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걸 - 난감하고 화나도 멈출 수 없는 운전의 맛
손화신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평점 :
운전 8년차라고 밝히신 손화신 기자님의 에세이의 제목에 말이나 타고 다닐걸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도로는 정글이고 편리한 문명의 이기로 백년이 넘게 사랑받아 온 자동차에 대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에세이.
내가 운전을 하기 시작했을 때도 작가처럼 장롱면허를 꺼내, 어떤 계기로 '이동을 편하고 빠르게'하기 위해, 반경을 넓히고자한 욕망으로 했었다. 기자 신분으로 여러 군데 취재하러 더 많은 사람과 장소를 찾기 위해 친구로부터 경차를 구입한 미혼 여성인 저자는, 기혼에 임신한 여성으로 남편 차로 도로에 나갔던 나와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
차라는 악세서리는 경차라 해도 일반 여성운전자에게는 덩치 큰 쇳덩이와도 같아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구조나 생김새 전륜, 후륜 등의 지식을 익히고 싶은 마음도 들기 어렵다. 저자도 초보시절 차를 잘 아는 친구의 권유로 사서 몰게 된 차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직진을 빠르게 하면 잘하는 것이라 믿고 무모하게 도로를 누볐다고 한다. 비싸고 좋은 차는 아니지만 나를 보호해주고 따스하게 감싸주는 첫차는 첫사랑 같은 게 아닐까? 무언가 문제가 생겨 말썽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가족들과의 여행에서 당시 초보인 자신을 믿고 기꺼이 동행해준 가족 그리고 연수가 부족한 자신에게 감동어린 가르침을 준 친구들 '혼자하는 것'이라는 가르침과 함께.
일단, 문제가 생기면 차를 다룰 줄 알아야 진정한 운전자이고 자격을 갖추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정비소는 어디를 가야하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하지에 대한 A to Z가 떠오르지 않는건? 무사고 운전이 아니기에 몇 번이나 남편이나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쳤던 내 경험을 떠올리며,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을 셀프로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나사 끼우는 일이 서툴러 당황했던 일 등등 운전자로 살아온 동료로 동지애가 느껴진다. 출퇴근할 일이 없고, 사대문 안에 주차할 일이 없어 잘모르지만 남편이 강남으로 강북으로 운전을 많이 하고 다니다보니, 꽉 막힌 도로에 갇히는 상황이나 주차비가 비싼 곳에 주차한 후 일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진땀을 빼곤 한다는 점에 대부분 공감이 갔다. 그래서 이제 운전보다 대중교통도 많이 이용한다는 작가님. 차없는 홀가분함이 주는 편안함이 운전의 편리함과 즐거움만큼 가치가 있다는 말에도 동감~
운전을 하고 나서 직업으로 운전하는 분들, 트럭 버스 택시 운전하는 이들에 대한 애잔함과 고마움에 대한 글도 있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일이 어떻게든 빠르게 목적지에 닿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필요한 일임을 깨닫는 일. 10년 운전대를 잡았고 오너 드라이버가 된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잘 되지 않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이처럼 인생의 의미를 찾는 작가처럼 나도 한번 내 경험을 쓰고 싶다 다짐도 해본다.
우리는 도로처럼 연결돼 있다. 원래 그런 게 인생이란 것을 생각하고는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린 이미 우리의 인생을 운전하고 있지 않나.
운전 뿐 아니라, 직업도 취미도 인간관계도 다 무모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물이라고 말하는 그. 20대에 했던 온갖 아르바이트, 부산에서 상경해 수십 군데 출판사에 출간 기획서를 돌리고 해보지 않은 강연들을 다니며 자신을 '정글에 던져진 경차'와 같았다고 한다. 만약, 내가 그녀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무모하게 했을까 싶은데, 두려움에도 자잘하게 부딪히며 초보를 무시하던 수많은 남자 운전자들의 시선을 받아낸 내 운전 경험도 함께 반추하게 되는 에세이였다.
절반의 선의로 도로는 굴러간다. 한 차가 차선을 옮기려면 다른 한 차가 속도를 줄여줘야 한다. 그래서 절반의 선의다. 한 번 선의를 받으면 한 번 선의를 베푼다. 그렇게 도로는 작동한다. 복잡한 듯 질서 있게 돌아가는 이 도로는 어쩌면 세상의 축소판이다. ...나는 운전을 통해 선의를 배웠다.
이 리뷰는 출판사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