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갈등 - 분노와 증오의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갈등은 나쁘지만은 않다고 나는 알고 있었고 민주주의 사회 혹은 민주적 가정에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토론이 꼭 필요하고 합의와 결정을 하는데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냥 갈등이 아니라 극한 갈등, 고도 갈등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저자 아만다 리플리라는 미국 저널리스트는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고도 갈등, 오늘날 세상을 선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는 관점은 그 자체로 편협하고 제한적 사고 방식이며 많은 사람의 힘을 규합하여 어려운 문제를 풀고자 하는 노력을 방해한다고 저자는 서론에서 밝히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좀먹는 고도 갈등이 빚어낸 비극적 결말과 동시에 고도 갈등의 치유책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고찰하는 그녀의 사고과정을 들여다 보자.

사람들에게 증오를 버리고 사랑을 선택하라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고도 갈등에 휩싸인 사람들은 증오로 가득 차 있어도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증오라는 감정은 일종의 증상이고 그 원인은 갈등이다. 고도 갈등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장 수면 밑의 언더스토리 -1부 갈등 속으로 들어가면 게리 프리드먼이라는 갈등을 중재하는 변호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게리가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잠시 눈을 감고 10년 후에 각자가 살아갈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그가 말했다. 아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고 싶은지, 그리고 두 사람 사이는 어떤 관계가 되고 싶은지 그 장면을 상상해보라고 했다.

자식들이 성장하고 결혼하게 되면 또 손자를 낳게 되면 이혼을 앞둔 부부는 어떻게든 서로 만나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면, 이제까지의 양보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고 합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혼을 결정했다고 해서 반드시 서로 미워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게리는 변호사로서 중재함으로써 사람들이 찾는 변호사가 되었으며 갈등이 지속되는 곳 시점에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여 1980년대 미국변호사협회는 그를 인정해 그의 방식을 다른 변호사들에게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이 1980년대 미국에서 이뤄졌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아직도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이혼전문변호사들은 우리나라 부부와 그들의 가정을 향해 어떠한 자세를 취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1996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그들의 급여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상당기간 파업을 했고, 이에 게리는 다른 협력 변호사들과 함께 중재에 나섰다. 기존의 방식이라면 경영진을 대표하는 변호사와 단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들끼리 만나 양쪽의 조건을 전달하고 협의하는데 반해, 게리 사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105명의 단원들 모두가 참여해 모든 사안을 함께 알고 이해해야 수년 내에 또다른 갈등이 불거져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맨 먼저 강의한 내용은 '이해의 순환고리Looping for understanding' 라고 부르는 적극적 경청 방법이었다. ...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약간 화를 내면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상대방이 내 말을 듣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난다. (중략)

부부도 마찬가지다. 배우자가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갈등이 닥쳐도 두 사람의 관계에 해를 미치지 않고 이를 해결할 줄 안다. ...이게 바로 건전한 갈등이다.

나는 여기서 무릎을 탁 칠 정도는 아니지만 비스무리한 깨달음을 얻었다. 적극적 경청법이 부부 갈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부부상담을 가면 상대방을 이야기를 들으며 거울처럼 반사하듯 말하도록 훈련을 하는데, 이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오케스트라 연주들에게 갈등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이해의 순환고리 방법을 연습하게 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려 듣고 듣는 사람이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내용을 요약하도록 했다고 한다.

경영자 측 협상 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경청이 얼마나 중요한지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미국의 혁명운동을 이끌던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이라는 두 인물의 갈등에 대해서 알아본다. 애덤스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제퍼슨을 후배로 여기고 제퍼슨과 함께 <독립선언서>초안을 작성하고 서명을 했다. 1780년대에 두 사람은 유럽에 외교관으로 파견되면서 더욱 우정이 돈독해졌다. 시간이 흘러 두사람은 새로운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게 된다. 애덤스는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강력한 정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제퍼슨은 생각이 달랐고, 1796년 민주공화당은 제퍼슨을 대통령으로, 연방주의자들은 애덤스를 밀었다고 한다. 미국인은 두 개의 정당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했다. 결과는 애덤스의 승리였지만 아주 근소한 차이였고 애덤스로서는 후배라고 생각한 제퍼슨에게 굴욕을 당하고 상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란 모든 사람을 양자 구도의 틀에 몰아넣는 속성이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기득권자와 도전자, 수구 세력과 신진 세력 등의 대립 구도 말이다.

