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생활 문화재 학교 - 박물관으로 간 조상들의 살림살이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이재정 지음, 신명환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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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선생님이 역사교육 연수를 다녀오셔서 전해주신 말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중고등학교때 배웠듯이 통사적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어차피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기에 배운 내용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또한 아이들은 5학년정도 되어서야 겨우 역사적 사실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기에(역사 의식의 발달단계 참조) 초등학교에서의 역사는 '생활사' '인물사'중심의 역사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영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역사를 중요한 사건을 시대별로 쭉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별로 '마을의 모습, 교통, 아이들의 생활, 농업, 부자의 생활, 가난한 사람의 생활' 등의 테마를 잡아서 풍부한 그림과 함께 가르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조선시대의 생활 모습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제시해 준 훌륭한 역사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조선 시대 조상들의 의(한복, 관모, 장신구), 식(소반, 식기), 주(한옥, 장과 농, 궤와 함, 서안과 탁자, 병풍) 등의 생활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책은 각각의 소재에 대하여 풍부한 사진자료와 그림자료를 곁들여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활도구라고 하더라도 아무래도 이전에 사용되던 물건들은 한자 이름이 많기 때문에 도구의 이름이 낯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제시되어 있더라도 아이들이 용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한자 단어도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어요. 특히나 각주를 사용하기 보다는 다른 색깔에 키운 글씨로 본문 안에서 단어의 뜻을 제시하고 있기에 보기에 편합니다.  

게다가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생활 용품의 사진을 정말 '모조리' 실어 놓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끔 설명은 되어 있지만 사진은 실려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함을 느낀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내용이 쉽고 양도 그리 부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 쓰인 이 책.  

꼭 추천드리고 싶네요. 특히나 초등학교 5학년 아이라면 1학기 말 즈음 조선시대에 대하여 배우기 시작할텐데 이전에 한 번 읽어보면 아이가 좀 더 생생하게 그 때의 생활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들께서도 읽어보시면 아이들에게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에 대해 풍부하게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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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 2010 새로고침판 자꾸자꾸 빛나는 1
이상석 지음, 박재동 그림 / 양철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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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79년 에 처음 교단에 선 후, 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계속 함께 해 오신 이상석 선생님께서 교직생활을 하시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책이다. 1990년대 초반 전교조 결성의 주축으로 참여하셔서 해직되었다가 5년만에 다시 교단으로 돌아오게 된 이상석 선생님. 이 책에는 선생님의 해직 이전의 교직 생활 기간 동안 아이들과 많은 사랑과 정을 나눈 이야기,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참교육을 고민하다가 전교조 결성 이유로 해직된 이야기, 해직 후 복직을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교사라면 꼭 읽어 보아야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을 받아 들었을 때는 교직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전교조'라는 단체의 명확한 성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전교조 투쟁을 하시다가 해직된 경험이 있으신 선생님의 책이라는 데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이 책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는 과정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시는 이상석 선생님의 삶을 엿보면서 교사로서 나의 모습이 이선생님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 작고 보잘 것 없이 느껴졌고, 자꾸만 작아지는 나의 모습 때문에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중요시 여기시는 이상석 선생님. 그만큼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교사의 권위도 내어 던지며 힘을 쓰셨고, 또한 부모와 같이 어쩌면 부모님보다도 넓고 깊은 사랑을 베푸셨다.  

책에 나와 있는 일화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하루는 창증이라는 반 아이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가신 선생님. 형사로부터 창증이가 2명의 친구와 함께 공장 창고를 털어 기계 부속 또는 고철 덩이를 리어카로 빼 내어서 함께 팔았고, 아이가 여학생과 동거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창증이는 물건을 훔친 것은 사실이지만 동거는 절대로 아니었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이에 무언가 찜찜하셨던 선생님은 창증이와 동거하는 것으로 지목된 여학생을 직접 찾아나선다. 만난 여학생으로부터 창증이가 3달전부터 공장에서 취직을 하여 일을 하며 아버지 약값과 어머니 선물, 서울로 갈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월급을 한 푼도 못받았아서 친구 둘과 창고를 털었다는 것, 훔친 돈으로 자기에게 빵을 사주기에 고마운 마음에 창증이가 서울로 떠나는 날에 밥과 빨래를 해주려고 창증이네 집에 왔다가 집으로 들이 닥친 형사에게 오해를 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따귀를 갈기며 이름을 대라고 하는 형사가 무서워서 가짜 이름을 댔다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분노하신 선생님.  

