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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늙은 개에게 창이 되어 주고 싶어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23
필립 C. 스테드 지음,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1월
평점 :
무지개가 펼쳐진 창, 그러나 창밖은 무지개가 집안은 늙은 개와 빨간 새 그리고 비내리는 이상하고도 쓸쓸한 표지 그림입니다.
오은 시인이 '읽고 나면 소중한 존재들을 위하는 마음이 절로 움튼다'라고 추천해주셨다는데 소중한 존재를 이렇게 쓸쓸하게 표현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집안에 갇힌 늙은 개는 창밖을 보고 있습니다. 비가오거나 비온 뒤 갠 후에도 날씨와 관계없이 집에 머무르게 하는 주인은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고 어쩌면 이 반려견에게 어떤 병이라도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바깥 풍경을 보며
아, 나는 거북이 등딱지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빗방울보다 황소개구리가 뛰어들 큰 웅덩이가 되고 싶기도, 혹은 코끼리기 씌워 주는 우산이...하지만, 무엇보다 되고 싶은 것은 ?
나의 지혜로운 늙은 개에게 창이 되어 주고 싶어.
아하 이제야 알겠네요. 작가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반려견을 바라보며 애정어린 마음으로 '무엇이든' 상상하는 어떤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필립 C. 스테드의 애견 Wednesday를 모델로 했다는 책 정보를 찾아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은행나무의 가지가 드리우고 무지개가 아름다운 창 그림 그리고, 지상의 다양한 동물들 바다고래 들소 특히 정글의 커다란 코끼리와 남극의 펭귄까지 실로 전지구적 생명체를 아우르는 작가의 상상의 세계가 다채롭게 그려져 있어요.
반려견이 무엇을 바라보든 실내의 편안하고 안온한 삶이 실제 와일드 라이프의 그것들보다 덜 '좋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지혜로움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의도가 보입니다.
창 너머 풍경은 행복한 꿈일 뿐이지만, 살금살금 다가오는 고양이를 피하는 작은 생쥐처럼 삶의 지혜를 갖춘 한 생명체에게서 일종의 존엄을 보는 듯합니다.
되어 본 적 없는 것도, 되어 본 것도 꿈꾸도록.
즐겁게, 자유롭게
평생을 주인 곁을 지켜온 반려견이 있다면 혹은 이미 곁을 떠난 반려동물에 대해 일종의 슬픔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도, 지금 가까이 있는 가족들에게 '꿈꾸는 창'을 선물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특히 아이들에게 생명을 사랑하고 돌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기도 하고요. 서사의 논리성을 따지지 않고 '생명 자체의 따뜻함'을 느끼기에 좋은 책입니다.
이 리뷰는 주니어RHK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