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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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치매로 흔히 알고, 주변 가족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겠지 생각했으나, 나의 오해였다...
EBS 3부작 다큐프라임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의 "죽는 것보다 늙는 게 두려운" 편에 소개 되었다고. 치료와 요양 과정이 이미 소개되었다니, 해당 편을 본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으리라.

2009년 발병한 유방암을 시작으로 완치되나 싶었으나 저자 유미의 엄마는 2020년 신우암으로 그리고 2022년 재발 및 전이로 진단된 폐암에 이르기 까지 거의 15여 년에 걸친 암 히스토리를 가지신 분이다. 그렇다면 단순 투병 스토리인가?

2020년 이후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 뿐아니라 각 지의 병원들이 초토화가 될 만큼 막대한 금전적 피해와 생명의 위협을 경험했다. 암병동의 모습은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하니 참...코로나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가족들은 물론, 간병 업체의 간병인도 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더라도, 한달에 4백여 만원의 임금을 줘야했다는 사실.
런데 문득, 엄마가 걸을 때 유난히 왼쪽으로 쏠린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밥 먹을 때 한쪽 얼굴 마비, 인지 저하, 카톡 작성 시 와해된 문자...

그냥 기운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뇌졸중 증상과 매우 흡사했다.그많은 항암 치료를 이겨내고 씩씩하던 엄마가 갑자기, 인지 저하와 급격한 성격의 변화를 보이자 금방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 기간도 제대로 보내지 못한 딸은 등골이 서늘해진다. 엄마가 뇌졸중 전조 증상을 보이는 거라면 작은 병원이 아니라 대학 병원으로 가서 당장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암 수술을 받았던 S대학병원은 응급실 환자를 무작정 받아줄 리가 없고, 환자와 가족들은 아주 응급한 상태가 아니면 병상이 빌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엄마와 자신이 고생할 생각하니 절망적인 상황이었다고 한다. 근처 CT를 찍을 만한 병원에서 결과를 가지고 S대학병원을 가고...그동안 항암 치료를 묵묵히 받으면서도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았던 엄마가 뇌종양이라...앞날이 깜깜한 것은 가족들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암 환우 카페에서 정보를 찾고 대처해갔던 딸은 이제 치매 카페에 가입을 하고 절망하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하게 질병과 함께 하는 일상을 처절하게 경험한다.

나라면? 나의 엄마라면? 나의 자식이라면? 이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처럼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 또 끈끈한 가족들과 같이 '존버'할 수 있을까?
처음 호기심에 이 책을 펼쳐들기 전부터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와서 한동안 선뜻 잡을 수가 없었는데, 이틀만에 다 읽고 나서 공공 장소인 동네 카페에서 눈물이 나서 혼났던 기억이다.

엄마는 지금 죽어도 좋아. 이 순간이 행복해.
다만 죽을 때까지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
그리고 이렇게 늦게나마 책을 접하고, 인간의 존엄과 리스펙을 느끼게 해준 유미 작가님께 경이와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주인공의 삶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에 더욱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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