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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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도 영화도 주로 범죄수사물을 좋아하는 일인으로, 비교적 최근 <악인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보고 이런 인간적인 수사가 가슴이 뜨거운 형사들이 우리나라에 있었구나 감탄했던 적이 있다.

악인의..에서 눈에 띄는 인물 중, 김소진 배우가 연기한 여반장도 그녀를 실제 모델로 했고 그외에도 <경찰청 사람들>이후 수많은 여자 형사들을 출연시키고 연출시켰던 수사물들에 박미옥이 있었다고 한다.그녀의 30여 년 형사 이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도 궁금했지만, 어떻게 여자의 몸으로 일반 행정업무가 아닌 강력계에서 몸을 쓰는(?)는 일을 하게 되셨을까도 너무나 궁금하다. 지금은 대부분의 경력을 쌓아온 서울을 등지고, 제주의 서귀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을 끝으로 은퇴 후 제2의 삶을 살고 있으면서 책을 썼다는 그. 정퇴를 8년 앞둔 시점에 명예롭고 아름답게 떠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실제 그녀의 책으로 처음 접했다고 하는 나같은 여성이라면, 범죄소식에 눈을 질끈 감고 뉴스를 똑바로 보지 못했기에 한국 최초의 강력계 여형사라는 수식어도 낯설고, 강력 반장이 되고 서울 경찰서를 섭렵하며 언론 인터뷰 등에 노출도 많이 되셨던 분인데도 이름과 얼굴이 익지 않았다. 형사, 감성으로 합니다(1부)에서 그녀는 여자형사기동대가 만들어질 당시 19세 순경이던 자신이 느닷없이 계획 없이 '교통사고'처럼 형사가 되었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안온한 울타리에서 그녀는 7남매의 막내딸이었고 대구에 계신 부모님이 연로해 여고 졸업 후 대학진학을 하지않고 순경공채시험을 치르고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현장을 함께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경찰의 세계는 여경과 남경으로 갈리지 않는다. 한마음으로, 서로 함께하는 호흡과 노력으로, 오던 칼도 멈추게 하고 가던 범인도 우리 손 안에 들어오게 하는 기운은 오직 팀워크에 있다.

철저히 불안과 두려움에 맞서야 하는 긴장 속에서도 현장의 동료 선후배가 있기에 의지하게 되고 의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아무리 죄를 저지르고 남에게 피해를 준 범인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를 지키는 마음의 글들이 오롯이 눈에 들어온다.

아프나 아프지 않으나 제 말을 들어주길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고 상대에게 강조하고 싶은 감정은 거듭 입에 올린다. ...타인에 대해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겨우 한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서, 속속들이 관찰하고 파헤치고 묻는 것만이 사건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달았다.

1990년 대 신창원 탈옥범 검거, 2000년 대 연쇄살인범 유영철.정남규 수사 그리고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 현장감식 수사까지 현장에서 좌충우돌하며 겪었던 과정을 생생히 어제 일처럼 풀어내는 이야기가 놀랍고 흥미롭다. 지나온 사건에서 놓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되짚으며, 30년 베테랑 형사는 또 자신이 현장에서 만난 여자들을 보듬는다(2부 범죄 현장에서 만난 여자들).

형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하고, 수사란 결국 사람을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그 어떤 변화도 시작되지 않을뿐더라 기대할 수도 없다.

피해자 여성들, 그리고 이들을 지켜주고자하는 동료 혹은 후배 여형사를 관찰하며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결혼 사기 피해 여성 그리고 아들을 범죄자로 키운 것이 아닌데 그 무거운 짐을 져야하는 피의자 어머니와 누나들... 저자가 살았던 치열한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스쳐갔을지, 저자는 바르게 살 수 있는 직업으로 택한 경찰을 한때 버리고, 비구니로 출가할 결심도 했다고 한다. 자신의 마음이 힘들어서가 아닌, 사람의 감정들을 승려라는 직업으로 다시 만나고 싶었던 소망이었으리라.어쨌거나 출가하지 못하고 다시금 경찰인들의 조직의 부름을 받은 그녀는 성범죄와 마약 수사 더나아가 프로파일링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범죄가 진화하고 다양해지듯, 형사들 경찰인들도 자가 발전을 거듭한 중심에 있던 박미옥. 경찰서장, 중간관리자가 되지 않으려고 몸의 감각을 잊지 않고 굳어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티고 노력해온 그녀다. 여경의 전설이라 불리던 그녀는 지금 작가의 삶을 택했다. 원래 글을 쓰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책방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이웃, 함께 동고동락했던 형사를 이웃으로 삼고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책까지 엮어내게 되었다고.

미옥씨는 여기 오셔도 스님들 상담해주고 살 팔자일 듯한데, 그냥 세상 살면서 수행하는 것은 어떠세요?

철학도 믿음도 멀리 있지 않으며 사람의 모양을 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있다고 믿는 그녀의 행보를 보고 들으며, 나도 한번 제주에 가서, 미욱한 내 감정을 들려드리고 싶다. 세상사 인간의 죽음을 가장 많이 그리고 깊이 들여다본 이의 눈빛이 궁금하다.

이 리뷰는 이야기장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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