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아저씨의 오두막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3
해리엣 비처 스토 지음, 이종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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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 주에 사는 신사 셸비는 사업으로 빚을 져서 데리고 있는 흑인 노예를 팔아야 되는 상황이다. 셸비의 약속어음을 가지고 있는 노예상인 헤일리는 데려가고 싶은 콕 집어 노예를 요구한다. 한 명은 일 잘하고 신앙심이 깊으면서 셸비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섬겼던 톰이었고, 다른 한 명은 쿼드룬(흑인의 피가 1/4 섞인 혼혈) 아이인 해리였다.

 

어린 해리의 엄마 엘리자는 그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된 후, 자신의 주인 셸비 부인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한다. 셸비 부인 역시 엘리자를 오랫동안 데리고 있었기에 가족처럼 생각해 절대 그들을 팔지 않겠다고 했지만, 남편의 사업이 안 좋아서 그들을 팔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며 분통을 터뜨린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엘리자는 해리를 데리고 밤중에 도망치기로 하고, 가기 전 톰의 오두막에 들러 그에게도 소식을 전한다. 톰은 자신의 몸값으로 주인의 빚이 청산될 수 있다면 도망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하며 운명을 받아들인다. 톰이 가기 전, 셸비의 아들 조지를 비롯해 셸비 부인까지 그를 꼭 되사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톰은 헤일리를 따라 멀리 떠나게 된다.

 

제목은 정말 익숙한 책이지만, 정작 처음 읽어본 소설이다. 무슨 내용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흑인 노예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끔찍한 사고방식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해서 경악했다.

어떤 백인들은 흑인을 감정을 가진 하나의 존재라고 보질 않았다. 그런 백인들에게 흑인 노예는 사고팔 수 있는 재산인 "물건"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흑인을 팔고, 죽으면 묻어주기는커녕 갖다 버리고선 새 노예를 샀다. 그리고 부모에게서 아이를, 유일한 가족인 형제, 자매를 서로 떼어내 노예상인에게 팔아버렸다. 자신의 가족이 누구에게 팔려가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흑인을 백인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게 정말 말이나 되는 걸까 의심했다. 같은 사람인데 사람으로도 보지 않고 감정도 다르다고 여기는 게 당시 일부 사람들이 실제로 가졌던 생각이라는 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물론 좋은 사람도 있었다. 셸비 부부처럼 흑인을 노예로만 보는 게 아닌 가족이라 생각하고 글자도 알려주며 충실함을 신뢰하는 사람이 있었다. 톰이 셸비를 떠나게 된 후 혹시라도 끔찍한 주인을 만나게 될까 봐 걱정했었는데, 톰이 목숨을 구해준 귀여운 소녀 에바가 아빠 세인트클레어에게 톰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며 사달라고 졸라서 그의 집에서 한동안 행복하게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세인트클레어의 부인 마리는 흑인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수발을 드는 흑인 하녀는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마리는 누군가의 유언이자 죽기 직전 톰을 자유인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행동을 깡그리 무시해버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다른 것도 아니고 유언인데!! 그 후로 톰이 온갖 힘든 일을 겪게 된 건 다 이 여자 탓이었다. 그래서 정말 끝까지 밉고 싫었다.

 

좋은 주인만 만났던 톰은 이기적인 마리로 인해 목화를 따는 면화 농장 리그리에게 팔려가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한다. 같은 흑인을 채찍으로 때리라고 하는 리그리는 정말 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톰은 신앙과 선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올곧고 바른 마음을 유지했다. 그래서 그의 인생이 더 숭고하게 느껴졌다.

 

흑인 노예에 대해 주제 의식을 가진 소설이지만, 때로는 의아한 부분이 있기도 했다. 톰이 처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몇몇 인물들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해설에도 나와있듯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인위적인 장치였다. 정말 뜬금없이 죽어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기독교적인 내용이 소설 전반을 지배한다는 점이었다. 성경이 인용된 부분이 상당히 많았고 어떤 등장인물과 일어나는 사건은 성경 내용을 투영한 것 같은데, 성경을 안 읽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는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긴 했어도 이 소설이 일으킨 파장을 생각하면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1800년대 중반에 흑인 노예에 대한 이런 소설을 감히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지금이라면 부당하다고 당연히 말할 수 있는 문제지만, 그때는 지금과 다른 시대였으니 이렇게 책으로 낼 수 있었던 건 굉장한 용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여성 작가가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이 바뀔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장님은 나라가 있지만 제게 무슨 나라가 있습니까? 저처럼 노예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들이 무슨 나라입니까? 우리에게 무슨 법이 있습니까? 우리는 그 법을 만들지도 않았고, 동의하지도 않았고, 그런 법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그 법은 우리를 깨부수고 우리를 짓누를 뿐입니다." 1권 - P202.203

"부인, 당신의 두 아이가 갑자기 당신과 헤어져서 팔려나간다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우리의 감정 기준을 저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겠지요." 1권 - P224

감정을 갖고 있고, 살아 있고, 피 흘리고, 불멸의 영혼을 가진 이 ‘물건‘을, 미국의 국법은 톰이 누워 있는 짐 꾸러미, 짐 뭉치, 상자들과 똑같이 판매 가능한 ‘물건‘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1권 - P237

"아무리 세련된 형태로 노예제도를 포장한다고 해도 결국 본질 면에서는 같습니다. 즉, 한 인간 집단이 자신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다른 인간 집단을 사용한다는 것이죠. 팔려가는 집단의 이익과 발전과는 무관하게 말입니다." 2권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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