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or Like - 일본 문학계를 이끄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이시다 이라 외 지음, 양억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걸까? 단지 좋아하는 걸까?

달콤한 제목이다. 한없이 가볍고 달콤한 느낌.

자신의 감정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이럴까? 저럴까? 하는 의문을 품었던 것이 언제였을까?

늘 나이가 들면 스님의 마음(물욕, 애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진)을 갖고 싶다고 자신을 타이르곤 했었는데 이 무감각해진 나는 스님의 경지에 이른 것인가?




어린 시절 엄격했던 부모님은 만화책 보는 것을 금지 하셨었다.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할 용기도 배짱도 없었으므로 만화책은 나에게 더더욱 가지고 싶은 것, 열망하는 대상이었다.

가끔 기회가 주워져 숨어서 몰래 보던 만화속의 세계는 나른한 노랑빛 이랄까?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는 골목길, 뭉게뭉게 구름이 흩어져 있는 맑은 하늘같은 것들을 연상시킨다.

나른하고, 달콤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느낌. 한가하면서도 약간 불안한 봄날 오후 같은 느낌.

책을 읽는 내내 같은 느낌이었다. 이 익숙한 느낌은 유년의 어느 날로 나를 안내한다.

그 때로 돌아가 마음껏 읽고 싶은 만화 속에 빠져들듯 일본의 6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 속에 푸욱 빠져든다.




[허밍 라이프]  -  나카무라 코우

이십대 초반의 남녀가 들 고양이를 매개로  서로 모르는 사이인 채로 편지를 주고 받다가 사랑이 시작 된다는 줄거리. 우연이 겹쳐서 온 사랑에 관한 이야기.




[바닷가]  -  나카타 에이이치

한 초등학생이 여고생 과외 선생님의 관심을 끌려고 한 장난에 여고생은 식물인간으로 5년을 보낸다. 5년 뒤 여고생은 깨어나고 그들은 사랑이 시작된다.




[리얼 러브?]  -  이시다 이라

사랑과 성을 별개로 생각하는 20대 남녀 주인공.

연애관계가 아니고 친구사이라고 확신하지만 앞날은 그들을 어디로 데려갈까?




[DEAR]  -  혼다 다카요시

성장소설의 느낌

초등학교 동창생 3명이 전학 온 여자아이를 같이 좋아하면서 우정을 엮어 나간다.




[갈림길]  -  마부세 슈조

비슷한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은 고등학생

사랑이 시작되려는데 여학생이 심각한 병에 걸려 있고 치료를 위해 대도시로 떠난다.




[고양이 이마]  -  야마모토 유키히사

아픈 과거를 가진 주인공

역시 아픈 과거를 가진 동창생이 찾아온다

자신을 놀리지 않던 단 한사람이라서 찾아 왔으면서도 상대의 상처를 후벼 파는 동창생.







모두 같은 주제로 써서인지 한사람이 썼다 해도 믿을 만큼 비슷한 분위기의 글들이다.

잔잔하고 섬세한 톤으로 그려지는 아직 어린 날의 갈등들, 차마 시작되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사랑에 대한 애절함.

책을 덮은 지금 가슴아파하는 유년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확실하고 선명한 모습으로 네게 다가오는 사랑도 있을 꺼야 분명히

그 사랑을 위해 준비하고 있으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1 - 개정판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1
나폴레온 힐 지음, 권혁철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만일 지금 당신이 몸과 마음이 지칠 정도로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 있거나 질병이나

신체 결함 등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함으로써 인생의 사막 한 가운데 있는 희망이라는 오아시스를 발견하기 바란다.]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1권의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날이 그날 같은 시들시들한 기분이던 나에게 뭔가 확실한 돌파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단어를 만났다. 성공철학.

언제부터인가 꿈이라든가 인생, 성공 같은 단어들은 애써 외면하며 살고 있었다.

내 삶이 아닌 것 같은 삶.

마치 자아가 둘로 나누어져 원하는 것도 되고자하는 의지도 없는 나는 깊이 잠 재워두고, 남은 나는 그저 시간이 흐르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은 삶 이었다.

나는 몸과 마음이 지칠 정도로 어려운 문제에 당면하면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 나에게 나폴레온 힐은 말한다.