애덤스가 대통령을 제퍼슨이 부통령을 맡았지만 다양한 사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고 대화는 부쩍 줄어들었다고 한다. 제퍼슨은 1800년에 대통령에 출마해 애덤스의 재선을 막았고, 제퍼슨 취임하던 날 애덤스는 새벽에 마차를 타고 워싱턴을 떠나버렸다. 이에 애덤스는 후임 대통령을 환영하지 않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범주는 중요한 세부 사항을 흐리는 것, 효율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놓친다고 저자는 말한다. 범주화의 영향으로 우리는 점점 '그들'과 '우리'를 다르다고 규정하고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생각과 행동도 규정한 범주에 맞추려고 한다.

<양당의 악순환을 타파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리 드러트먼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양자 구도로 보는 본능을 무너뜨리는 정치다.

그것은 유연한 정치 연합을 유지하여 적과 동맹이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정치를 말한다.


우리의 작금의 정치 상황을 보니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양자구도의 틀에 갇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 외의 분야는 또 어떠한가? 저자는 승자와 패자, 내부자와 외부자의 뚜렷이 구분하는 구도를 피하고, 가능한 한 성격이 다른 그룹을 섞어서 운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하이 신앙(처음 들어보는 종교라 당황)의 핵심 사상은 우리가 모두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이다. 대결 구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나 선지자 마호메트를 모두 숭배한다. 1800년대 중반 이란에서 태동한 이 공동체는 오늘날 전 세계 퍼져있다. 미국에는 약 15만 명의 신자들이 있다. 최다 인구를 자랑하는 지역은 인도 그러나 이 종교에는 성직자도, 공식 지도자도 없다. ...바하이교의 선거에는 정당이 없다. 양자 대결은 허용되지 않으며 선거운동도 금지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필요한 품성이 어떤 것인지만 토론할 수 있을 뿐이다.

아..나는 또 여기서 탄식했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훌륭한 품성은 우리나라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서다. 유권자들이 다시 시간을 되돌려 대선에서 다른 선택을 한다면 지금쯤 이러한 혼란한 정국은 최소한 면했을 텐데라고.

범주화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이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라고 쓰인 팻말을 세워놓는 백인은 마치 자신이 깨어있는 시민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고도의 갈등을 해체하기 위해서, 갈등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2부 갈등에서 나오다에서 저자는 '4장시간벌기','5장 공간확보''6장 고도의 갈등 해체하기''7장 단순화에서 벗어나기' 등의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

UNESCO헌장 서문


그리고 저자 후기에서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고도 갈등을 알아보는 법/ 내면에서 일어나는 고도 갈등을 알아보는 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도 갈등을 예방하는 법까지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후안 파블로라는 콜롬비아의 과거 축구 선수가 경제학 박사 과정에서 치열한 연구를 내놓았다. 약 9년 동안 지속된 축구 광고가 2016년에 FARC(공산당 반군)와 체결한 공식 평화 협정보다 더 많은 무장 해제자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고도의 갈등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전은 그들을 구출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저자도 그랬다. 건전한 갈등 속에서 그녀가 온전히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고 과거에는 미처 몰랐던 일에 대해 논쟁하고, 묻고, 고치고, 눈을 뜨면서도,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놓지 않는 태도. ...그 느낌은 건전한 갈등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성을 발견할 때 경험하는 경외감이다라고 책의 말미에 이야기 한다. 현재에 충실하고 열린 마음을 지닌 채, 언제나 놀랄 준비를 하는 것이 극한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해석이 되었다.

이 리뷰는 해당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