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닐 셔스터먼.재러드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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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토요일.

캘리포니아에 사는 얼리사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가족들에게 알린다. 가족들은 뉴스를 통해 콜로라도 강물이 캘리포니아주로 유입되지 않아 주 전체가 단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실 물을 사기 위해 마트에 가지만 물은 진작에 동이 나버려서 얼리사는 기지를 발휘해 얼음을 잔뜩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단수 2일 차에 바질 삼촌은 가뜩이나 물도 없는데 집에 얹혀있는 게 불편하다며 여자친구 대프니가 있는 도브캐니언으로 떠난다.

그리고 3일 차, 바닷가에 담수화 설비에서 물을 얻어오겠다며 부모님이 떠났는데 이후로 연락이 되질 않는다. 그 후 전기가 끊겨 불안한 얼리사와 개릿 남매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옆집 켈턴이 도와준다.

 

 

 

어느 날 갑자기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불편하더라도 잠깐이면 이 단수가 끝날 거라며 참을 수 있겠지만, 주 전체에 공급되는 물이 끊기고 이 단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면 혼란에 빠지게 된다. 몇 시간만 물을 마시지 않아도 목이 타고, 음식을 만들 때도 물이 필요하다. 거기다 씻고 용변을 보는 문제 모두 물과 관련이 있었기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단 며칠 만에 워터좀비가 됐다. 마트에서 물을 가지고 싸우는 건 예삿일이었고, 물을 가진 자는 얼마가 됐든 가격을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단지 물을 사고파는 거라면 다행이었다. 한 모금의 물을 위해 욕구를 취하는 것은 물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런 배경에 16살 얼리사와 옆집에 사는 같은 학교 켈턴, 얼리사의 10살짜리 남동생이 부모님을 찾기 위해 바닷가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위기에 빠진다. 그 상황을 벗어나게 도와준, 왠지 껄렁껄렁한 19살 재키와 동행하여 집에 오지만,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그들끼리 떠나 켈턴 아버지가 준비한 벙커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바질 삼촌에게 큰 차를 빌리기 위해 도브캐니언에 갔다가 혼자 남은 집에서 물을 파는 헨리를 만나 함께 가게 된다.

 

모두가 10대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운전면허도 재키만 있을 뿐이라 오로지 그녀의 차지였는데, 나중엔 서로 돌아가면서 할 상황까지 벌어진다.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총으로 허세를 떨긴 했어도 진짜로 총을 쏘기에는 너무 겁이 나기만 한다.

거기다 그들은 성격까지 서로 다 달라서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얼리사는 차분하고 이타적인 사람이었고, 켈턴은 어디로 튈지 몰랐다. 재키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삐딱하게 굴었고, 10살 개릿은 딱 그 나이 아이답게 다소 철이 없었다. 그리고 헨리는 말 잘하는 사기꾼 타입이라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좀처럼 믿을 수 없는 녀석이었다.

 

인간다움이나 인류애 따위는 이런 디스토피아에서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단수가 되어 하루, 이틀까지는 괜찮았지만 워터좀비가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고 물만 얻을 수 있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혐오스러우면서도 오죽하면 저럴까 싶기도 했다. 하긴 목이 그렇게 마른데 다른 사람,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은 물을 마시지 못하면 3일째부터 위험하고 최대 8일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알고 있다.(기적 같은 사례는 논외.)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너무나 목이 말랐다.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물을 마실 수 있는데도 고통스러웠다.

 

물은 인류에게 최고로 중요한 자원이었다.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인식시키기에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물을 아끼면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는 더욱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짜로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는 느낌이다. 꿈속으로 빠져들 때의 느낌. 그렇다고 잠이 든 것은 아니다. 깨어 있었다. 그럼 뭘까? 가만, 혹시 이게 워터좀비로 변하는 현상인가? - P385

"문을 활짝 열어 주든가, 아예 걸어 잠가야 해요. 애매하게 믿기엔 사람들은 너무 복잡해요."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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