[불행에는 반드시 그와 동등한 가치가 감추어져 있다]고

[진정한 승리란 자신의 불행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잠들어 있는 나를 깨우라고.




성공철학의 거장인 저자 나폴레온 힐은 평생에 걸쳐 인생의 성공철학에 대하여 연구, 특히 개인의 성취와 동기부여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저자는 사고는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닌 하나의 물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성공철학을 현실에 적용, 많은 사람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생각에 따라 우리의 삶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단지 결심한 것만으로는 우리들의 감정을 즉석에서 바꿀 수 없지만 행동을 바꿀 수는 있으며, 행동을 바꾸면 자동적으로 감정이 바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잠재의식은 비옥한 밭과 같다.

하지만 그 땅이 아무리 기름지다 해도 그대로 방치해 두면

머지않아 잡초만 무성할 뿐 못쓰게 된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기 암시의 씨앗을 심고

열심히 가꾸어야 한다.

당신은 점점 풍요로워질 것이다.]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이미 과거형이 되어버린 나의 꿈.

이제 떨치고 일어나 잡초 제거에 들어가자. 과거에 묻혀 있는 꿈을 다시 일으키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내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처음이라는 말을 좋아 한다

새로운 시작에서 느껴지는 설레임, 상쾌함, 약간의 두려움, 그런 감정들이 함께 어루러져서  풍기는 이미지가 좋다.

한동안 국내 소설에만 푹 빠져 지내다가 세계로 눈을 돌리고, 드디어 핀란드 소설이다.

크리스마스나 산타에는 별 관심이 없던 유년 시절을 보내고서 이제야 핀란드하면 산타를 떠올리고 가슴을 두근거리다니.

특히 책 표지의

[핀란드 사람들은 춥고 어두운 겨울 동안 침대에서 호타카이넨의 책을 읽는다.] 는

선전 문구는 산타와 별 관련이 없이 보낸 유년시절을 보상받게 해 줄 것 같은 기대로 나를 흥분 시켰다. 책제목이 [그 남자는 불행하다]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전에 읽은 책에 ‘병전성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병에 걸리기 쉬운 성격이라는 말이다.

주인공 마티가 바로 이 ‘병전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는 자신의 관점에서 본다면 훌륭한 가장 이었다.

청소, 빨래, 요리 그리고 육아까지,  아내의 손은 손톱만큼도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하게 책임진다. 물론 솜씨도 훌륭하다. 그는 늘 더 나은 육아와 요리를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조깅 마니아로서 건강관리도 확실하게 한다. 당연히 사회생활을 할 시간은 없다.

그러던 그가 아내와의 사소한 말다툼 끝에  단한번의 주먹질로 폭력을 행사한다.

아내 헬레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린 딸과 집을 나가 6개월의 별거와 이혼을 요구 한다.

오로지 가정만이 삶의 전부였던 마티에게는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생각한다.




[그녀는 집을 원한다.

나는 그녀를 원한다

그렇다면 집의 도움을 받아서 내 뜻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 뒤 그는 그녀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단독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평범한 사람에게는 범죄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행동들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그의 ‘병전성격’이 뜻밖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강박적이고 그릇된 집착으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시점을 마티로만 이끌어 갔다면 아마도 재미는 훨씬 덜 했을 것이다.

강박적인 사고와 그릇된 집착으로만 똘똘 뭉친 한 남자의 엽기적인 단독주택 구하기 소동정도로 약간 씁쓸하게 느껴지는 불합리한 사회의 단면을 고발하는 소설에 머물렀을 테니까

그러나 작가 카리 호타카이넨은 시점의 이동을 통하여 각각 인물들의 입장을 잘 표현한다.

같은 사건이 보는 시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 지, 사람들 의식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감정들은 어떠한 지를 작가는 간결하게 잘 나타낸다.

잘못 표현하면 군더더기가 잔뜩 붙어서 읽는 사람에게 강요당하는 느낌을 받게 할 수도 있는 대목들을 산뜻하게 작가는 잘 풀어간다.

역시 [핀란디아 문학상]이나 [북유럽 문학상]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 접하는 것으로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는 우를 범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아 핀란드 사람들은 이렇게 사고하는 구나’하는 등등

소설속의 인물은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니까

 

 
덧글쓰기 리뷰담기 (+3) | 수정 | 삭제
 




 






유쾌한 우울증 생활 2008/01/10 15:48

지은이 우에노 레이 | 장연숙 옮김
출판사 열린과학
별점

 
 

 

우울증

울증 또는 울병,  우울증이라고도 한다.

