번 죽이고 나니까 모든 인간을 다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인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나 두려움이 모두 사라져버렸죠." - P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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