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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 반사
키크니 지음 / 샘터사 / 2019년 10월
평점 :


올봄에 센스 만점의 그림으로 재미와 감동을 모두 주었던 키크니 작가님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에 이어 최근 출판된 두 번째 책을 읽었다. SNS를 통해 주문을 받아서 그림을 그렸던 지난번 책과는 달리 이번엔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4컷 그림과 글이 담긴 책은 작가 특유의 개그 코드가 많아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편한 복장, 때로는 후줄근한 복장에 씻지도 않고 돌아다니기도 하는 프리랜서라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하는 부분이 웃겼다. 편의점에서 백수 취급을 받기도 하고, 대기업 작업 미팅이라 나름 잘 차려입고 갔는데 역시나 좀 후줄근했다던 곤란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키크니라고 알리지 않아서 별로 하는 일 없이 집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던 부분도 어떤 면에서는 공감이 됐다. 나도 주변에서 블로그 하는지 아는 사람은 다섯 명 정도고 블로그 주소까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둘뿐이니 말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거리감을 두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나도 작가님처럼 내 글을 본다고 하면 오글거려서 알려주기 민망스럽다.
저번에 읽은 책에서 눈치챘지만, 아무래도 작가님은 치킨을 아주 잘 알고 계신 것 같다. 또래오래 갈릭반 핫양념반이 여기서 또 나와서 확신을 했다. 나도 애정하는 치킨 조합인데 못 먹은 지 꽤 됐네. 먹고 싶다.
키가 커서 "키크니"라는 필명을 쓰고 계신 작가님은 무려 188센티미터의 장신에 살도 잘 찌는 체질이라고 한다. 근데 먹는 걸 좋아해서 금방 몸이 불어난다고. 심지어 태어났을 때는 5.3킬로였다고 한다. 어머니가 정말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에 내가 눈물이 다 나네.
아무튼 그래서 먹는 얘기가 몇 번 나오는데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을지 생각하는 거 왜 이리 공감이 되던지. 돼지들의 돼지런한 하루를 보는 것만 같았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개그는 아재개그라고 취급했을 텐데 웃기는 걸 보니 아재의 나이가 됐나 보다. 월세 까까에 상평통보 읽으면서 빵 터져버렸다. 이런 개그 정말 좋아!
본인이 올린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에 연연하는 게 이해가 되면서도 웃기고, 제주도 행 비행기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한 말도 너무 웃겼다.
그런가 하면 가족분들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특히 아버지는 짧게 등장한 4컷 그림에서보다 실제론 더 유쾌하실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2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형제지만 역시 형은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했고.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내 동생에겐 누나의 무서움 따윈 없는데.. 부럽다.
그리고 어머니와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뭉클하게 했다. 글과 그림에 다 표현하지 못했을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작가님의 일과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프리랜서도 직장인만큼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힘든 일은 모두에게 있었다. 사람에 치이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에게도, 의뢰를 받아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에게도 서로 일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힘듦은 모두에게 존재했다.
결론은 우리 모두 힘내자는 이야기.
책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었던 삶의 이야기였다. 일상다반사 아니고 일상 다 반사! 해버리고 싶은 이야기였다. 어떤 부분은 공감되기도 해서 맞아맞아 하며 끄덕거렸고 뜨끔하기도, 때로는 뭉클하기도 했다.
센스 넘치는 개그와 말장난, 그리고 일상마저도 코믹했던 책이었다. 작가님은 왠지 살면서 재미있던 일이 많았을 것 같아서 가끔 이런 일상 코믹 시리즈를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 리뷰는 샘터사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