우울한 기분에 빠져 의욕을 상실한 채 무능감, 고립감, 죄책감, 자살충동 등에 사로잡히는 일종의 정신 질환.




[명사]<의학> 기분이 언짢아 명랑하지 아니한 심리 상태. 흔히 고민, 무능, 비관, 허무 관념 따위에 사로잡힌다.




요즈음엔 <마음의 감기>라는 말이 유행한다.

마치 감기처럼  일생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병이라는 뜻일까?

아직까지 <감기>는 발병의 정확한 원인(최소 100가지 이상의 바이러스가 원인이라 한다.)도, 치료할 수 있는 약도 개발되지 못했다.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약은 치료제가 아니라 증상 완화제일 뿐. 그 점에서 <우울증>과 비슷하다. 여러 가지 임상 실험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우울증>의 정확한 원인도 치료제도 개발되지 못한 상태이다.




나이가 어느 선을 넘으면서 만나는 지인들은 대부분 (대개는 약하게, 몇몇은 혹독하게 앓고 있는)  이 <마음의 감기>를 호소한다.

지인들이 의기소침함, 용기 없음, 이유 없이 불안하고 비참한 기분이 드는 것을 호소할 때 나는 모든 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님 자존심 때문에 차마 털어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물론 <우울증>도 우리가 고통스러운 시련을 겪을 때 찾아오기는 한다.

그러나  저자 우에노 레이는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느끼는 슬픔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이 아니라 치명적인 <폐렴>이라고. <마음의 폐렴>.결코 느긋하고 만만히 바라볼 병이 아니다.




병전성격; 병에 걸리기 쉬운 성격.

<우울증>도 다른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성격이 있다.

그 성격으로는 *성실하다. *꼼꼼하다 *책임감이 강하다 *완벽주의자 *노력가

그러나 달리 표현하면 *융통성이 없다 *혼자서 모든 것을 떠맡는다. *쉴 틈이 없다가 된다.

모범적이고 훌륭한 성격의 소유자이긴 하지만 그 성실이 지나쳐 집착으로 이어지게 되고 우울증이 발병하게 된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우울친화성격(멜랑꼴리 친화형 성격)>이다.




전문의가 아닌 우울증 환자가 직접 쓴 책이라서 <우울증>에 대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이기 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우울증>을 풀어 나가는 방식에 공감이 갔다.

우울증을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재앙이나, 환자 자신의 결점이 아니라 평범한 병으로 인식해야 함이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모두가 우울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 우울은 결코 <악>이 아니다. 저자 우에노 레이는 우울은  그 사람의 <개성>이라고 말한다.




[우울증에 걸렸던 것은 자신이 나빴기 때문이 아니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여 벼랑 끝 막다른 곳까지 자신을 내몰 정도로 죽을 둥 살 둥 일했다. 그 결과 우울증에 걸린 것이므로 사실 스스로를 칭찬해도 모자라다. 우울증은 결코 부끄러운 병도 아니고 자신이 모자라고 뒤떨어졌기 때문에 걸린 것도 아니다.]

 

 
덧글쓰기 리뷰담기 (+5) | 수정 | 삭제
 




 






악인 2008/01/09 00:53

지은이 요시다 슈이치 | 이영미 옮김
출판사 은행나무
별점

 
 

 

어렸을 적 무지했던 나는 도서관 이용을 할 줄 몰랐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무작위로 한권씩 제출해 만든 학급문고 이용이 고작이었으므로 늘 읽을거리가 부족 했었다.

그래서였을까? 한 때, 저녁시간이면 아버지가 돌아오시기 전, 몰래 신문에 연재된 소설을 읽는 재미에 빠져 보낸 적이 있다.

세로쓰기로 되어 있고, 글 중간쯤에 야시시한 삽화가 그려진, 열 살 전후의 나이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내용의 소설이었다.

별 재미도 없고, 내용 파학도 잘 안되어서 그 취미는 별로 오래가지 않고 시들해졌다.

어른들에게 들키기 전에 스스로 그만뒀으니까.




