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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ㅣ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고수경 작가님의 이 단편집 수록작품은 각자 다른 해야 발표 되었으나
새싹보호범, 탈 등은 2022년 코로나 시기, 2023년 다른 방, 이웃들이 같은 맥락으로 옆사람, 아직 새를 몰라서, 좋은 교실은 그 이전 2020년에 지면에 실렸다고 한다.
작가님의 등단이 2020년 인걸 감안하면 비교적 모든 작품들이, 최근 5년간 꾸준히 발표되고 같은 맥락을 이루면서 독자들과 평단에 조용히 그리고 강렬하게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 문학이 한강 작가에 쏠려있는 동안.) 독자들은 조용하고 잔잔한 작품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이 단편소설집의 출간은 참 반갑다.
콩이 한 장만 있는 밭은 너무 약한 거예요. 그래서 새싹인 거고, 새싹은 보호해야 한다고.
오랜 수험 생활에 임용고시에 합격한 직후 결혼했고 신혼집에 짐을 풀기도 전에 섬에 발령받은 초임 교사 강, 그리고 코로나 이후 섬은 고립된 장소이기에 지우가 없어지기 전 확진되어 갇혀있던 상황, 담임이었던 강은 주말에도 육지로 가지 못하고 풀어야 할 숙제(남편과 만나 임신계획을 세운 후) 를 안고 지우와 어울리던 윤아를 데리고 시내의 피씨방과 모텔 등을 돌며 아이를 찾아다닌다.
코로나라는 상황, 그리고 섬이라는 곳에서 강이라는 인물이 겪어야 할 일들은 자신보다 어린 초년 교사들로부터 힌트를 얻어 내며, 아이들의 고립에 관한 관찰로 이어진다. '새싹은 보호해야한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어른들은 모르는 걸까?
이웃이 누군지 알지 못하는 도심의 허름한 오피스텔에 세입자 201호는 집 가까운 곳의 고등학교 동창과 회사에서 마주치는 주임 등 연락을 별도로 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산다. 길고양이가 추위에 떨지 않게 박스와 비닐을 깔아 쉼터를 만들어주던, 퇴근 후 어느 날 201호 자신이 들어가서 쉬어야 할 집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해 집이 아닌 복도 바깥에 꼼작없이 발이 묶였고 이를 목격한 202호부터 204호 이웃들의 신고로 외부인 취급을 당하게 된다. 순경을 대동한 집주인 아들이 함께 왔지만 누구도 세입자임을 증명해주는 것이 아닌 남에 불과했다.그건 내가 순해서도 참하여도 아니었다. 그런 게 좋은 세입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소음에도 불평하지 않고 조용히 세들어 사는 그녀를, 집주인 아주머니는 순하고 사소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개념있기에 없는 사는 사람이 편한 이웃이라고 거리를 지켜야 하는 편한 이웃 좋은 이웃이 되려고 했던 태도들이 자신을 고립시켜왔으리라.
집에 들어가지 못했던 몇 시간 동안 스스로 돌아보게 되자, 얼마전 이사 간 B101호 SONG이라는 세입자가 생각났다. 한여름밤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바깥에서 줄넘기를 하던 그녀에게 다가와 함께 뛰어도 되냐며 아는 척을 해온 사람. 그는 어떤 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묻지 않았던 그녀는 그제야 아랫층에 사는 남자가 왜 소리없이 울었는지를 함께 떠올린다.
함께 살지만 막연히 결혼을 하겠지 싶어 여러번 청혼을 거절해온 소희를 연호는 무던하게 견딘다. 청년주택 작은 원품에서 벗어나, 이 둘은 소희의 동창인 주아의 배려로 30평대 방 두개, 화장실 2개인 아파트에 세를 얻었다.
이곳에는 책장이나 책과 체어 같은 그들의 물건은 하나도 둘 수 없으니까.
집주인이 친구임에도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사회적 관계가 어색하고 알 수 없는 벽을 만들었고, 금수저인 친구에 비해 자신과 남자친구의 곤궁함을 생각하니 '다른 방'을 갖고자 하는 욕망, 세를 들어 사는 처지에 대한 한탄스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
흔들어 깨웠는데 꿈쩍도 안 하더라고요. 자세히 보니까 숨도 안쉬었고요.
주말 부부인 그녀와 그녀의 남편, 함께할 땐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따로 있을 땐 그 다른 일들로 서로 연락이 뜸한 사이다. 남편이 일하고 고속버스로 두 시간을 올라올 동안, 이야기는 그가 지갑을 잃어버린거 같다는 것으로 시작했다. 자는 척을 하는지 어깨를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던 남편의 좌석 '옆사람'은 지갑을 훔치거나 모른척 잠든게 아닌 다음 날 뉴스에 사망자로 나왔다. 나중에 경찰관을 대동한 남편과 그녀가 CCTV를 확인했을 때 남편 옆 그 사람이 약을 먹으려다 약통을 놓쳤고 커다란 몸집으로 약통을 쉽게 줍지 못했으며 그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창 쪽에 몸을 붙이는 옆사람이 바로 남편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화면 속 그 옆사람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버스에서 내렸고 버스 기사가 다가가 혼자 남은 남자의 어깨를 흔드는 장면을 비추는 뉴스 리포터는
'사람이 가득 찬 고속버스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아무도 이 시민의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이라는 멘트를 남기고 남편을 당황하게 혹은 화나게 했고 변명이 좀 이어진 뒤 부부는 침묵을 택했다.
오지랖이다, 누가 옆집에 사나 앞집 사람들은 왜 마주쳐도 인사를 안하는지 요즘의 세태가 그런 것을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어느정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들 부부에 관한 에피소드가 그리 큰 파장을 일으킨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사고였고 조용히 심장이 멈춘 사람이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기에 음 그런가, 누구의 잘못도 아닌가? 그러나 후반부에 그녀는 남편이 자신과 결혼 준비하는 자기 시간 틈틈이 지역복지 센터를 다니며 무료 급식 봉사를 하던 사람, 주변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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