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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위드 X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평점 :
학교 공포물의 계절이 왔고 20대 이후 공포물과는 담을 쌓았던 나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창비의 신작. <스터디 위드 X> 최근 문단과 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진 작가 권여름, 나푸름, 윤치규, 은모든, 이유리, 조진주가 이 복잡 미묘한 ‘학교’를 배경으로 무섭지만 재미있는, 냉혹하지만 정감 있는 ‘학교 괴담’을 들려준다. 단편집은 실로 오랜만이고, 학교 괴담이라하니 아이랑 같이 볼까? 우선 내용에 따라 12세인지 15세인지 결정해야한다.
첫 번째 이야기 <스터디 위드 미>(이유리 저) 는 손꼽히는 명문고 휘일여고에서 전교1등인 수아는 귀신이 붙어있다고 말하는 소연이라는 같은 반 아이가 화자이다. '솨솨의 공부 일기'라는 수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실도 알고 있고 구독자 수가 2만 명 정도의 인기 콘텐츠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수아의 '스터디 위드 미'라는 컨텐츠는 책상 위 구석에 설치한 카메라로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리얼 타임으로 보여 주는게 전부, 우연히 발견한 소연은 자신의 반 아이 수아의 채널이 추천 영상 목록에 뜨길래 낯익은 필통을 발견하고 보게 되니 뭔가 신선한 느낌을 받고 댓글을 달려고 했지만 모든 영상의 댓글 창이 막혀 있었고, 그저 바라보는 일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올 1등급에 전교 회장까지 혼자 다 해먹는 장수아를 곱게 보지 않는 목숨을 걸고 공부하는 애들이 악플을 달았나보다고 생각하는 소연. 수아의 브이로그를 보다 조그만 여자 아이 둘이 수아의 책상 밑에서 비집고 나오는 장면을 목격한다. 눈이 새빨갛고 입이 가로로 찢어진 아이의 얼굴은 분명 사람이 아니었다. 정작 수아는 아무렇지 않게 영상을 올리고 이후 매번 영상에서 같은 모습 같은 얼굴로 수아 옆에서 원망스럽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수아가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졌고, 채널을 보지 못한 반 아이들에 소문은 다이어트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소연은 자신이 본 영상 속 귀신때문이라 직감하는데...정말...?
두 번째 이야기, 카톡 감옥(윤치규)은 정준우라는 학생이 막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중학교 때 괴롭히던 아이들을 피해 먼 곳으로 일부러 지망한 학교로 처음 교과서 배정을 받으러 가면서 시작한다. 중학교 이후로 만나고 싶지 않았던 강병세와 그 패거리들을 우연히 사귄 고등학교 친구 도상현을 알게 되고,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고 담임 선생님들과 자신의 3반 아이들이 함께 있는 카톡방에 들어간다. 준우는 채팅방에서 도상현을 찾지만 D라는 아이디를 발견하고 도상현이라고 믿어버리게 되는데...
2018년 데뷔해 장편 소설집 단편 등을 다양하게 내고 있는 은모든 작가의 <벗어나고 싶어서>가 세 번째 이야기. 한 여고생의 교실 선생으로 교단에선 미진에게 윤재같은 엉뚱한 아이는 "첫사랑!"이라는 수업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해달라며 학급 반 아이들을 선동하고 못이긴 척 자신의 어린 시절 한 기억을 풀어놓는다. 전학간 학교에서 맞는 첫날, 모두가 친한 무리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점심시간에 혼자 앉아 고개숙인 채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함께 밥을 먹자면서 우리라는 아이가 다가왔다. 방울토마토만을 점심으로 가져와 밥을 먹지 않는 다는 이 아이는 왜 다이어트를 하는가? 체육 시간에 남다른 운동 신경을 보이며 뜀틀을 넘은 우리의 모습에 놀라자, 우리는 오히려 자신을 뚱뚱하다 말하고 '돼지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생애 최초로 좋아한 남자선배에게 뚱뚱한 아이라고 지목되어 충격을 받은 우리가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된 것이라 했다. 우리를 그리려다 이름을 써놓고 그 옆에 자신의 이름을 이니셜로 쓴 쪽지를 미진은 지갑 맨 안쪽에 넣었고 그 지갑을 잃어버리고, 그 지갑을 원치 않는 특히 당사자인 우리가 보게 될까봐 불안한 미진, 특별한 게 있다고 짐작한 친구인 예은과 우리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그리고 수험생으로 수능을 앞두고도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만나지 못했고. "만나서 고백했어요?" 묻는 윤재의 물음에 못했다고 말한다.
