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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춘다고?
상징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쨌든 제목에서 느껴지는 아이들에 대한 차원 높은 사랑은 이 책 읽는 것을 살짝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아이들이랑 함께 뛰놀 자신까지만 있는 교사이기에.
이 책은 2008년까지 초등학교 교사이시기도 했던 김용택 시인의 산문집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 아이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연과 시골에 대한 사랑. 온갖 것에 대하여 애정이 가득한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조각글들에 담뿍 녹아있다. 개인적으로 높은 문학성을 가진 글보다는 일상의 이야기와 생각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글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이 책은 후자에 더 가까운 편인 것 같다. 김용택 시인의 다른 글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시인 김용택의 글이라기 보다는 초등학교 교사 김용택의 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너무 외람된 말일까.
처음에 제목을 보았을 때는 교사로서의 일상이 이 글의 주된 소재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사실 이 글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 못지 않게 고향마을과 자연, 농부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저자의 자연에 대한 애정과 관심 어린 시선 덕분에 글 곳곳에서 계절에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들꽃과 나무들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계속 아스팔트 도로에 반듯반듯한 건물만 보다가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여리고 싱그러운 자연에 대한 묘사는 내가 이 책을 맛있게 읽을 수 있게 해 준 또 하나의 이유가 된 것 같다.
소재의 절대적인 양을 생각할 때에는 이 책이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교사여서인지, 아니면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김용택 시인의 따뜻한 시선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 책은 나에게 교육적인 이야기 측면에서 가장 크게 다가왔다.
저자는 아이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즐겁고 신기해한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뛰어놀 수 있는 땅만 있으면 행복하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힘껏' 한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요즘 조금 지친 나는 저자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아이들을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는 커다란 거리감을 느꼈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아이들로부터 상처를 받았으며,
무슨 일이든 '힘껏'하고 진지한 아이들의 모습이 어이없어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힘껏' 학습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 게임 수업을 도입해 놓고서는 열심히 하다가 싸우고 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그냥 마냥 좌절하기도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원래 그런 것인데. 그리고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어른인 내가 마냥 아름답게 보고 너그럽게 넘기면 별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인데.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아이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것일 테다.
김용택 시인은 그만큼 다른 사람을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계셨고, 그러한 저자의 마음의 깊이는 글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출만한 마음 씀씀이를 갖지 못한 나도 이 책을 통해 따뜻하게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교사로서 나의 마음자세에 대하여 부담없이 반성해 볼 수 있게 해 준 책이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