 선생님은 창증이가 처한 어려운 가정 환경적 현실,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동거생활을 하는 아이로 생각하고 그것에 대하여 비난을 퍼부운 형사의 태도, 아이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부재 등을 소재로 하여 열댓장에 달하는 탄원서를 쓴다. 그리고 너무 방대해진 탄원서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본문에 소제목을 달고, 요약서를 앞에 붙이고, 중요한 부분을 붉은 색으로 밑줄 까지 쳐서 담당 검사에게 직접 건넨다.  

결국 학교에서 선도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검사는 창증이를 내보내준다. 교도소문을 나서는 온몸에서 쉰내가 나는 창증이를 데리고 함께 목욕탕을 가서 등을 밀어주신 선생님. 보통의 교사라면 엄두를 내기 힘든 선생님의 마음 씀씀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화를 읽으면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전교조'라는 단체의 성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교사가 교육이 지향해가야 하는 방향에 대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고민해 볼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교사인 나는 '전교조'라는 단체의 성격을 주변에 있는 선생님들 중 전교조 조합원인 분들의 사람 됨됨이를 근거로 하여 막연히 정의하고 있었다. 나는 언론 또는 교사 커뮤니티에서 마주하게 되는 말그대로 '참교사 조합원'들을 보면서 전교조를 참 대단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고 생각한 적도, '대안도 없고 근거도 없이 교육현실에 대하여 비난만을 즐기는 조합원들'을 보며 별 볼일 없는 불만분자들이 많이 모인 단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흔히 듣는 '전교조는 현재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초기에는 참교육에 대한 기치를 높이는데 공이 컸다'는 내용을 전교조 결성 당시 부산지부 부지부장이셨던 이상석선생님의 교사로서의 삶과 고민, 해직 이후의 모습, 계속된 투쟁의 과정을 통하여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독재정권이라는 시대적 배경, 입시 경쟁에서의 승리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는 교육 현실에 상명하복의 공무원 문화까지 더해져 '진정한 교육의 의미'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사회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어떠한 기반도 마련되지 않았던 당시에 '교육 민주화'를 외치며 단체를 결성하여 교육에 대한 이야기의 장을 마련하였다가 직업을 잃으신 여러 선생님들. 그러한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임용고사 시험을 보며 외웠던 '교사는 정치적 활동을 하면 안된다.'라는 명제에 대하여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잘 읽히지만 많은 것을 고민해보도록 만든다.  

오랜만에 교사로서의 자신의 모습에 대하여 성찰해 보고 싶으신 분에게 특히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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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 더불어 시리즈 2
배성호 지음, 김보미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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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지면서 관련 도서도, 심지어 어린이를 위한 금융상품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는 분위기네요. 경제 관련 아동 도서들은 특히나 '투자' 또는 '재테크'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것보다는 '경제 윤리'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경제의 정석 + 경제도덕 교과서의 느낌의 책이에요. 아 그렇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아요. 주제별로 관련된 이야기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고 있거든요. 

 
예를들어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위해서 이 책에서는 왜 축구 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오는지에 대하여 질문을 던집니다.


최고급 축구공의 대부분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1만 50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의 손으로 만들어지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접착제에 들어있는 유독한 화학성분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하루 종일 노동하면서도 매우 박한 일당을 받고 있다네요.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벌여서 회사의 윤리지침을 바꾸었고, 그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국제축구연맹에도 항의를 하였습니다. 이에 국제축구연맹은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어린이와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로 축구경기가 시작할 때 아이들이 함께 선수들의 손을 잡고 나오도록 한다고 하네요.

 
소비자들의 힘, 그리고 소비자가 현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제시하고 있는 거죠.


경제, 선택, 행복지수, 현명한 소비, 시장, 광고, 사회적 기업, 세금, 정부, 세계 경제, 환경과 경제의 관계 등 경제의 중요 개념들이 위와 같이 이야기들과 함께 재미있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한 주제가 끝날 때마다 관련된 신문기사, 또는 예화화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을 꼼꼼하게 읽는 아이들은 이 문제를 생각해보며 많은 도움을 얻을 것 같네요. 이 부분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께서 경제 관련 단원 수업을 하실 때 활용도가 높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이 '투자의 방법'에 대하여 배우기 전에 꼭 먼저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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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모꼴 내 인생
배리언 존슨 지음, 김한결 옮김 / 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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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책이 재미있어서 한번도 쉬지 않고 봤던 것 같아요. 무리한 스케쥴에 집에 오면 일단 누워 자는데 이 책 다 읽느라 새벽 2시에 자서 다음날 고생했습니다..ㅠ 이 책은 10대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잘나가는 고등학생 사라가 임신을 했는데 낳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죠. 이야기는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데 막상 다 읽고 나니 머릿속이 좀 복잡해지네요. 


