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리노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마시모 그라멜리니의 '팬데믹' 소설, 원제는 '아주 오래전 그때는'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홉살 소년 마티아는 이혼 가정이지만 사랑하는 엄마 타냐와 누나 로사나 그리고 집은 따로 살기에 코로나 전염 위기 속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는 없는윗층 젬마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히어로 만화 콜렉션을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는 아이 어른 아빠 안드레아는 엄마와 별거 중으로 애인과 함께 로마에 살며 가끔 마티아가 살고 있는 밀라노에 오곤 하는데, 마티아나 마티아 엄마가 바라는 그런 세심한 아빠가 못된다. 스파이더 가면을 생일 선물로 주기로 했지만 선물은커녕 생일조차 잊고 때로는 아들의 존재도 잊었나싶을 정도의 슈퍼 히어로와는 거리가 너무 먼 사람이다.

마티아를 만나러 온 아빠는 로마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락다운으로 봉쇄된 밀라노 숙소에서 마티아와 엄마와 로사나 누나와 함께 지내게 되는데...

침입자의 칫솔이 내 칫솔 옆에 있는 컵에 당당히 꽂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부당한 일을 알게 된 사람처럼 칫솔을 들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마티와는 달리 로사나는 함께 했던 시절부터 그를 믿었고, 락다운으로 못만난 남자친구를 어떻게든 만나게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믿고 몰래 집을 빠져나간다. 그러나 집근처에서 이웃에게 발각되고 경찰 검문에 걸려 벌금고지서를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마티아 엄마는 아버지에게 무섭게 화를 냈지만 경찰들 앞에서는 아직 남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고, 우리들을, 우리 모두를 '가족'이라고 했다. 서로 다른 생활을 한지 오래된 부부에게서 보이는 의견차이와 아직 정식 이혼 절차를 밟지 않았고 아이들을 공유하는 부모로서 일상을 다시 하게 된 그들은 가족으로서의 애정을 조금씩 표현하면서도 삐걱거리기만 한다.

엄마는 친구들과 통화를 할 때면 문손잡이나 채소 봉지만 봐도 바이러스 생각이 나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손잡이나 봉지 곳곳에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폐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들이 우글거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마티아의 세계는, 전세계가 팬데믹에 빠지고 학교와 단절되면서부터 집 그리고 이웃들이 살고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만 갇히게 된다. 생일날엔 젬마 할머니의 주방에서, 아빠가 만나러 오는 날엔 관리사무실 안에서, 바깥 세상은 락다운으로 차단되고 마당이나 복도에서 만나는 이들이 전부이다.

어른들은 데이터를 필요로 했고 봉쇄 조치는 부자연스럽고 폭력적이었으나 어른들은 그것이 길게 지속되지는 않으리라는 가정하게 부자연스럽고 폭력적인 감정들을 소화시키는 법을 배웠다. 그러한 긴장감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불분명했다.

탈출하고 싶다는 모두의 욕망은 커지고 자유로워질 시간은 기약이 없기에 자신의 공간에서만 움직였고 옆집 사람의 모습만 비쳐도 뒤로 한 발 물러나야 했다. 마티아는 깨닫는다 ...살아있는 그 순간을 사는 사람 현재에 마음을 둔 이들은 어린이, 사랑에 빠진 이들, 예술가들이라고. 마당에서 만난 여자 또래아이 테아와 자신, 그리고 멀리 남자친구를 만나려고 했던 사랑에 빠진 누나 그리고, 발코니에서나마 할머니는 노래하는 도나티 씨와 단테의 문학작품을 공유하는 관리인 카를로 씨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엄마의 위기 의식과 실천에도 불구하고 열이 오른 마티아는 응급실에 가게 되고 '바이러스 검사' 로 우주인같은 의료진에 의해 면봉을 코로 받아들이자 기침을 한다. 엄마를 빼고 모두가 뒤로 물러나는 경험은 그리 기분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악몽같은 밤이 지나고 기관지 폐렴이라는 것, 그리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카를로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아파트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온 신경을 쏟던 충직한 관리인인 그는 마티아에게 어떤 경험을 주었을까? 카를로의 마음은 자기 별로 갔을지 젊음과 늙음에 대해 젬마 할머니는 슬픔 속에서도 여전히 발코니에서 별을 보며 마티아를 지킨다.

세상은 빠르게 속력을 내고 봉쇄는 한 달 전에 풀렸지만 여전히 아파트 출입문으로 나가는 것은 어려웠다.예전 생각으로는 분노를 느끼던 앞집 마우로에게도 화가 나지 않고 마당에서 어울렸고, 가족들은 각자의 '출입문' 바깥 세상, 접촉에 대한 생각들을 나눈다. 누군가는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에 더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누군가는 젊은이들을 가두면 안된다고 말한다.페스트나 스페인 독감같은 재난을 극복했던 역사처럼 바이러스의 이번 피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적응했고 '현재' 안에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현재를 사는 동안 그 현재는 언제나 이전의 모든 현재들보다 훨씬 나빠 보였다.

왜곡된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게, 그 뒤로 몇 년을 돌아보고 그 시간들을 그리워했다고 손자들에게 말하는 할아버지 마티아. 작가는 그의 이야기들을 빌어서 지금의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다.



이 리뷰는 시월이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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