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하지 않는 길 - 누구도 허락하지 않는 평범치 않은 나만의 길을 걷다
김보혜 지음 / 지식공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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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정성스런 손글씨가 담긴 사인북을 받으니 택배도 고맙고, 얼른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야지 했었다, 그러나... 두둥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학기가 시작되니 초등입학하는 둘째와 학교 관련 일 이사회 일들로 마음은 여유가 없고...시간도 부족해졌다. 이렇게 좇기는 마음으로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본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책을 받고 프롤로그를 먼저 후딱 읽어버리는 나는 이미 김보혜 님의 팬이 되었다. 구수한 경남사투리도 귀에 쟁쟁하게 울리는 듯, 1~6장 까지 어느 한곳도 순탄하지 않았을 법한 여정이 눈에 선했다. 15살에 가족으로부터 부모로부터 고립되어 어떠한 깊은 나락으로 빠지게 된 그녀. 흔히 90년대~2천년대 초반의 여성의 삶을 그린 사실주의 영화같은 그 진부함 그런데도 한땀 한땀 현실에서 살아낸 그 역정은 결코 진부하다고 할 수 없는 그것이었다. 20대 초반에 이미 친척집으로 전전 대학에 들어갔으나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해야 했던 고단한 생활을 하던 그녀는 일종의 도피로 여겼던 '결혼' 마저 축복받아야할 임신 출산마저 남편의 도박빚으로 얼룩지게 됩니다. 그와중에 이런 사주에 무엇이 문제인가 친정엄마의 손에 이끌려 무당들을 찾아다니게 되고, 어린 나이의 엄마들이 겪는 산후우울증 생활고가 겹치게 되면서 우울증을 겪게 된다. 분유값조차 여의치 않아서 그리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생활전선에서 흔히 워킹맘들이 겪는 아이를 보살피지 못하는 미안함과 일종의 트라우마까지...


결혼 전에 이미 고깃집, PC방, 호프집 조개구이집, 휴양림, 녹차연구소, 과외, 성인오락실 등 결혼 후에는 병원코디네이터, 화장품 방문판매, 백화점 의류판매원, 실크 검단원, 사무경리, 보험카드 영업, 학습지 방문교사, 체험농장 사무장, 마케팅 직업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고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 그러하듯 '연극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가면극을 하는 것처럼' 가면을 쓰고 하루를 살아냈다고 한다. 밖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집에 와서는 단 한마디의 말조차 할 힘도 없고 배터리가 방전된 인형처럼 쓸모없는 어느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우울증에 안걸리면 이상하지 않은가? 예전의 통념이라면 그러한 시련이 있었기에 지금의 건강의 삶이 있다라고 말하는 책으로 나왔겠지만, 1,2장과 같은 고통 속에, 저자는 본격적으로 이제 조울증이라는 병에 무릎을 꿇게 된다. 가정폭력에 까지 노출된 그녀에게 어떤 선택이 가능하겠는가? 부부생활이라고는 거의 없는 그녀의 부부에게 또 임신은 너무 자주 찾아왔기에 정신과 치료를 반복하고 약을 복용하는 임부에게 중절 수술도 두번이나 했다고 하니...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자꾸만 사주때문에 무녀의 길을 가라고, 진짜로 신내림을 받으려하다 도망쳤다는 이야기며 사람들과 너무 잘 어울려서 자신이 삐에로 같고 광대같다는 이야기, 그 속에서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한 싸움을 하는 그녀는 유리멘탈에 소심하지만 용감한 일을 한다.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병이자 생활습관, 즉 정신의학과를 다니며 쌓아온 나름의 경험과 약에 대한 지식들을 많은 이들과 소통하기로.환우들을 위한 뭔가를 하기로 말이다. 누구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환우들이며 누구보다 정상적이고 싶은거라고.

나는 '가면극'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에 특히 주목하게 되었는데, 가족 중의 두명이나 이런 이야기를 최근에 해주었기에 더욱 책의 후반부에 집중하며 읽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서 정신 건강 질환으로 진료받는 환자 수는 병원급 이상 기관보다 의원에서 증가 폭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불안장애, 불면증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 증상을 다룬(치료기) 책들도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으니.

진정성 있게, 유쾌하게 '상대방이 당황스러울 만큼' 떠벌리기로 한 그녀는 마음의 병, 언제 나을지 모르는 심연의 고통을 나누고 뒷담화가 아닌 앞담화가 될 수 있도록 하기로 하고 이 책을 펴냈다. 처음에 브런치에 수기를 올리며 구독자들의 진심 어린 응원, 긍정의 에너지를 받았다고 한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용기있게 입밖으로 아픔을 내뱉어야 치료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고 완치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말이다.

6장에서는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 즉 환우들의 고민과 의문을 간단명료하게 상담해주듯 펼친다.


우리는 심보를 버리기 전에 심보 속 마음을 가져야 한다. ... 마음이 곧 사람의 기틀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또 한번 나를 다진다. 늘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겠다고. 가진 마음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 -책 중에서- 


남의 말을 들어주는 일, 그에 더해 남의 인생에 끼어드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 내 마음속 병을 알아주고 괜찮다고 말해준다면 그렇게 이책의 작가처럼 '끼어들어 준다면' 고맙다, 잘했다 답해주고 싶다.



이 리뷰는 비움과 채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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