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목욕탕
김지현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독서 치료 모임에서 상실감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 책에 슬픔이란 상실에 대해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쓰인 것을 보고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그 책에서는 압박감, 무기력, 스트레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또는 집중력 결핍 장애, 우울증 등은 상실감에 잘 못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김지현 작가의 [춤추는 목욕탕]에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상실감을 어쩌지 못해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증세에 시달리는 세 여성이 등장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상실은 우리를 얼마나 미치게 하는가.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을, 아들을 그리고 사위를 잃은 세 여인. 그녀들이 인생을 살면서 겪은 상실이 비록 지금이 처음은 아닐지라도 그녀들은 매번 처음인 것 같은 슬픔에 비명조차도 지를 수 없다.

 

[미안해, 네, 얘기를, 오래 듣지 못해서.

미안해, 너의, 침묵을, 오해해서.

미안해, 혼자, 살아남아서] (248쪽)

 

[의견이 갈릴 때마다 굳어지던 그 얼굴. 화가 났던 게 아니라, 외로웠던 거야?] (205쪽)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다음으로 미루면서 미처 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지.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이제는 너무 늦어버린 때임을 느끼게 된다.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지냈던 사람들. 늘상 습관처럼 어제도 내 곁에 있었으니 내일도 그러하리라는 착각 속에서 들어주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래서 [춤추는 목욕탕]의 인물들은 이구아나를 허벅지에 달고 다니고, 끊임없이 사과를 깎으며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껍질이 벗겨져라 때수건으로 박박 닦아댄다.

 

김지현 작가의 약력을 살펴보니 1975년생이다. 늙지도 어리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 그 어중간함의 세월에서 어찌 이리도 인생의 깊이를 잘 잡아내는지 경탄스럽다. 이제 김지현 작가의 소설집 [플라스틱 물고기]로 옮겨가 볼까 한다. 단 2권으로 시작하는 김지현 작가의 전작읽기를 시도하기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 다락방 Special edition - 내일의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이지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여고 시절 친구들의 모임이 있다. 5명이 가지는 정기적인 모임이었는데 이런 저런 세상사를 이야기하던 중 불쑥 한 친구가 물었다. 처녀시절 평소 자신이 원하던 이상형의 사람과 결혼하게 되지 않았느냐고. 본인은 그렇다고 한다. 옆의 친구도 자신도 그렇다고 인정했다.

먼저 질문을 던진 친구는 중매로 결혼했고 대답을 인정했던 친구는 연애결혼이었다. 자신의 이상향과 결혼해서 만족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배우자에게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란 결론이다. 딱 그만큼만을 원하고 선택했던 자신의 잘못이라고 한다. 수긍이 가는 이야기이다. 내 경우는 어떠했었나? 시간을 가지고 곰곰 생각해보니 나도 최저 마지노선으로 딱 그만큼의 배우자를 원했고 내 자신이 선택했음을 인정하게 된다. 철없는 소녀시기를 지나 자신의 배우자를 맞을 때가 되면 현실적인 꿈을 꾸게 된다. 대상을 만나기전 이상향을 꿈꾸는 과정에 적당한 타협도 깃들어 있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 스페셜 에디션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간절히 원하라. 그러면 이루어진다. 단 간절히 원하되 속마음으로만 원하지 말고 말로 표현하고 남에게 공포(公布, promulgation)하라.’ 는 이야기이다. [꿈꾸는 다락방]을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모임에서 가졌던 친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때 우리는 VD를 알게 모르게 사용하고 있었구나’ 라는 깨달음을 갖게 된다. 이지성 작가는 말한다. 현실과의 적당한 타협은 없다고.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생각하지 말고 간절히 원하라고.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고 한다.



이번 [꿈꾸는 다락방] 스페셜 에디션 편에서는 실제로 VD를 실천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실례를 파트 2에서 다루고 있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가수 휘성과 억대 연봉의 강사, 미스코리아, 외무고등고시 합격자등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그들의 성공이야기를 반드시 나의 삶에 적용하리라.’ 하는 의지가 불끈 솟아오른다.

 

나에게 있는 ‘알라딘의 마술램프’를 절대 의심하지 않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eaving, Living, Loving - 중국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한 그녀의 열정어린 러브레터
김은정 지음 / 앨리스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 말했다. 인생에 있어 40대는 이제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는 나이라고. 그 말은 이제 새로운 시작이나 열정보다는 안정, 또는 안주에 가깝게 들린다. 실제로 가리키는바 그러할 것이다. 인생의 전환기라는 40대. 그 나이에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낯선 땅 중국에서의 새로운 삶이라니. 동경보다는 놀라운 감정이 먼저 든다.

이렇다 할 직업 없이 가사 일만 하던 나도 막상 중국 선전이라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고 하면 망설여질 터인데 ‘마담휘가로’의 편집장과 ‘샤넬’ 홍보부장이라는 그동안 쌓아온 화려한 커리어를 포기하고 오로지 가족이 모여 함께 살기 위해 중국에서의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는 저자 김은정.

 

[Leaving, Living, Loving]은 막연한 동경을 품고 낯선 이국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는 절대 아니다. 저자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중국을 소개하는 지침서도, 선전을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북도 아닌 실제 경험을 녹여낸 정착 체험기이다.

