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두렵지 않아요 - 아름다운 소년 이크발 이야기 백백 시리즈
프란체스코 다다모 지음, 이현경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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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1995 생애를 너무나 짧게 살다간 이크발 마시에 관한 이야기, 파키스탄의 카펫은 고급 수제품으로 그리고 사치품으로 부유한 도시인들에게 값비싸게 소비되면서 어디에서 왔는가? 불법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어린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어른에 대항한 목소리를 내어 전세계를 놀라게 한 아이.

이탈리아의 교사이자 저널리스트 프란체스코 다다모는 어린이 노동을 겪은 아이에 대하 이야기를 접하고 이크발의 삶과 현실에 좀더 상상력을 더해 주변인물을 창작해 일종의 다큐 픽션을 써서 전 세계의 독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작고 가냘픈 파티마라는 이름의 파키스탄 소녀가 열 살 시절 만났던, 이크발을 떠올리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게 네 빚이다. 이 표시 하나는 1루피(한화로 24원 정도)고. 난 매일 1루피를 네게 줄 거야. 적당한 가격이지. 그리고 매일 해가 질 무렵에 네가 보는 앞에서 이 표시 하나를 지워 줄 거야..


.숲속의 나무처럼 빼곡히 서 있는 그 표시들을 빚을 적어 놓은 숫자도 알 수 없고 자신의 이름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열 살 남짓 아이에게 말하는 악덕 후사인 칸의 말이다. 표시가 지워지고 칠판이 완전히 깨끗해지면 자유의 몸이 되도록 해준다는 이야기도 어린이들을 속이고 부모들까지 볼모로 해서 작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착취하는 일.


여느 아이들이 아무 말하지 못하고 당하는 돌대가리들이라도, 그 중 주인에게 특별한 감시자라는 지위를 부여받은 카림 같은 아이도 있다. 파티마의 눈에 감독자이자 새로 온 아이 이크발, 능숙한 손놀림으로 어려운 카펫의 도안을 그대로 뜨는 아이를 감시하는 임무를 띠고도 자신없어 하고 강한 존재들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말없이 따르는 마리아, 용기를 내보는 파티마와 이크발의 비범함을 알아본 살만 그리고 카림의 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이크발의 존재는 '강한 아이' 용기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주인에게 저항하는 일'이 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들은 아이들은 힘에 굴복하지 않는 이크발의 말과 행동에서 내면에서 일깨워졌고 그저 열심히 따르지 않기로 하는 움직임마저 일었다.

점심 휴식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발을 질질 끌고 투덜거리며 가능한 한 느릿느릿 작업장 안으로 들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긴 오후엔 한눈을 팔기도 하고 잡담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끼리 웃기도 했다.

이크발이 온 날로부터 일 년이 지나고 운명을 타고나 각자 무기력하게 살아남으려 애쓰던 아이들에게 굳은 의지와 단결로 친구 그 이상의 무엇으로 서로 자리매김했고, 외부에서 도와줄 누군가 의로운 어른으로부터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이크발.

미성년자 노동 착취를 중단하라! 어린이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매를 맞으며 온갖 학대를 당하고 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한다. ...이 땅에는 아직 법이 있다. 법에 따라 불법 공장들을 폐쇄시키고 그 주인들을 체포하라! 법을 존중하라!

이크발은 열 살에 지나지 않았고 지금 내 아이들과 같은 또래의 많은 파키스탄 어린이들은 무차별 폭력 앞에 노동을 하고 부모들의 빚을 갚는다는 일에 동원되어 고통받았다. 이를 알린다는 것은 '올바른 어른'이 있어야 했는데 법도 경찰도 어린이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돈과 권력에 빠져 외면했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십대 노동을 착취하고 '공돌이, 공순이'이라는 이름으로 반자발적 공장노동자로 살았던 부모세대 그리고 그 역사에 '전태일 열사'같은 희생자가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열악한 노동 환경,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생이별한 채 어린 시절, 소위 잘못된 자본주의 세력에 꽃다운 나이을 빼앗긴 파키스탄의 이크발과 우리의 전태일 청년이 겹쳐지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이곳에서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혼자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자유를 얻어 고향을 탈출을 감행한 17살 파티마는 낯선 곳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안된다. 외국인 노동자로 유럽에 사는 모습은 자유 아닌 자유가 된 신분을 말해주어 다시금 가슴아프다. 이크발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짙은 그리움, 아직도 고향나라에 남겨둔 사람들 되찾지 못하고 성장이 멈춘 시절로 그려진다. 작가는 비록 파키스타을 가본 적이 없다고 상상에 의존해야 했다고 고백하지만 자국 이탈리아의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도 따뜻하게 전달하고 있어 인상깊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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