그때의 경험이 그 이후로도 쭉 나의 독서 습관에 영향을 미친다.

사전 지식 없이 무심코 선택한 책을 읽어 가던 중,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묘사(이 중 특히 성애에 관한 장면이 단연코 1위이다.)가 길게 이어졌다거나 해서 책 소개한 부분을 살펴보면 무슨 무슨 신문에 연재한 소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매일 매일 제 날짜에 연재하려면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고, 즉각적인 독자의 반응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고 등등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이 앞선다.




평소 일본 소설을 즐겨 읽지 않았기에 작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아직 접해본 적이 없다. 처음 읽는 책이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이라니, 평소의 편견으로 기대를 반감하고 책 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뒤에는 나의 편견에 약간의 수정이 필요함을 느낀다.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등장인물 개개인의 섬세한 내면 묘사에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특히 [악인]은 작가의 사적인 감정이입 같은 군더더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 된다.

밖으로 드러내기에는 수치스럽고 졸렬해 보이는, 천박스럽기까지 한 인간 내면의 추악함을 작가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20대 여성 [이시바시 요시노]의 의문의 죽음을 주축으로  그 여인 주위의 인물들이 각각 화자로 등장하면서 그들이 원했던 것, 표현 했던 것, 마음속에 감추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평범하고 속된 각각의  화자들을 통하여 작가는 인간에게는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보여주는 살인자 [유이치]의 행위는,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지만 그들의 깊은 무의식 저편에는 선함이 존재함을, 그래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살인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가 살인자임을 알고 난 후에도 그를 용서하고, 함께 도피 여행을 떠났던 [마고메]의 반어적으로 들리는 물음.

“세상에서 하는 말이 맞는 거죠? 그 사람은 악인이었던 거죠? 그런 악인을, 저 혼자 들떠서 좋아했던 것뿐이죠. 네? 그런 거죠?”

 

 
덧글쓰기 리뷰담기 (+2) | 수정 | 삭제
 




 






가타부츠 2007/12/29 02:35

지은이 사와무라린 | 김소영 옮김
출판사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별점

 
 

 

대부분의 단편집 제목은 책에 수록된 작품들 중 하나이다

정하는 기준이 작가의 입장이든, 출판사의 입장이든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것을 고른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일본 작가인 사와무라 린의 단편집 [가타부츠]에는 [가타부츠]라는 제목의 소설은 없다

일본어인 [가타부츠]는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 또는 착실하고 품행이 바른 사람을 뜻하는 명사로 우리말로 직역하면 [보통 사람]이다.

[가타부츠]에 수록된 여섯 편의 단편은 연작 소설도 아니고, 각각 독립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성격은 가타부츠라는 말이 똑 떨어지게 맞춤이다




<맥이 꾼 꿈>

악몽을 먹는다는 상상의 동물 맥.

미치오와 사오리는 이 상상의 동물 맥으로 인해 우연한 만남을 갖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둘은 각각 다른 배우자가 있다

가타부츠인 미치오와 사오리는 ‘좀 더 일찍 만나거나,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할 사람들이다

둘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둘 중 한사람이 [죽음]을 택하기로 결심 한다

서로에게 비밀로 자살을 진행하던 중 사오리는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사오리의 임신으로 그들은 가타부츠로서 ‘이제껏 가장 하고 싶지 않았던 일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을 택한다. 그들은 죽음으로 도피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불편해도 그들은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주머니 속의 캥거루>

편지 대필 업체에서 일하는 다카모리

그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지나쳐 강박증에 가까운 성격의 소유자다

‘늘 주위 사람을 챙겨주면서도 그 사람들이 자신에게 고마워해 주길 바라지 않는’ 그러나 ‘마치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으면 자신은 아무런 가치도 없게 될 것 같아서 전전긍긍하는 사람’으로 주위 사람에게는 비쳐 진다

가타부츠인 다카모리에게는 아코라는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

그녀는 다카모리의 첫 번째는 자신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다카모리의 애인들과 경쟁 한다

아코가 그런 확신을 갖게 된 것은 다카모리가 그녀의 응석을 무엇보다도 (애인과의 약속보다도) 우위에 두기 때문이다

그는 아코에게서 한 발짝도 달아날 수 없다고 느낀다.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에서는 다소 기형적인 가타부츠가 주인공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는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 관찰하기’가 취미이다. 카페 같은 편안한 장소가 아니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인파가 밀어닥치는 개찰구라는 장소에서 혼자, 조금 불안한 듯이 기다리는 사람’을 보는 것.