선생님 장례식장에 그 첫사랑도 왔죠? ...선생님은 마지막에 어땠어요?
윤재라는 학생마저 불귀의 사고로 영혼이, 선생님으로 미진도 대화를 하는 시점에 영혼이어서 한을 가진 이들이 잠들지 못하고 학교를 교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거 아닌가?
네 번째 <영고1830>의 배경은 비평준화 지역 명문 고등학교 1학년8반 30번에게 매년 닥치는 불행. 성적순으로 한 사람이 번호가 되고, 1830이라는 번호는 전교 꼴찌라는 인격없는 개인일 뿐이다. 양희준이 성큼성큼 29번을 향했다. 희준은 자기 자리 의자를 들어 빈 곳에 던졌다. 29번인 아이에게 30번인 희준이 한 복수는 자신의 책상을 빼고 29번이 마지막이게 만든 것. 희준아버지가 영고 교사로 자신의 아들이 꼴찌였음을 창피했지만 옥상으로 희준을 구하러 왔다. 아버지가 마지막 자신에게 왔을 때, 뜻하지 않은 사고가 덮쳤다.
양희준과 책상이 공중으로 기울었을 때는 아무도 손쓸 수 없었다.
자신이 하려던 일을 아버지가 이해해주길 바랐고 8반 녀석들이 영원히 1830은 자신이 아니라고 알길 바랐던 일이었다. 책상만 버리려던 1830 아이는 화단에 떨어졌고 그 소리가 문제 덩어리로 여긴 영고 이사장을 살렸다며 그 후 몇 년 동안 무용담이 되어갔다. 개인을 지워버리고 번호로 낙인찍어버리는 학교. 또 하나의 이야기 <그런 애>에서도 트위터 부계정을 가진 지저분한 소문의 아이가 등장한다. 너를 알고 있지만 타인들이 낙인찍은 너에 대해서는 항상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어 피하고 싶은 존재.
<하수구 아이> 마지막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터넷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였던가? 한때 '나'에게 도와달라 손내밀었지만 돕지 않고 외면했던 친구는 내게 아주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나간 바닥 아래 깊은 곳의 작고 낮은 이명이다.
나는 내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는 아빠보다 엄마를 더 사랑함에도 엄마에게만 상처를 주며, 반 아이들보다 그 애를 훨씬 좋아하면서도 오직 그 애만을 함부로 대한다. 엄마가 언제나 날 용서했던 것처럼. 그 애도 결국에는 나를 용서하리라 여긴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두번 다시 되찾을 수 없는 마음. 학교에서 전해내려오는 무서운 이야기를 진휘를 알 수 없고 그때그때 달라진다. 무서운 소문, 마음속 깊은 곳에 소화되지 못한 감정, 사회성이 미숙한 전학생이나 새학년 새학기 신입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던 긴장과 불안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의 다른 이름이 아닌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자립을 위해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일이 중요하다고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어떤 식으로든 살아나갈 이 공간에 대한 답은, 청소년 호러의 책장을 넘기며 당분간은 안심하고 책장을 덮고 너무너무 무섭고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괴담과 불안은 미숙한 이들을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말이 어울릴까?
이 책은 창비출판사로부터 제공받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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