다 읽고 나니 제 초등학교 때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친구라기보다는 '아는 아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겠네요. 저는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남자아이와 아파트 같은 통로에 살고 있었습니다. 마주쳐도 인사도 안하는 안친한 관계였는데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인가(21살 쯤 되었을 때였어요) 어느날 갓난아이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타더라고요. 그것을 보고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더랬죠. 


소문을 들어보니 흔히 말하는대로 '사고를 친'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기가 막혀서 쓰러지시고. 그 아이는 여자친구와 같이 와서 울고.. 중간에 이런 저런 갈등이 있었겠지만 결국은 아이를 낳겠다고 해서 낳았고 아내(?)와 함께 부모님 댁에서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여자아이는 아기를 키워야 했기에 대학을 그만두었고, 남자아이는 분유값을 벌기 위해서 모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도 대학을 그만두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저는 그들의 선택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긴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아이를 낳음으로써 감수해야 하는 현실은 정말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할만큼 가혹했으니까요.
  

이 책의 주인공은 론다입니다. 론다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부잣집 아들에 외모도 출중하고 심지어 농구까지 잘하는 크리스토퍼랑 연인이었어요. 순수하게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을 하던 론다는 어느날 자신이 임신을 하였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무책임하게 돌아서 버립니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던 론다. 그녀는 결국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지의 돈으로 애틀란타의 어느 병원으로 가서 낙태수술을 합니다. 


'잘못된(?) 연애'로 많은 상처를 받은 론다는 그 후 공부에만 몰두하여 미국의 최고 공대인 조지아 공대 장학생 입학을 노리고 있는 수재로 거듭납니다. 봉사활동에도 충실해서 지역복지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녀에게 어느날 그 학교에서 가장 잘나가는 1학년 사라가 공부를 가르쳐달라고 찾아옵니다. 어머니가 대법관이신 집안도 잘나가고 얼굴도 예쁜 그아이가 지역복지센터로 오다니요! 론다는 말도 안된다며 책임자에게 항의하지만 잘나가는 사라의 어머니 때문에 사라를 가르치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론다는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사라는 몸매가 정말 예쁜데도 헐렁한 코트를 입고 있고, 갑작스레 토하는 증상이 몇주 지속되었다고 하는 점이죠. 이상한 낌새를 차린 론다는 사라에게 묻습니다. "몇주나 되었니?" 깜짝 놀랐지만 솔직하게 론다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 놓는 사라. 론다는 입덧이 심하다는 사라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줍니다. 론다가 이렇게나 구체적으로 조언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한 사라는 묻습니다. "근데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만난지 몇 번 되지도 않았지만 그 순간의 절박함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론다는 사라에게 진심을 털어 놓습니다. "나도 그랬거든."
 

그 후 론다는 사라의 마음에 쏙 들어서 그녀의 과외선생님으로 고용되고... 두 아이는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사라의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죠. 이야기는 그 우여곡절의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낙태 수술을 위해 병원에 갔으나 결국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라의 이야기, 학교에 임신 사실이 알려져서 생기는 소동. 그리고 사라를 과외해주다가 론다가 사라의 오빠인 데이비드와 눈이 맞는(!) 이야기. 그리고 낙태수술 이후 어색해져서 아직도 회복되지 못한 론다와 그녀의 아버지사이의 관계의 회복과정 이야기. 그리고 옛 애인 크리스토퍼와 얽혀서 생기는 사건까지! 매력적인 인물들과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로 책을 손에 놓을 수 없어요.

