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배심원 스토리콜렉터 72
스티브 캐버나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전직 사기꾼이었던 변호사 에디 플린에게 거대 법률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루디 카프가 다가와 이 도시에서 가장 큰 형사재판의 차석 변호인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한다. 루디가 1년째 맡은 일은 스타로 떠오른 배우 로버트 솔로몬, 일명 바비가 결혼한 지 갓 두 달이 된 배우 아내 아리엘라 블룸과 경호 책임자 칼 토저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유명한 사건이었다. 검찰은 바비가 부부의 침대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두 사람을 목격하고 화가 나서 그들을 죽였을 거라고 주장했다.

바비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결백을 말했지만 증거들은 모두 그를 범인이라 가리키고 있었다. 사건을 거절하려고 했던 에디는 바비를 만난 이후 그가 정말 죄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변호하게 된다.

 

한편, 진짜 범인 조슈아 케인은 바비의 재판이 시작되기 전, 자신이 신분을 훔친 사람이 배심원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손을 쓴다.

 

 

 

 

 

 

사기꾼이라는 특이한 전직을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법정 스릴러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일단 밝혀놓고 시작했다. 케인은 형사 법원 앞에서 몇 주 동안 노숙자로 지내다가 배심원단 후보를 입수했고, 그중 한 사람을 골라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그와 똑같이 외모를 바꾸고 목소리나 말투 등을 익혀 그 사람 행세를 했다. 그는 남을 흉내 내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케인이 왜 배심원이 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지, 그리고 사람들을 왜 죽이고 다니는 건지는 후반으로 가면서 밝혀졌다.

 

모든 언론의 주목을 받는 바비의 사건에 에디가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내 크리스틴, 딸 에이미와 떨어져 사는 이유는 아마도 이전에 그가 맡은 사건으로 인해 가족들이 위험해 처했던 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에디가 가족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등장할 때마다 마이클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다.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여러 번 위험에 빠졌었기에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주인공들의 모습이었다.

"에디 플린 시리즈"의 세 번째 소설이지만, 국내에는 첫 출판된 작가의 작품이라 앞선 두 편의 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 이전 시리즈에서 에디와 사이가 안 좋았던 것으로 보이는 전직 FBI 요원이자 현직 사설 조사원으로 일하는 하퍼가 등장해 에디에게 큰 도움을 줬고, 루디 법률회사의 배심원 컨설턴트로 고용된 아널드 노보셀릭 역시 에디와 좋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바비를 위해 협력하게 된다.

 

처음엔 바비의 결백을 도무지 밝힐 수 없었지만 칼 토저의 입에서 나온, 나비 모양으로 접힌 1달러로 인해 해결의 실마리를 쥐게 된다. 거기서부터 풀어가는 연쇄살인의 비밀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고 케인이 진짜 머리가 좋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머리를 써서 빠져나가고 그의 일을 돕는 사람도 있어서 행운은 언제나 그의 편인 것 같았지만, 정의는 언제나 이기기 마련이었다.

물론 소설이 끝날 때까지 몇 번이나 상황이 뒤집혀서 뒤통수를 적어도 세 번 이상 맞아서 계속 감탄을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딱 어울리던 소설이었다.

 

케인은 몇 번이나 언급되던 유명한 소설에 등장한 설정이 살인의 이유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불행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증오하는 마음이 생길 수는 있었지만, 그게 살인을 정당화시켜주는 건 아니었고 그걸 본인이 판단할 권리도 없었다. 다른 스릴러 시리즈에서도 비슷하게 등장한 자기 논리에 흠뻑 빠진 미친 사이코패스였다.

 

법정 장면에서는 검사 아트 프라이어와 에디가 주도권을 잡으려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게 흥미로웠고, 후반으로 가면서는 윤곽이 드러난 진짜 범인을 밝혀내려고 하던 에디와 도망치기 위해 계획을 짜던 케인의 두뇌 싸움이 스릴 있었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준 소설이라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500페이지 가량 되는 소설인데 후다닥 읽어버렸을 만큼 재미있었다. 에디 플린 시리즈의 이전 책들도 출판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뭔가를 두려워하며 자랐다. 귀신, 벽장 속 괴물, 침대 밑에 숨어 있는 악마. 부모들은 그건 단지 너의 상상이라고 말한다. 악마는 없단다. 괴물은 없단다.
하지만 있다.
(……중략)
여기에 즐거움을 위해 살인을 한 사람이 있었다. 게임이었다.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괴물이었다. - P34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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