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이범희 지음 / 더로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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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운이 좋다고 말하는 저자는 누구인지 호기심이 일었는데 표지 사진을 보니 휠체어를 탄 사람을 아이들이 밀어주는 모습이다. 장애를 선천적으로 가졌는지 혹은 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도대체 인생에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까?

목차를 보다가 키워드를 살펴보면, 가시밭길(장애)과 희망 인연, 세 명의 아이들이 눈에 띈다. 저자 이범희는 27살 사회초년생으로 회사원 생활을 막 시작하던 이듬해에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는 하반신 마비로 평생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1990년대 학생운동으로 징역1년 선고받고 복역한 후 복학한 학교와 사회는, 여러모로 평범했던 그를 도와주지 않았고 특별함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했다. 자신의 특유의 의지와 노력으로 대기업에 입사해 부모님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할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당시 LG전자의 창원 에어컨사업부에 자원해 고향에 남아 농사짓는 부모님을 돕고자 했고 만약 그 때 창원공장 설계실에서 공부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것, 모르는 것을 모른다 아는 것을 안다고 당당하게 말한 것, 사내 워크숍에서 발표를 맡아 수백명 앞에서 말한 짜릿한 경험 등 부족하지만 눈부신 사회초년 시절을 보냈었다. 그러나 절망의 그 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스물일곱 살에 비집어 나오는 변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넋 놓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재활에 열심이었지만 금전적 부담으로 퇴원해 돌아온 고향집. 두발로 나갔던 그 집에 이제는 혼자 화장실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휠체어 신세였다. 어릴 때부터 자라온 그곳의 자신의 사랑채는 어릴때 그가 뛰어놀던 유년의 공간이었지만 휠체어를 타고 움직여야 하기에 아버지가 마루를 뜯어내고 서서 운동할 수 있도록 수리도 해두셨지만 그는 다치지 전 자신이 지리산을 갈 때 쓰던 등산 장비를 보며 다시 절망했다고. 그때 그 자리에서 그냥 죽었더라면...이라는 생각만 끊임없이 하던 그가 어떻게 다시 살고 싶게 된 걸까?

그의 대학시절 멘토인 스승이 내어준 숙제, 공부 그리고 소중한 인연으로 함께 해준 친구 동료들. 물론 그들이 금전적인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었고. 단순히 '컴퓨터가 재미있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손으로 컴퓨터를 조립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 조그만 가게를 시작했고 돈을 버는 일이 아닌 사람을 버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장애를 입고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웠던 청년은 진심어린 도움으로 세상으로 한발한발 내딛고, 열등감을 극복하고 진심으로 손님들을 대했다. 번창만 한 사업은 아니었으나 고객들을 확보한 그는,독립해 휴먼씨앤씨라는 사무실을 내었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느리고 천천히 나아지고 있었다.

장애를 입은 몸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며 나아지고 있었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을 하면서 정신적인 부분도 조금씩 치유되어 가고 있었다.

그에게도 가족이 생기는 큰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2000년 밀레니엄 새해에 친구는 자신을 데리고 경주의 사과 보살을 찾았더니, '장가는 참 좋은 데 가겠네.'라고 하는 말을 듣고 믿을 수가 없었지만, 우연히 컴퓨터 채팅 프로그램을 하게 되고 그해 겨울이 다 가기전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결혼에 이르기 까지 허락도 쉽지 않았고 막내딸로 애지중지 키운 딸을 장애를 가진 사위에게 보낸 장인어른과 장모님, 아내의 오빠들까지...결혼할 인연은 잘 만났지만 과연 그가 주위 가족들에게까지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그는 긍정적이었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겼으며 도움을 거절하지 않고 적당한 선을 유지했던 것 같다. 아내는 그의 심성을 바로 보았을 것이고, 가진게 없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빌려서 있는 척 하지 않았다. 한 명이 두 명이 되어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내는 시험관 시술로 아기를 갖고 싶어 여러 번 시도를 했다고 한다. 힘들게 임신을 했지만 조산을 했지만 다행히 첫째에 이어 둘째도 성공해 두 아들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 만난 좋은 책 건강한 식사법과 건강에 대한 내용을 접하고 체중을 줄이고 휠체어에서 거의 하지 않던 운동을 하며 허리를 꼿꼿이 펴 휠체어에 앉는 법을 바꾸었다. 뜻하지 않게 셋째를 임신하게 된 원동력이 되어 이제 세 아이의 아빠가 된 그에게 이모든 일은 기적의 연속이며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믿게 된다.

자녀 양육을 위해 미디어를 제재하고 스스로 아이들에게 책읽는 모습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그의 양육은 그다지 현실적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함께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간단한 사실에 마음 아파하는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다. 좌절과 실패를 겪어야 삶을 진정으로 사는 것, 넘어져야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모습, 죽을 만큼 힘들어도 목숨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 생각을 뉘우치며 솔직하게 전하는 모습이 능히 배울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작이 미미했지만, 작은 사업을 키우면서 경제공부를 하며 그 과정에서 투자에 실패하고 사기에 당하는 등 넘어져 본 경험 속에서 얻은 것은 경제적 자유만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우연히 고객으로 가게를 찾아온 노신사 분이 주고 간 컴퓨터는 장애인이나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었으면 한다고 장애인단체 연계된 곳에 전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 것을 시작으로 중고 컴퓨터를 수리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들에게 기증하는 일이 되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이후 사랑의 PC보내기 사업은 입소문이 나 전국 방송까지 타게 되었으며 직원들은 책을 읽고 토론을 통해 서로를 도왔다.

지금도 나는 일을 하는 중에도 책 읽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직원 중 장애인이었던 한 친구는 군무원 시험에 합격해 휠체어 뒤에 숨지 않았던 사장님에게 용기를 얻었다고 면접 구술을 했다고 한다.

그는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고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며 인생에서 마음을 더 열심히 찾고 들여다보고자 한다고 책 말미에서 말하고 있다.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누구인지를 찾는 건강한 자세를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독자들은 에필로그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릴지도 모르겠다.

단 하루만 걸을 수 있다면, 벚꽃이 꽃비가 되어 휘날리는 거리에서 만세를 부르면서

아내의 손을 잡고 흔들며 길을 걸을 것이다. ...

아내와의 사랑으로 우리에게 와준 선물 같은 세 아이와는 함께 공을 찰 것이다.

...뒤에서 항상 나의 휠체어를 밀어주면서 가는 그런 길이 아니라 나란히 함께 앞을 보면서 걸을 것이다.

걷다가 힘들어하면 아이들을 업어주고, 그러지 않아도 꼭 한번은 업어줄 것이다.

에필로그 중에서

아이들을 업어주고 안아주는 오늘을 살고, 책을 항상 곁에 두고 살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자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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