 
낙태를 하고 나서 계속해서 마음고생을 하는 론다를 보며 성관계를 갖기 이전에 조금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결국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사라를 보며 생명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책에는 출산 후에 겪게 될 현실적인 이야기에 대하여서는 전혀 그려져 있지가 않아요. 어쩌면 사라와 조니(아이의 아버지)는 대학생이 되지 못할 수도 있고요.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펼칠 수 있었던 많은 꿈들을 펼쳐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후의 이야기에 대하여서는 다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라는 부잣집 딸이기에 아이를 낳고도 맞딱드리게 되는 현실이 그렇게까지 가혹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야기가 비교적 가볍게 마무리 된 만큼 '10대의 출산'이란 문제에 대하여 좀 더 현실적이고 깊이있게 성찰해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주제의 무게에 비하여 유쾌하고 재미있게(?) 글이 쓰여졌기에 독서력이 그렇게 높지 않은 청소년들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10대의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텍사스 도서관협회 선정 고등학교 추천도서라고 씌여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도 고등학생이 읽기에 알맞은 책 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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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동무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배유안 지음 / 생각과느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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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산 것은 아니지만 살다보면 절대로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우월한 이들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한동한 유행하였던 재수없는 x 시리즈는 이러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적인 존재를 잘 묘사해주는 것도 같다. 10대 때는 얼굴도 예쁜데 공부도 잘 하는 x, 20대 때는 고쳤는데 티 안 나는 x, 30대 때는 놀거 다 놀고 시집 잘가는 x, 40대 때는 애들 교육에 관심 없는데도 애들이 공부 잘하는 x... 넘어설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게 되는 열등감과 질투. 그것이 모든 사람의 공통 속성이기에 이러한 시리즈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것이 아닐까.    

 

 정후겸. 창경궁 동무는 이를 주인공으로 한다. 조선시대의 르네상스라고 칭송받을 정도로 나라를 잘 다스렸지만 아들을 뒤주에 가두어 죽이는 해괴한 일을 저지른 영조. 영조의 슬하에는 그가 미워한 사도세자뿐만 아니라 예뻐한 여러 옹주들이 있었다. 그 중 화완옹주가 양자로 삼아서 데려온 아이가 정후겸이다.  


영조가 총애하는 화완옹주의 양자 정후겸. 그가 세자이지만 영조의 눈밖에 난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 이산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질투. 창경궁동무에서는 그의 열등감과 질투가 이야기 전반에 걸쳐 옅은 바탕색으로 입혀져 있었다.   


조선 시대 궁중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한중록'. 사도세자의 빈이었던 혜경궁 홍씨가 영조 때부터 그간 있었던 일을 한글로 풀어놓은 이 책에서는 정후겸을 교만방자하고 욕심이 많은 인물로 묘사한다. 만약 한중록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많은 네티즌들이 정후겸의 욕설을 게시판에 올려놓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창경궁 동무를 읽어나가며 마주한 정후겸은 미워할 만은 없는 존재였다. 정후겸은 가난한 양반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그의 아버지는 양반임에도 어부일을 하셨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서당에서 글을 배울 수도 없었던 정후겸이었지만 두뇌가 명석하여 가끔 배우고도 다른이들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한다. 이러한 자식에 대하여 안타까운 아버지가 힘을 쓴 것일까. 정후겸은 화완옹주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서당도 다닐 수 없었던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새 어머니 화완옹주. 그러한 새어머니에 대한 정후겸의 애정은 얼마나 각별했을까. 그는 어머니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공부도 활쏘기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머니인 화완 옹주를 따라서 궁에 들어와서 살게 된 정후겸은 자연스레 또래인 정조 이산과 함께 공부를 하거나 놀 기회를 갖게 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둘은 친해지지만 언젠가부터 정후겸은 자신과 세자손(정조 이산) 사이에는 피할 수 없는 신분의 벽이 존재함을 절감하게 된다.

한번은 함께 숲속을 뛰놀다가 넘어져서 세자손은 손바닥이 살짝 긁히고 정후겸은 팔에서 피가 줄줄 흐를만큼 많이 다치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궁궐로 돌아 왔을 때 상궁들은 세자손의 살짝 긁힌 상처만을 걱정하고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자신의 상처는 모른척하며 "도련님은 왜 위험한 곳으로 세자손저하를 이끄셨습니까" 라고 문책한다. 세자손보다 아무리 학문에 뛰어나고 무예가 출중해진들 자신은 세자손에 비할 때 존중받을 수 없다는 것. 세자손과 자신의 사이에 존재하는 높고 두꺼운 ‘혈통의 벽’을 깨닫게 된 정후겸. 정후겸은 그 벽의 두께를 실감하며 좌절하고 그의 내면에 생긴 상처에서는 열등감과 질투의 감정이 샘솟듯 퍼져나오기 시작한다.

