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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답지 않은 세계 - MZ에 파묻혀 버린 진짜 우리의 이름
홍정수 지음 / 부키 / 2022년 10월
평점 :
임홍택 저자의 <90년대 생이 온다>라는 책도 있었듯이, 현재의 20대는 어떠한 면에서 대표성을 가진다고 들었다. 사회학적인 관점이라든가, 김난도 저자의 우리나라의 사회분석으로 정평이 난 트랜드 코리아 시리즈에서 MZ세대를 언급하고 있다. X세대 다음의 밀레니얼 세대의 M과 1990년 중반~2000년 초의 Z세대를 합친 세대. 그들의 이유있는 항변을 91년 생 기자의 눈으로 세심하게 풀어낸 책이 바로 홍정수의 <_답지 않은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때 성격테스트나 혈액형 테스트보다 더 세분화된 다중성격 분석도구인 MBTI. 16퍼스넬리티로 열광하고 서너가지의 성향에 갇히길 거부하는 세대, 레트로와 MZ세대론과 엮어 '뉴트로'라는 말까지 생성시킨 할머니 스타일 '할매니얼'을 사랑하는 세대, 이쪽이든 저쪽이든 자신의 취향을 눈치보지 않고 선택하는 '갬성' 세대 등으로 저자는 '요즘 것들'인 MZ의 취향을 예를 들어 이야기 해준다.
스마트폰으로 디지털음원을 듣는 세대임에도 SNS나 유튜브에는 아날로그 붐이 일고 있다. 종이책도 '사진으로 찍어' 아름다운 피사체로 만들어 이미지로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가볍고 저렴한 페이퍼북보다 비싸고 묵직한 하드커버와 화려한 표지, 다채로워진 책날개를 갖춘 갖가지 에디션으로 나오는 책이 잘나가는 마케팅의 일환이 되었다. 저자는 M들에게 아날로그는 고급스러운 빈티지 아이템이며 Z들에게는 신선함 그 자체라고 한다. 또한 아날로그는 흔한 느낌이 아닌 퍼스널하고 절제된 신비로움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맞아떨어진, 편리함보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완전하게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대한 인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각종 멤버십 포인트, 간편 결제 포인트, 적립 포인트를 위해 수십 개의 앱을 깔고 관리하며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인센티브를 챙기는 짠테크를 하는 94년 생 저자의 동생을 살펴본다. 한편 아끼지 않고 써야겠다 싶으면 돈을 쓴다는 명품플렉스를 동시에 하는 이들은 또한 '모순덩어리'라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적극 벌고 적극 쓰는, 아껴야 잘사는 것이 아닌, 주식이던 아트 투자이던 경제관념이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당돌과 당황의 콜라보라는 챕터에 '젊꼰'이라는 단어가 나의 눈길을 끈다. 지금의 30대는 윗세대들에 대해 아랫세대로서 속 시원히 비판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제 중간관리자급(낀세대)로 성장해 1020들에게 자연스럽게 젊은 꼰대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
Z세대가 주말 출근하지 않고 단호박 거절할 수 있다면, 30대는 후배들에게 태도 지적을 하고 싶은 거 보니까 '나 벌써 꼰대인가봐'하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스스로 꼰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잔소리를 하지 않는 선배가 된다면 후배와의 장벽을 더 단단하고 높게 만드는 핑계와 명분이 될 수 있다. 마음을 열고 언젠간 30대가 될 Z들은 M과 적극적 소통을 시도해야 하며 M역시 스스로 꼰대가 될까 두려워 소통조차 닫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되었다.
'내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라는 소제목에서는 작가 자신이 이기적 젊은 가임기 여성 중에서 좀 특이한 여자로 취급받은 경험을 들었다. 기후 위기 때문에 출산을 피하게 되는 세계의 여론 조사 결과와 영국의 '출산 파업' 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할수록 아이를 낳는 일이 망설여진다고 말한다. 저성장 경제와 기후위기를 별것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출산은 이제 당연하지 않으며 이전에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유가 나의 커리어나 희생하는 부모로서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기 위하는 등 '나 자신을 위해서'였던 것이 작금에 2030들은 태어날 아이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아서 '아이를 위해서' 라는 이유가 출산율 저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별다른 고민 없이 아이를 낳아 놓고 막연히 아이들이 자기 먹고살 숟가락을 갖고 태어난다는 둥, 기후 위기라고 해도 세상이 그렇게 빨리 망하지 않는다는 둥 젊은 세대가 출산을 안해서 경제가 나빠진다는 식의 저출산 담론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들을 지적에도 깊이 공감하게 된다.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붐비는 점심시간에 엄마와 함께 온 식당에서 반찬 투정을 하는 초등학생들도,
화려하게 차려입고 번화가를 걷는 중국인 커플도,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기다리는 한 중년 남성도,
그 밖에 우리의 시선에 들어오는 일상 속 모든 사람이 이렇게든 저렇게든 혐오의 대상에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
너무나 쉽고 간단해진 혐오 중에서.
기자로서 저자는 개인의 상황이나 신체적 특징으로 인해 불특정인에게 혐오를 받기에 너무 쉬워진 사회분위기에 대해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혐오의 언어들이 스스로 퍼져나가는 것에 경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같은 엄마라는 위치에서 '맘충'이라는 신조어는 더이상 신조어가 아니며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공공장소나 준공공 장소에서조차 아이들의 행동거지를 끊임없이 단속해야 하는 일이 피로하다는 점에서 특히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_답다"라는 말속에 지배하고 있는 숨은 의도 10대,20대,30대를 억지로 묶는 MZ라는 용어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보는 좋은 기회였다.
이 리뷰는 부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