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논어 - 삶의 기쁨과 희망을 주는 그림 속 논어 이야기
김정숙 지음 / 토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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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학사를 전공으로 하고 한국학으로 미술사학 박사를 받아 각 대학에서 강의를 한국저작권보호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그림으로 본 논어> 김정숙 작가님은 그림을 읽고 해설하는 동시에, 중국 고전 공자의 <논어>를 우리나라 전통회화와 접목시켜 인문학의 영역에서 새로운 접근법으로 해당 저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논어>는 성리학의 대표 바이블과 같고 조선에서 특히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현대에 이른 지금까지도 해석되고 인용된 것을 보면 스테디셀러가 아닐 수 없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인용한 이 문구는 공부의 기쁨과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을 언급한 ‘열락의 세계’ 가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뜻이다.

차례를 보면 1장 배움의 즐거움, 2장 사람에 대한 사랑, 3장 군자의 덕목, 4장 임금과 선비의 도, 5장 성찰과 깨달음

을 큰 주제로 하여 정선, 김정희, 김홍도, 이인상 등 걸출한 당대의 화가의 그림들을 논어의 가르침과 연결해 소개하고 있다.


 

조선 시대 회화 가운데 19세기 이후 민화로 확산된 장르 '책가도'는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 화훼, 기물 등을 그린 전 세계를 매료시킨 그림들이다. 조선 후기 문화를 대표하는 책가도는 학문을 사랑한 정조의 열정을 표현한 독특한 예술이라고 한다. 국정업무로 바쁜 정조는 독서할 시간이 부족해 화원 김홍도에게 정조가 읽었던 책이나 사상과 세계관을 반영한 책들을 그려넣게 했던 것. 그 책가도가 완성되자 정조는 어좌 뒤에 전통적으로 세웠던 <일월오봉병>을 치우고 <책가도>병풍을 세우게 했고 이는 조선 건국 이래의 관례를 깬 사건과 같았다. 아쉽게도 김홍도의 <책가도>는 전해지지 않고 이형록을 비롯한 여러 화가의 작품들이 전해지고 조선 말기에는 민간에까지 확산된 책가도 병풍들이 혼례나 돌잔치에도 사용되는 유행이 있었다고. 인간의 도덕적 완성과 사회적 질서를 바로잡고자 한 공자의 저술의 정수인 <논어>, <춘추>,<시경>은 조선의 책가도 정신 즉 예술과 교훈을 동시에 중요시한 조선 사회를 대표한다는 저자의 해석이 덧붙여져 있다.


 

높은 학문적 성취에도 미관말직을 전전한 이인상은 영의정, 우의정을 배출한 명문가에 태어난 서자로 자신의 한을 병든 국화에 비유해 <병국도>로 그렸다. 또 추사 김정희는 이인상의 서화를 모범으로 삼아 제주도 유배 중에도 '문자의 향기와 서책의 기운'으로 서법 수련과 독서를 통해 그림과 글씨에 담아 기교보다는 정신에 무게를 둔 문인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된다. 여기서 학문을 중시하는 공자의 태도는 동양에 특히 우리나라에 독특한 경향의 문인화의 태도와 맥을 같이 한다고 소개한다.

공자는 충실한 제자 염백우가 나병에 걸려 격리된 곳에 살 때에 직접 그를 찾아 문병한 일화를 논어 옹야 편에 전한다. 제자의 손을 내밀어 보라고 부탁한 공자는 '이런 사람에게 이런 병이 들다니!'하며 그의 손을 잡고 탄식했다고 한다. 공자는 예수와 달리 인간일 수 밖에 없는 철학자이며 물기없는 갈필로 그려진 병든 국화는 세련되고 매끈한 국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를 느낀 공자처럼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더욱 감동적이고 의미있게 보인다.


 

동식물을 통해 인간의 희노애락과 각종 상징을 표현한 그림들, 선비의 기개와 무욕을 보여주는 산수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과 우정을 중시한 전통 회화, 탐욕을 경계한 군자의 덕목들의 나타낸 그림들. 차례로 소개하는 그림들은 바쁜 일상에 지친 나에게도 잠시 멈춤의 효과를 발휘해 생각에 잠기게 했다.


 

공자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군자는 ‘고난을 극복한 자, 훌륭한 인격을 갖은 스승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 을 언급했고 그동안 겪은 고통을 상처가 아닌 구원의 과정이었음을 깨달은 이만이 고통의 의미를 알고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라 하였다. 현대 사회와는 멀게 느껴지는 임금과 선비의 도는 핵심적으로 다가오는 감정, 부끄러움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다.

중요한 것은 부끄러움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태도다. 부끄러움은 스스로 깨닫는 질적 전환을 통해서만 없어지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학자이자 정치가 우암 송시열은 삼전도의 굴욕을 포함하여 두 번이나 청나라에 패한 조선에 대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강한 치욕을 느껴 부끄러울 치(恥)를 썼다.

송시열 <치> 와 민화 <문자도>병풍에서의 덕목 중 <치>는 무릇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보며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를, 개인 뿐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가진 이들조차 작금에는 잘 잊고 사는게 아닐까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된다. 공자는 논어 태백 편에서 '나라의 올바른 도가 행해지는데 가난하고 미천하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고, 나라의 도가 행해지지 않는데도 부자가 되거나 귀하게 된다면 또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라고 했고 공자보다 100년 전에 살았던 관중의 책 <관자>에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의 의미가 참 크다는 철학을 예를 들었다. 백성을 보살피며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무엇보다 먼저 백성이 염치를 알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은 공자의 논어의 효제충신예의염치라는 팔덕으로 자리잡힌 것.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가치로 인식된다.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걸어가야할 참다운 길을 말한 유교적 가치가 아니라도,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와 정치 현안들은 사회적 책임을 지닌 지식인과 위정자들에게 인간의 부끄러움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저자 또한 역사 속 그림과 책들로 잠시 멈춤과 앞으로 나아갈 때의 중요한 깨달음을 곱씹게 하며, 쉬운 말로 설명하여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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