한중록에서는 정후겸의 어머니 화완옹주도 욕심 많고 방자한 여인으로 묘사한다. '화완옹주는 아버지 영조가 자신을 세자인 오빠보다도 예뻐하는 것을 놓고 갖은 유세를 하였으며 행실이 오만하였다'하지만 이는 한중록을 지은 혜경궁 홍씨가 사도세자의 빈이었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내가 화완옹주였다면 어땠을까. 여자로 태어나서 왕위를 물려받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는 시대. 세자로 책봉되었지만 늘 아버지와 성격이 맞지 않아서 아버지에게 미움만 받는 오라버니. 주변에 넘쳐나는 세자저하와 아바마마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세력의 이야기들. 그리고 세자저하인 오라버니를 대하는 것과는 다르게 늘 따뜻하고 다정하게 내게 대해 주시는 아바마마. 내가 배우는 것을 즐겁게 여기고 세상에 뜻을 펴는 것에 관심이 있기까지 했다면 '혹시 나의 양자인 후겸이가 왕이 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았을까. 그리고 그런 꿈을 꾸고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 것일까. 내가 화완옹주였다면 사도세자가 누리는 자리에 대하여 전혀 질투도 열등감도 느끼지 않았을까.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다. 영조의 눈 밖에 난 사도세자. 그런데 그 어긋난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화완옹주뿐이다. 그래서 화완옹주와 그녀의 양자 정후겸의 마음에서는 점점 위험한 희망이 피어오른다.

사도세자가 조정대신들에게 모함을 받으면 받을수록. 세자가 이상행동을 한다는 소문이 돌면 돌수록. 화완옹주도 정후겸도 속으로 흐뭇하고 유쾌해진다. 심지어 정후겸은 자신에게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의 현재의 정국을 세자손에게 뽐내고 싶은 마음에 사도세자가 폐위될 수도 있다는 등의 뒤숭숭한 소문을 세자손에게 흘리며 그의 심경의 변화를 살피기도한다. 사도세자가 죽은 다음에도 정국의 흐름이 어떻게 될 지 세자손이 세자로 책봉될 수 있을지에만 관심을 갖고 발빠르게 정보를 모으고 어머니와 가까운 대신들과 힘을 모으는 후겸.

 

하지만 야속하게도 아들에게 냉혹한 것이 미안했던 영조는 왕위를 세자손에게 물려주기로 마음을 굳힌다.

정조이산이 즉위하는 날. 정후겸은 즉위식에 참석해야 하는지를 놓고 어머니와 언쟁을 하다가 즉위식에 참석한다. 즉위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왕을 인정하지 않는 불충을 의미하기에. 하지만 정후겸이 즉위식에 참여한 진짜 이유는 왕의 자리에 앉은 정조 이산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승자의 승리를 분명히 확인하고자 하는 패자의 비장한 마음인것일까. 즉위식에 참여한 정후겸은 "천세"를 외치며 이전에 정조 이산과 함께 뛰놀았던 시절을 회상한다.

배유안 작가의 작품이기에 읽게 된 책이었다. 읽기 시작하고 나서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정조 이산 드라마를 보지 않았음에도 사도세자가 뒤주에 갖혀 죽은 사건이야 워낙 유명하니까 소재자체가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정후겸의 열등감과 질투에 대한 깊은 공감 때문일 것이다. 사도세자가 폐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울부짖는 정조 이산을 보면서도 마음속으로 묘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 정후겸의 모습은 분명 얄밉고 보기 싫었지만 한편으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내 안의 질투와 열등감. 정후겸은 그러한 감정을 이 이야기에서 잘 표현해내는 인물이었고 그의 감정에 대한 깊은 공감때문에 이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내려놓으면서 이걸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읽어준다면? 을 생각했을 때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무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것은 이 이야기그 사도세자와 영조의 관계, 그리고 정조가 즉위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하고 제법 굵직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중심에서 다루며 사도세자, 영조, 정조와 관련된 여러 대신들의 다양한 관계와 감정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한발 떨어져 지켜보면서 자신의 위험한 꿈을 위해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는 정후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사건 전개가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운 이야기보다는 정후겸의 감정의 흐름에 깊게 공감하고 따라가게 되는 이야기이기에, 이러한 감정적 사전경험(?) 이 많지 않을수도 있는 6학년 아이들에게는 (특히 남자아이들)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수준이 높고 감정이 풍부한 6학년 이상, 오히려 중학생 아이들에게 더 적절할 것 같은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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