떠나기 전의 망설임부터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들까지를 꼼꼼히 밝히고 있는 Leaving. 특히 선전 거주자들의 조언을 나라별로 사진과 함께 담은 부분이 재미있다. 실제로 이민을 가는 경우라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선전으로 이주한 뒤 중국어의 몸살을 겪으며 차차 안정을 찾아가는 생생한 중국 체류기인 Living. 글 잘 쓰는 엄마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들 영기의 일기 부분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중국의 요리들에 익숙해지듯 중국의 생활에 익숙해지며 점차 중국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Loving. 저자는 중국에 대한 느낌과 중국인의 사고를 읽기 위해 먼저 중국에 관한 소설들로 시작했다고 한다.

 

가까이에 위치하고,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들을 늘 함께 해왔던 나라. 중국. 더 이상은 깊이 생각해보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이제 [Leaving, Living, Loving]을 다 읽고 새삼 중국의 지도를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직접 이주해서 새로 시작하는 삶은 아닐지라도 그 안에서 저자 김은정처럼 나도 열린 사고와 배려를 키우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라고 사전에는 정의되어 있다. 특별한 탈출로가 없이 그저 그렇게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나날 중에 반짝 내리는 단비 같은 소설. 분명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소설에는 그런 힘이 있다.

신작 [오 해피 데이]에서는 전의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주인공에게서 다소 과장스럽게 느껴지는 희극스러움은 많이 줄어들었다. ‘연극이나 소설의 주인공이니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지’하는 느낌을 자아내는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흔한 이웃들, 나아가서는 바로 내 안의 모습이랄까. 친근하면서 전혀 거리감을 느낄 수 없는, 말 그대로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오 해피 데이]에는 써니 데이/ 우리 집에 놀러 오렴/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여기가 청산/ 남편과 커튼/ 아내와 현미밥 등 총 6편의 단편이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실려 있는데 모두 소시민의 이야기이다.

 

반복되는 생활에 묻혀 시들어가던 30대 주부가 ‘옥션’이라는 인터넷 상점을 알게 되면서 사용자들의 칭찬 한 줄에 생활의 활기를 얻는 이야기인 ‘써니 데이’/ 전혀 이유를 모르는 채 별거에 들어간 남성이 집을 사려고 모아뒀던 돈을 이용해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면서 해방감과 함께 몰랐던 아내의 불만을 깨닫게 된다는 ‘우리 집에 놀러 오렴’/ 결혼한 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자 타성에 젖게 되는 부부관계를 상상과 꿈으로 대리만족하는 다소 프로이트식의 해석이 가능한 ‘그레이프프루트 괴물’/ 실직을 당하고 부인과 역할을 맞바꿈으로서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집안일과 육아에 보람과 흥미를 느끼는 ‘여기가 청산’/ 남편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헝그리 정신을 발휘해 잠들어 있는 자신의 재능을 일깨우고 자극하게 된다는 ‘남편과 커튼’/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로하스에 빠져든 사람들을 적당히 비꼬는 ‘아내와 현미밥’

 

소설 [오 해피 데이]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일상 탈출을 꿈꾼다. 유쾌하고 행복한 일탈. 그것은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감으로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리움 Ilium - 신들의 산 올림포스를 공습하라!
댄 시먼즈 지음, 유인선 옮김 / 베가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일단 어떠한 책을 선택하기 전 그 책에 대한 잠정적 평가는 필히 거치는 과정이다. 방대한 물량으로 갖가지 책이 쏟아져 나오는 요즈음엔 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어떤 책을 선택해서 읽어야 할까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댄 시먼즈 작가의 [일리움]은 잠정적 평가 대상으로는 완벽하게 성공한 작품이라 하겠다. 미스터리 소설이나 스릴러 부분에서도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과학소설 분야 최고의 명예라 하는 ‘휴고 상’과 함께 ‘스토우커 상’, ‘로커스 상’ 등을 수상한 작가의 명성도 충분히 거기에 한 몫을 한다.

그리고 일단 책을 선택하고 손에 들었을 때 책의 만만치 않은 두께에 다시 한 번 만족하지 않을 수 없다. 반가움과 놀라움에 쪽수를 살펴보니 자그만치 942쪽이다. 거기다가 책의 크기는 또 어떠한가. 책꽂이의 윗부분의 틈을 전혀 남기지 않고 꽉 차는 크기이다. 아쉬운 점은 평소 습관대로 침대에서 뒹굴며 책을 읽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 책의 무게 때문에 책상에 정자세로 앉아서 읽을 수밖에 없다.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유럽인의 정신과 사상의 원류가 되는 그리스 최대 최고의 민족 대서사시라는 [일리아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고전문학과 판타지 즉 현대과학소설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는 [일리움].

사실 [일리이드]의 내용도 백과사전에 나온 내용을 발췌에서 아는 정도의 지식만을 가지고 [일리움]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약간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예상했던바 앞부분에서는 진도 나가기가 좀 어려웠다. 그 많은 인물들과 그 많은 사건들.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어찌어찌해서 어려운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었다. 다시 되짚어 가노라면 조금쯤은 머릿속이 환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인생을 관망하는 나이튼헬저의 자세를 흉내라도 내볼까, 자꾸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도 그렇게 변화되지 않을까 잔뜩 기대하며 다음 이야기인 [올림포스]로 넘어간다.

 

[“매 시간, 매일, 매일 아침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나는 몰라요. 앞 일을 모른다는 건 너무 멋진 일이에요.”] (94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