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세 생일에 양로원 창문을 넘어 갱단의 돈다발이 든 가방을 훔쳐서 무사히(?) 도망친 알란은 현재 발리 호텔에서 율리우스와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율리우스의 생일에 거금을 들여 초대한 가수가 까만색 판때기를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 알란은 태블릿이라 불리는 그것의 작동법을 배우고, 호텔 매니저에게 부탁해 손에 넣기까지 한다. 그 후 매일같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율리우스에게 들려주는 게 알란의 일과가 됐다.

 

 

율리우스가 알란의 돈으로 아스파라거스 사업을 시작한 뒤, 마르지 않을 것 같던 가방의 돈은 점점 바닥을 보이고 호텔 숙박비도 어마어마하게 밀리고 만다. 그런 와중에 율리우스는 알란의 101세 생일을 맞아 열기구를 타고 샴페인을 마시며 축하해주려고 하는데, 어쩌다 보니 바람에 실려 아주 멀리까지 날아가게 된다. 인도양 한가운데에 내려앉긴 했지만 열기구 바구니로 물이 새어들어와 곧 죽겠구나 싶었던 두 사람은 마침 지나가던 화물선에 구조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배는 농축 우라늄을 싣고 평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엄청난 인생을 살면서 죽을 고비를 수십 번은 무사히 넘긴 알란이 101살이 되어 돌아왔다. 무사태평하게 잘 지내시는가 싶더니 돈은 탕진했고, 호텔 숙박비는 15만 달러나 밀려 매니저가 감시를 하는 상황임에도 알란과 율리우스는 생일 파티를 위해 열기구를 탔다가 바다에 떨어져 버렸다. 거기다 북한측 배에 구조되는 바람에 알란은 살기 위해 자신이 핵 전문가라고 거짓말을 하고, 함께 평양으로 가서 김정은을 만나 핵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까지 한다.

 

 

 

북한이라니, 핵이라니! 전문 사기꾼 율리우스마저 덜덜 떨게 만드는 거짓부렁이었지만, 알란은 너무나 평온하고 느긋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런 상황은 마지막까지 계속되었다.

 

평양에 꽤 오랫동안 머물게 될 줄 알았는데, 마침 그곳을 방문한 스웨덴 외무 장관 겸 UN 특사 덕분에 무사히 탈출해 미국에 트럼프를 만나러 간다. 그것도 북한에서 훔친 농축 우라늄을 들고 말이다. 이 우라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초반의 관건이었는데, 다행히도 트럼프의 성격을 금세 알아차리고 다른 이에게 줄 방안을 찾아 넘겨주고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알란의 파란만장한 여정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혼자 가게를 하는 사비네를 만나 신세를 지다가 관 사업에 뛰어들고, 이 사업으로 인해 네오 나치에게 쫓기게 된다.

정말 끝도 없이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처음엔 율리우스만 벌벌 떨며 고생했었지만, 나중엔 사비네까지 그들과 동행하게 되어 알란이 몰고 오는 사건들을 몸소 체험해야 했다. 이 정도면 알란은 무인도에 가서 사셔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거기에 갔더라도 어떻게든 온갖 사건들을 일으켜 세계의 주목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100살의 알란을 통해 20세기 역사의 발자취를 보여줬고, 101살의 알란은 현재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모험 내지는 추격전을 펼쳤다. 제목에도 들어가 있듯 북한 핵무기부터 신나치주의, 난민 등 여러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문제를 실감 나게 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앙겔라 메르켈 등의 익숙한 사람들이 등장해 저마다의 캐릭터를 강렬하게 보여줬고, 마르고트 발스트룀이나 도리스 로이타르트 등의 낯설지만 실제로 그 직책에 있는 사람들까지 출연해 온갖 활약을 했다. 물론 알란 때문에 말이다.

 

전작을 읽을 땐 알란이 참 재미있고 매력적이라 함께 있으면 즐겁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엔 너무 많은 사건이 일어나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 나왔다를 반복하다 보니, 그가 의도를 한 게 아니었지만 조금 자제를 해줬으면 싶기도 했다. 더불어 가끔은 좀 말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했고.(율리우스와 사비네가 노이로제 걸리겠어.)

 

왠지 전작이 더 재미있었다고 느껴졌다. 쉴 틈을 주지 않는 사고의 연속이라 읽다가 지쳤나 보다. 그래도 나름의 모험이 흥미로웠다.

알란이 이제는 평화로운 노년을 만끽하길 바란다. 제발!

101세 노인은 여러 가지 결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적어도 한 가지 재능은 특출했으니, 바로 어느 상황에서고 살아남는 것이었다. - P96

「만일 두 분이 얌전히 지내신다면, 우리와 함께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까지 갈 수 있을 거요.」
「우리가 얌전히 지낸다면?」
「그렇소. 그다음에는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두 분의 일을 처리하실 거요.」
「일전에 자기 형을 처리했던 것처럼?」 - P65

이 사람이 정말로 대통령이야, 아니면 그냥 미치광이야? 뭐, 역사를 살펴보면 대통령인 동시에 미치광이인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 P184.185

그는 단지 잘못된 때에 잘못된 장소에 가 있는 재주가 특출났을 뿐이다.
무려 101년 동안 말이다.
- P5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