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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이
헬렌 피츠제럴드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조애나와 그의 애인 앨리스터, 그리고 태어난 지 9주 된 그들의 아이 노아가 글래스고에서 멜버른으로 가기 위해 공항 보안검색대에 선 순간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조애나의 중이염 항생제와 노아의 해열진통제가 기내에 반입 가능한 액체 용량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부랴부랴 빈 병을 사서 나눠 담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21시간의 비행 내내 노아가 울음을 그치질 않았다. 조애나가 기저귀도 만져보고 젖도 물려보며 이런저런 일을 다 해봤지만 노아는 엄마를 비롯해 함께 비행기에 탄 다른 승객 모두를 짜증 나게 했다. 자느라 정신이 없던 아이 아빠 앨리스터를 제외하고 말이다.
이런 어려움 끝에 멜버른에 겨우 도착한 그들은 빌린 오두막에 짐을 풀고 앨리스터의 어머니를 뵈러 향한다. 그러다 작은 가게 앞에 차를 세워두고 두 사람이 시간차를 두고 가게에 들어갔다 나온 잠깐 사이에 뒷좌석에 있던 노아가 사라졌다.
그들이 갓난아기를 데리고 장거리 비행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앨리스터의 전 부인 알렉산드라가 데려간 딸 클로이를 다시 데리고 오기 위해서였다. 조애나와 앨리스터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알렉산드라가 말도 없이 딸을 데리고 호주로 가버린 게 벌써 4년 전이었다. 앨리스터는 그 시간 동안 클로이를 찾아가지 않았지만, 최근에 알렉산드라가 클로이를 태우고 가다가 음주단속에 걸려 체포됐기 때문에 아이를 자신이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었다.
조애나는 앨리스터의 그런 의견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 10대 소녀를, 그것도 자기 아빠와 관계를 하던 걸 목격한 아이와 함께 살지도 모른다는 게 부담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클로이의 양육권 문제를 시작하기도 전에 갓난아기를 잃어버렸으니 그들은 혼란에 빠졌고, 바로 경찰이 투입되어 앨리스터와 조애나의 증언을 토대로 아기를 유괴했을 만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사건이 이슈가 되어 기자들은 연일 그들을 따라다녔고 자원봉사단과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책 소개를 통해 소설 내용이 아기 유괴 사건을 다룬 스릴러인 줄 알았지만, 중요한 비밀은 극 초반에 밝혀졌다. 사건이 벌어지고 곧바로 거짓말이 시작되어 모두를 속이게 되면서 자신마저 속이는 것 같아서 나중엔 정신까지 이상해지는 혼란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비밀이 드러나고 뒤이어 누군가가 이 행동을 하게 됐을 때부터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저따위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질 않았다. 그건 부모로서의 행동이 아닌 자기 자신만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 사람은 부모가 돼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정말이지 너무 이기적이고 비열하고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라 정말 싫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행동은 점점 화를 불러일으키면서 마지막엔 또 다른 비밀이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거였다.
소설은 조애나의 시점과 알렉산드라의 시점을 오가면서 진행됐다. 노아를 잃은 슬픔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조애나와 앨리스터에게 클로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쓰지만 말 안 듣는 딸을 제어하기가 좀처럼 어려운 알렉산드라였다.
초반엔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는 두 여자의 입장이라 생각했지만, 읽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두 엄마의 서로 다른 모습은 어느새 서로를 향한 공감으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나쁜 감정보다는 입 밖에 낼 수는 없어도 서로를 이해하고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관계가 아니었다면 친구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앨리스터가 개차반이라는 게 밝혀지고 난 뒤에 차마 표현할 수는 없지만 공감대를 형성한 게 아닌가 싶다.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조애나의 상태 때문이기도 하고 초반에 비밀이 밝혀진 마당에 끝엔 어떻게 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결말에 이르러 몰랐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 그래도 답답했었는데 돌덩이 하나가 더 얹어진 기분이었다. 그걸 내내 숨기고 있으면서 그런 파렴치한 짓을 했다니 진짜 인간이 맞나 싶었다.
결국 어떤 방법으로든 처벌을 받긴 했지만 결말은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그 비밀을 말했어야 했는데 왜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 사람의 마음을 너무 무겁게 했나 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들었던 생각은 역시 아이는 아무나 키우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말 못 하는 갓난아기는 물론 의사 표현이 너무나 확실해서 도무지 통제할 수 없는 10대 아이까지 직접 겪은 게 아닌 글만 읽었을 뿐인데도 힘들어서 진이 빠졌다.
그래서인지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으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설에 등장한 두 엄마와 한 아빠의 모습을 보니 더욱 확신이 들었다. 완벽히 준비가 된 사람들만이 아기를 낳고 키워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다.
결말까지 답답하게 만들기는 했어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다.
"누가 우리 애를 훔쳐갔어요!" 그렇게 그녀는 이 사고를 고스란히 넘겨주었다. 자, 세상아, 이제 이건 네 거야. 가져가. - P106
그녀는 자백하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딱 그 순서대로 하고 싶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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