그는 ‘기다리는 사람은 믿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다’라고 생각 한다 이유는 인간의 믿음이란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불안을 극복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믿음을 바탕으로 살의도 품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고 후회도 없다.




<유사시>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과 7살 연상의 남편을 둔 전업 주부 ‘나’는 강박 신경증 환자이다.

그녀는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만  병원을 찾는 대신 ‘루나’라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내고 ‘루나’의 도움으로 강박 신경증을 이겨 낸다. 하지만 루나는 실존인물이 아니고 본인이 자문자답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일어난 자그마한 사건으로 그녀는 자신의 “유사시”에 대한 공포도 이겨내고 남편도 그 공포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구하는 지혜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요즈음 너무 위악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지게 가볍기만 한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어느 정도 질려 있었던 차에 만나게 된 소설이라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가타부츠]

여리고 섬세한, 그러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라고 다르게 해석해 본다

 

 
덧글쓰기 리뷰담기 (+3) | 수정 | 삭제
 




 






천 개의 찬란한 태양 2007/12/19 18:50

지은이 할레드 호세이니 | 왕은철 옮김
출판사 현대문학
별점

 
 

 

책을 덮고 나서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도대체 삶이란 무엇일까? 운명이란 또 무엇일까? 희망이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머릿속이 마구 뒤엉켜 마치 늪에 빠진 느낌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와 그들의 종교인 ‘이슬람교’에 대하여 전혀 무지한 상태였다.

올해 여름 탈레반들이 우리나라 봉사자(기독교인)들을 납치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을 겪었음에도 다만 그들을 ‘무장한 테러리스트’ 정도로만 이해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지구의 작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두 여성 [마리암]과 [라일라]의 비극적인 일생을 그린 소설이다

소련의 침공, 내전, 그리고 탈레반의 정권 장악, 미국과의 전쟁 등 비극적인 시대에 태어난 두 여인이 어떻게 시대의 희생물이 되어 가는가를 작가는 과장됨 없이 잔잔하게 보여준다.




‘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말)로 태어난 [마리암].

그녀의 어머니 [나나]]는 사건이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올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총명함은 뛰어나지만 자애로움이 부족한 여인이다.

뱃속에 마리암을 가진 채 남자와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울분으로 인하여 자기 자신과 어린 딸 [마리암]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입힌다.

체면과 사회적인 평판이 두려워 [마리암]을 외면하는 아버지 [잘릴]

사실 [마리암]의 인격과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는 아프카니스탄의 비극적인 역사보다는 어머니 [나나]에 대한 애정과 그녀를 버린 아버지 [잘릴]에 대한 미움이 더 크고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한편 또 다른 주인공인 [라일라]는  교육자인 아버지와 밝고 쾌활한 어머니 밑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으로 인하여 그녀의 가정은 천천히 붕괴되고 망가져 간다.

어린 소녀 [라일라]는 전쟁을 겪으면서 세계관과 인생의 목표를 얻고 성숙한 자아를 만들어 간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여인의 인생은 서로 얽히게 되고 혈연보다 높은 우정을 가진 관계로 발전 한다




제목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다.

그러나 [마리암]의 일생 중 단 한 개의 태양이라도 그녀의 머리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적이 있었을까?

인생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 하지만 마리암은 대부분, 라일라의 마음속에 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천 개의 태양의 눈부신 광채로 빛나고 있다.](562쪽)




이 구절을 읽고 또 읽어 본다

눈을 감고 외우고 또 외워본다







[ 어느 날, 그는 굽이쳐 흐르는 강을 따라 걷다가, 혹은 아무도 지니긴 흔적이 없는 눈 덮인 들판을 바라보다가, 아버지의 부재가 더 이상 아픈 상처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는 그것이 전적으로 다른 어떤 것이 됐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가장자리가 무뎌진 어떤 것 말이다. 민담처럼. 존경해야하고 신비로운 그 무엇처럼. ](515쪽)

 

 
덧글쓰기 리뷰담기 (+3) | 수정 | 삭제
 




 


  1   2   3   4   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