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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자락 도서관 ㅣ 팝콘북
펠리시티 해이스 매코이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3년 전, 남편 말콤이 직장 동료이자 가족의 친구였던 여자와 부부 침대에서 뒹구는 모습을 본 한나는 그날로 런던 집을 나와 아일랜드의 고향 시골 마을 핀파란으로 돌아왔다. 10대였던 딸 재즈는 영문도 모른 채 엄마의 손에 이끌려 시골로 온 걸 못마땅해 했지만, 차츰 적응을 해나갔고 이제는 성인이 되어 항공사에서 일하며 쉬는 날마다 집에 왔다.
딸이 떠나고 친정 엄마 메리와 남은 한나는 예전부터 엄마와 잘 맞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도무지 엄마를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나의 나이도 이제 50살이 넘었으니 고모할머니가 남겨준 다 쓰러져가는 집을 수리해 엄마에게서 벗어나고자 한다.
한나는 전남편 말콤에게 위자료를 하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집 수리 비용 마련을 위해 이제서야 말콤에게 그 얘기를 꺼내지만, 그는 돈을 줄 생각이 전혀 없다며 치사하게 군다. 어쩔 수 없이 신용협동조합에서 대출을 받아 돈을 마련하고, 괴짜 같지만 정말 일을 잘하는 건축업자 퓨리가 집 수리를 맡는다.
그런데 한나가 사서로 일하고 있는 도서관이 폐관될 예정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바다가 가까운 절벽의 소박한 시골 마을은 건너 건너 다 아는 사람들만 살고 있었다. 그래서 한나는 이혼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 소문이 두려워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한나를 딱딱하고 차가운 사람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일주일에 3번 도서관에서 일하는 코너는 한나가 조금 무뚝뚝해 보여도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고, 또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집 수리를 해주는 퓨리 역시 소문에 연연하지 않고 그녀를 대했고, 나중에 알게 된 브라이언도 그녀와 좋은 친구가 됐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다져지며 혼자 살게 될 집을 수리하던 한나 앞에 해고라는 큰 문제가 나타난다. 옆 지역은 유명한 사람이 책에서 언급해 관광지로 거듭나 주 예산이 그곳 개발에 쓰일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한나의 관리하에 있던 도서는 새로 지을 복합 건물로 옮겨질 것이고 발전된 기술 덕에 더 이상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건 한나만의 문제가 아닌 그 마을 사람들 모두의 문제였다. 성인이 되어 작은 시골 마을을 떠날 수 있었지만, 고향에 남기로 하고 이곳을 일구기 위해 가게를 열거나 관광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던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뜻이었다. 지금도 일이 그리 잘 풀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도서관의 한나와 코너, 그리고 아이디어를 제공한 수녀원의 미카엘 수녀님을 중심으로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이곳을 지켜내고 발전시킬 제안서를 짜내기 시작했다.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란 10대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도시로 나가버려 그곳엔 나이 많은 사람들만 남아 점점 쇠퇴한다. 어떤 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타지 않는 이상 잊혀질 곳이었고, 그곳에 할당될 예산 또한 없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되면 겨우 남아있던 젊은 사람들은 기회조차 없어 도시로 떠나기 마련이었다.
이래서 시골엔 노인들만 남게 되고 기술 발전도 더뎌 당연히 받아야 할 혜택도 받기 어려워지는 것이었다.
고향 마을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관계에 관한 내용이기도 했다. 이혼녀라는 꼬리표 때문에 사람들을 피했던 한나와 그런 딸을 못마땅해 했던 한나의 엄마와의 관계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한나는 사람들과 사귀며 이전과는 다른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때로 다소 산만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한나와 코너를 비롯해 다른 등장인물의 시점이 불쑥 튀어나오고 여러 사건이 한꺼번에 진행되어 중반 이후 결합되기까지 집중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그래도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괜찮았던 소설이었다.
"이상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뭉치니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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