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 미술사 결정적 순간에서 창조의 비밀을 배우다
김태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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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미술의 형성: 르네상스에서 바로크 전반기까지

 

15세기 피렌체에서 시작된 고전미술의 "Classics"라는 용어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를 모델로 삼고 계승, 발전시킨 결과물을 일컫는다고 한다. 당연히 고대의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미술의 핵심 주제였다. 교회가 가장 큰 고객이었다고 하는데 그리스 신들의 그림만 그려댔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당혹스럽다.

 

 

"마사초"라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림에는 원근법이라는 게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마사초는 그림을 그리던 초창기에는 다른 화가들처럼 원근법 따위 없는 그림을 그렸으나, 르네상스 시대를 연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를 만나게 된 이후 원근법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조각가 경력을 가진 건축가라니 예사롭지 않은 감각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마사초는 서양미술 최초로 원근법을 제대로 구현한 작가였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그에 이어 원근법으로 이름을 알린 화가는 "파올로 우첼로"라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사초만큼의 천재성이 없어 원근법이 반영된 그림에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다.

 

 

너무나 유명한 그림인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림에 대해 말하는 부분을 통해 신체 비율의 어색함을 이제야 느끼게 됐다. 얼굴의 묘한 각도, 심하게 축 처진 좁은 어깨, 다소 길이가 안 맞고 굵기도 뭔가 이상한 양팔 등 그림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니 인간의 신체를 제대로 그려낸 작품은 아니었다. 분위기만으로 아름다움을 주는 그림이라 여태 자세히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아서 몰랐던 것 같다.

 

이렇게 신체의 어색함에 대해 말하고 난 뒤에 자연히 따라온 화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였다. 예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천재성을 보인 그는 밀라노의 지배자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총애를 받아 당시 사람의 몸을 해부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던 교회의 눈을 피해 여러 구의 시신을 해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다 빈치보다 23살 어린 14살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피렌체의 지배자 로렌초 데 메디치의 주관으로 가문에서 벌어진 비밀 해부학 강의 자리를 통해 처음으로 그것에 깊이 빠지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천재적인 예술가지만, 작품 스타일은 상당히 달랐다고 한다. 다 빈치는 자신의 해부학 지식을 은은하게 드러냈고,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통해 신체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절제와 과시라는 상반된 스타일이기에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바로크 시대를 연 천재 화가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의 명암법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이전의 그림들을 보다가 카라바조의 그림을 보니 더욱 인상적이었다. 밝고 화려한 색채의 그림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던 어두운 부분이 주는 강렬한 메시지가 느껴진다.

카라바조의 명암법인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스타일과 거기서 파생된 테네브리즘(Tenebrism) 스타일의 그림도 유행이었다고 한다. 카라바조의 스타일을 가장 열렬하게 받아들인 스페인에서는 "후세페 데 리베라"와 프랑스 바로크의 대표자 "조르주 드 라 투르"가 유명하고, 네덜란드에서 빛의 마술사라 불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진주 귀고리 소녀>를 남겼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빛과 어둠의 화가라는 별명을 지닌 "렘브란트 판 레인"을 통해 명암법이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단다.

 

 

 

 

고전미술의 해체: 바로크 후반기에서 인상주의까지

 

 

1985년, 미술 전문가들이 뽑은 가장 위대한 그림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었다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선을 빼앗기는 많은 지점이 있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가까이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림을 정교하게만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조금 충격으로 다가왔다. 잘 마르지 않아 그림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유화의 특성 때문에 마르기 전에 그림을 완성하는 알라 프리마(Alla Prima)를 연마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통으로 그린 유화와 알라 프리마로 그린 유화의 두 개의 모습에서 확연히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너무나 잘 그린 그림이지만 움직이지 않는 "조지 스텁스"의 개와는 달리 "마네"가 그린 개는 개털의 결이 느껴지는 생생함이 돋보였다.

 

 

선 중심의 회화는 아이작 뉴턴을 통해 색채 중심의 회화로 변모한다. 그리고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색채 연구가 미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로 인해 정석적인 그림 스타일보다 작가의 시선을 중점으로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다. 밝게 빛나는 듯한 "모네"의 그림이 그래서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현대미술의 개화: 세잔에서 현대미술 전반까지

 

 

인상주의 이후의 현대미술은 이제 그림은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옮기는 그림이 아닌 작가의 표현에 따라 그려지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은 사실적인 풍경을 그린 게 아니기 때문에 왠지 더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명한 그림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초상 1>은 화려한 금색 빛이 시선을 잡아끌며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표현주의 이후엔 추상주의가 이어졌다. 무얼 그린 건지 알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변화하는 그림을 보다 보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바실리 칸딘스키"의 <집들이 있는 풍경>에서 책을 다른 각도로 봤을 때 깨닫게 된 그림 제목이나 "피에트 몬드리안"의 나무 그림이 추상화로 변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정교하게 표현된 조각이 예술적이라 인정받는 건 당연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가지고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마냥 그림만 봤을 때와 달리 시대의 흐름을 통해 그림에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어 변화하는 과정을 보는 게 흥미로웠다. 보이지 않았던 미술의 이면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보게 되고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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